심상찮은 박근혜정부 폭풍사정 막후

위기의 영일만 친구들 '아~옛날이여!'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경북 영일·포항 출신의 공무원(5급 이상) 모임인 '영포회'는 지난 정권 당시 청와대를 비롯해 정·재계의 요직을 꿰찼다. 영포회와 가까우면 권세를 누렸고, 일부는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 그 정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실세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진용을 꾸렸다. 정권이 바뀌고 3년차가 돼서야 영포회에 대한 사정작업이 재개됐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다. '영일만 친구들'을 함께 불렀던 이들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SD(이상득 전 의원)까진 가지 않겠어? 모르지. 중간에 나도 모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자세한 건 지켜보자고."

지난 4월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의 향배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30일자 '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란 기사에서 포스코 수사가 시작된 경위를 알린 바 있다.

이상득 조준
포스코 사정

포스코에 대한 사정작업은 올 1월 초 시작됐다. 사실상 BH(청와대)가 내린 하명수사다. 핵심 의혹 가운데 새로운 것은 없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벌이기 위한 구실 찾기에 골몰했다.

이 와중에 포스코 동남아사업단 부실 감사 결과가 검찰에 포착됐다. '정준양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던 내부 인사는 검찰 및 신문기자와 접촉했다. 유명 언론매체가 취재에 들어가자 포스코가 '억대 인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검찰은 이번 수사 초기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통해 이상득 전 의원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양정(정준양·정동화)으로 향하는 '인의 장막'은 생각보다 두터웠다.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지름길'로 삼았던 동양종합건설에 대한 수사 역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당초 검찰은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을 수사해 이 전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배 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났다.

지난 정권 당시 검찰이 묵살한 정 전 회장의 배임 의혹이 새로운 것 마냥 언론에 터져 나왔다. 검찰 안팎에서 '무리한 수사' '뒷북 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수사 선상에 오른 10여개의 하청업체 대표는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았다.

지난 8월 무렵 'SD'라는 이름이 언론사 사회면에 등장했다. 애피타이저보다 메인요리가 먼저 나온 격이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된 후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가 돌연 '이상득 카드'를 꺼냈다. 수사 방향을 돌리자 물꼬가 터졌다.

경북 영일·포항 출신들 나란히 수사선상
포스코 수사로 물꼬…이상득 소환 초읽기

검찰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과 티엠테크 간 부당거래를 적발했다. 티엠테크는 이 전 의원의 측근 박모씨가 대표를 역임한 회사다. 박씨는 정 전 회장의 취임과 함께 티엠테크 지분을 매입해 수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또 처가쪽 인척을 동원해 10억여원의 임금을 챙겼다. 이 중 일부는 이 전 의원에게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계좌를 확인하는 한편 이 전 의원과 관련된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검찰은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또 다른 축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연루된 '보은 인사' 의혹이다. 지난 2009년 포스코 회장 자리를 놓고 정 전 회장과 갈등을 빚은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은 이달 초 비밀리에 검찰에 소환됐다.


윤 전 회장은 박 전 차관으로부터 직접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전 차관은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관계자들과 만나 "정준양을 회장으로 뽑으라"라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영준과 만나려면 수천만원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또 박 전 차관이 몇몇 이권에 개입했다는 투서도 돌았다. 여러 정황상 박 전 차관은 잠재적인 수사대상으로 지목된다. 또 소문의 진위와는 별개로 박 전 차관은 이 전 의원의 '분신'을 자처해왔던 만큼 검찰 소환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검찰 입장에서 포스코 사정은 언론플레이만 잘하면 실패할 수 없는 수사다. 사건에 연루된 정치권 이해관계자가 많은 탓이다. 보은 인사 의혹은 이사회 당시 의결권을 갖고 있던 안철수 의원을 겨눌 수 있는 꽃놀이패다. 포스코 협력사와 결탁해 금품을 전달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역시 검찰 소환이 불가피하다. 이 의원은 포항에서만 4선을 한 중진의원이다.

고개 숙인
영일만 친구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팬클럽 MB연대도 수사대상이다. MB연대 대표 한모씨가 대표로 있는 청소 용역업체 E사는 티엠테크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 받아 이득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키맨'들의 혐의가 하나둘 벗겨지면서 유보를 거듭했던 정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재검토되고 있다.

최근 사정기관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가 "이 전 의원과 영포회를 노린 기획수사"라고 말했다. 수사 핵심 증인을 보호해가며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검찰은 수사 착수 6개월여 만에 '영일만 친구들'을 사면초가로 내모는 데 성공했다. 수사가 지연되면서 탈도 많았지만 소기의 성과는 이뤄냈다는 평가다.

단 현 수사팀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까닭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껏 나온 것 외에 큰 건이 몇 개 더 있는데 할지 안할지는 다음 수뇌부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귀띔했다. 힘을 잃은 김 총장 대신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주요 '사인'은 청와대에서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막을 올린 대한체육회 수사는 영포회 사정의 연장선에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실질적인 타깃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6월10일자 '<단독> 검찰, 문체부-대한체육회 갈등 내사 왜?'라는 기사에서 검찰의 사정 움직임을 전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 내사는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권력다툼이 빌미가 됐다. 정부 및 여당의 시각에서 대한체육회는 포기할 수 없는 '표밭'이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대한체육회는 선거를 앞두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이다.

바꿔 말하면 대한체육회 수사는 김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바닥났음을 의미한다. 김 회장은 동지상고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과 동창이며, 영포회의 일원으로도 알려졌다. 체육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옷을 벗기고 믿을만한 친박 인사를 대한체육회 수장에 앉히려는 속셈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포스코 판박이
농협중앙회 수사

농협중앙회에 대한 수사도 가속이 붙었다. 검찰은 'MB맨'으로 분류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3일 검찰은 서울 충무로의 한 인쇄업체를 압수수색해 농협중앙회와의 거래내역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 회장의 측근인 손동우 전 경주 안강농협 이사가 해당 업체에 발주 물량을 몰아준 뒤 뒷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농협물류의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손 전 이사를 구속했다. 검찰은 손 전 이사를 통해 최 회장의 비리를 들춰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제 시중엔 농협의 대형 공사 발주와 관련한 범죄 첩보가 나돌고 있다. 최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이 연루됐으며, 한 방송사가 취재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 회장은 올해 말 임기를 마치고 자신의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총선 출마를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함께 공천은 물 건너 간 모습이다.

민영진 전 KT&G 회장에 대한 수사도 영포회 사정의 한 갈래로 여겨진다. 검찰 관계자는 "최 회장과 민 전 회장 모두 MB때 사람인데 VIP 입장에선 곱게 보일 리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체육회·농협·KT&G 동시수사…영포회 타깃
총선 앞둔 TK연합 SD 공천비리 '만지작'

검찰은 지난달 13일 KT&G 협력업체 3곳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의 몸통으로는 민 전 사장을 직접 언급했다. "협력업체가 만든 돈이 민 전 사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민 전 사장이 자회사를 인수·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시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7월29일 KT&G 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의 칼날은 모두 '영포라인'을 향하고 있다. 정치성향으로 보면 친이계다. 같은 경북 출신이라도 범대구권(친박계)과 범포항권은 결이 다르다. 때문에 이번 수사는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친박계가 친이계를 손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유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유력하다. 포항 일대의 패권을 쥐고 있는 영포회를 공격해 그들이 선거에 나서거나 도움을 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포항 패권의 맨꼭대기에는 MB, 바로 이 전 대통령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이번 MB사정은 유착 구조에 초점을 맞췄던 '방산비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현직 국회의원을 직접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연루된 공천비리와 관련한 내사를 끝냈다. 경북 지역 현역 국회의원 A가 내사망에 걸려들었다.

A의원은 포스코와도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 정부 당시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이 경북지역 각 지역구를 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A의원으로부터 수억원의 공천헌금을 챙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역구 조정 과정에서 낙오한 일부 현역의원은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 다수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유하자면 모와 정을 들고 박힌 친이계를 빼내야 하는 처지다. 대통령 퇴임 이후가 걸린 선거라 청와대로서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시형(이 전 대통령의 아들)씨가 이사로 있는 다스(DAS)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흘러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명박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진 다스는 포스코보다도 수사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리하게  들어갔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우려가 있다. 한식 세계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를 겨눈 수사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친이계 빼고
친박계 점령

야권이 고삐를 쥐고 있는 4대강·자원외교 비리는 이번 사정작업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이 주도한 모양새라 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사라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씨의 소환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정씨는 지난 2011년 최 전 위원장을 대신해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해외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정씨의 강제 구인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