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지뢰밭 걷는 이상득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또 골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MB시절 ‘상왕’으로 군림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표적이 됐다. 최근 검찰은 포스코 협렵업체의 새로운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포스코가 MB시절 협력업체인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특혜를 줬다는 것. 티엠테크의 실소유자는 이 전 의원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포스코 본사는 물론 MB정권 주요 인사들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이 전 의원의 측근이 한때 실소유주로 있던 포스코 협렵업체 티엠테크를 압수수색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티엠테크는 이 전 의원이 현역 의원일 당시 포항지역 사무소장이었던 박모씨가 실소유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박씨가 이 전 의원과 20여 년간 친분을 유지하며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원할 것 같던
무소불위 권력
 
검찰은 포스코가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이 업체에 수사관을 보내 각종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검찰은 티엠테크에 흘러들어 간 돈 일부가 이 전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치권으로 비자금 유입이 확인된 건 없다”며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개입했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티엠테크는 포스코 제철소 설비를 보수·관리하는 업체다. 2008년 12월 설립된 티엠테크는 포스코켐텍과의 거래로 연매출 170억∼180억원을 기록했다. 검찰은 박씨가 2009년 6월에 티엠테크 지분 100%(5만 주)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이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박씨가 최대주주에 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씨는 포스코그룹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6월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티엠테크의 매출은 100% 포스코켐텍에서 발생하는 구조”라며 “설립 후 기존 거래 업체의 물량을 가져오고 매출 100%를 한 업체와의 거래에서만 수익을 올린다면 특혜 의심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 배경에 이 전 의원이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정 전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지난 7일 전해졌다. 
 
MB정권 끝나고 불거진 대형사건마다 거론
이번엔 포스코…끝나지 않은 형님의 시련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08년부터 1조4000억원을 들여 경북 포항에 신제강공장을 세우려 했으나. 인근 군부대의 반발로 2009년 9월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당시 공정률이 이미 93%에 달해 이대로 공사가 중단되면 1조원대 투자금을 날릴 판이었다. 1년이 넘도록 공사 재개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역구 의원이자 MB정권의 최고 실세인 이 전 의원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결국 2011년 2월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서 군사작전에 방해가 안 되게 공장 설계를 일부 변경하는 조건으로 군과 포스코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신제강공장은 2011년 4월 준공됐고, 포스코는 거액의 손실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측근 박씨가 실소유주인 티엠테크가 일감 100%를 포스코에서 수주하는 등 특혜를 누린 것이 신제강공장 공사 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과 7일 박씨를 소환해 “이 전 의원의 지시에 따라 정 전 회장으로부터 협력 업체를 따냈고, 수익금은 이 전 의원을 위해 썼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며, 포스코에서도 정 전 회장이 티엠테크 경영주를 박씨로 바꾸도록 결정한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에게서 “이 전 의원으로부터 티엠테크에 일감을 주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지난 8일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티엠테크와 관련 청탁이 있었으며 이후 티엠테크 하청계약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은 외주업체를 따낸 뒤 받은 22억여원의 수익을 이 전 의원의 지역구 관리 비용으로 쓴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 업체를 소유한 5년6개월 동안 주주 배당과 회사 임직원으로 이름을 올린 가족 앞으로 지급된 급여 등 총 22억여원을 별도로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돈은 이 전 의원의 지역 사무소 조직관리 비용 등으로 쓴 것으로 확인된다고 검찰은 전했다. 제철소 관련 경력이 전무한 박씨가 포스코 외주업체를 따낸 경위, 그 수익금의 사용 경로 등으로 미뤄 박씨가 벌어들인 돈이 사실상 이 전 의원의 정치자금이었다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불법 정치자금 
징역 살고 나와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박씨의 금품 수수에 직접 관여했는지가 확인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나아가 정 전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대가성이 확인되면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전 의원의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에 수백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전 회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포스코 관계자들에게서 정 전 회장이 티엠테크에 거액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계열사에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MB정권의 ‘비리 몸통’으로 불린다. 2011년 12월 자신의 비서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 6개에서 수억에 달하는 부정 자금이 드러나자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전 의원은 솔로몬·미래저축은행과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총 7억575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됐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형이 구속된 사례이다.
 
그 후 2013년 1월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그해 1월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에 의해 징역 2년과 추징금 7억5750만원이 선고됐다.
 
7월1일에는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징역 3년에 추징금 7억5750만원이 구형됐다. 7월25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에 의한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2월에 추징금 4억5700만원이 선고됐다. 같은 해 9월9일 출소했다. 2014년 6월26일 징역 1년2월에 추징금 4억5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재확정 됐다.
 
측근 일감 몰아주기 압력?
정치자금 확보 정황 포착 
 

이 전 의원은 검찰이 자원비리 관련 경남기업의 성공불융자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할 당시 MB정권 초기 신한은행에 전화를 걸어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에서 빼라고 청탁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1935년 11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54년에 동지상고를 졸업하고 육사에 14기로 입학했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되자 자퇴하고 이듬해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하여 졸업했다.
 
1961년 27세에 한국 나이롱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1973년 이사, 1975년 상무, 1976년 7월 9일 영업본부장을, 1977년 1월 23일 전무, 1978년 3월 6일 부사장에 올랐다. 1981년에 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출범할 때 상임위원으로 참여했고, 1984년 12월에 코오롱상사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당선된 이후 경북 포항·울릉 지역구에서 내리 6선을 했다. 2008년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함께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친이명박)계의 한 축을 담당했고, 이로 인해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쇄신파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아왔다. 
 
문제의 티엠테크
민원해결사 노릇?
 

18대 총선 공천 당시인 2008년 3월 공천후보 55명은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의한 권력 사유화’ 발언을 통해 이 전 의원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MB정권 시절 각종 비리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파란만장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왕차관’ 박영준도 또?
 
검찰이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2009년 회장 교체 당시 정치권 외압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사퇴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회장직에 물러날 때 박 전 차관 등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불러 이 전 회장에게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MB정권 당시 실세로 통했다. 이런 탓에 온갖 비리에 몸통이 돼 각종 구설수와 검찰 수사선상에 끊임없이 올라왔다.
 
박 전 차관은 경북 칠곡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2002년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게 됐다. 
 
서울시에서는 정무국장을 지냈다.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다. 그는 서울시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전략과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한 ‘S라인’의 핵심이다. 대선 때는 ‘선진국민연대’라는 전국적인 외곽조직을 직접 꾸려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 전 차관은 2007년 이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에 기획조정비서관으로 합류했다. ‘왕비서관’으로 통하던 그는 촛불시위 정국에서 4개월 만에 인사전횡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6개월 만인 2009년 1월 개각에서 그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중용했다. 그는 이 시기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찰을 주도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 ‘영포 라인’과 친했다. 최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사찰 증거 파기를 위해 청와대 최종석 행정관에게서 받은 대포폰에서 박 전 차관과의 통화내역이 확인됐다.
 
그는 2010년 8월부터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원외교가 ‘왕차관’으로 불린 그의 주요 업무였다. 씨앤케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이 터진 게 이 시기다. 그는 차관에서 물러난 후에는 여의도 진출을 추진했다. 하지만 4·11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고 무소속으로 대구 중·남구에 출마했지만 5.7% 득표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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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