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구 물갈이론’ 막전막후

선거 앞두고 난 데 없는 민생시찰 “냄새 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을 찾았다. 지난 7일, 박 대통령은 측근들을 대동한 채 대구를 전격 방문했다. 지난 4일 중국에서 귀국한 지 이틀 만에 보인 광폭행보였다. 정가가 주목하는 점은 박 대통령 주변에서 대구 지역 국회의원 누구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9일 인천을 방문했을 때는 지역 의원들을 공식 초청하는 등 대조를 이뤘다.


다가오는 20대 총선, 대구에 일대 혼란이 예고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아 민생을 살폈다. 특별할 것 없는 지역 방문이었지만, 정가와 언론은 이 소식을 집중 조망했다. 비단 대통령이 고향을 방문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 중 단 한 명도 초대하지 않은 채 TK(대구·경북)지역 출마가 예상되는 4명의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시찰을 돌았다.

대구 물갈이
시동 걸었나?

대통령이 지역을 방문하는데 그 지역 의원들과 함께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지역 의원이 방문하는 대통령을 맞는 것은 예의이자 오래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대구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냐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정가 또한 마찬가지다. ‘박심’이 현직 대구 의원들에게서 떠나있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이미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박 대통령에게 각을 세웠던 지난 6월경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 9일 한 언론은 새누리당 핵심의원의 말을 빌어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태 당시 애매한 태도를 보인 대구 출신 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청와대 고위직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물갈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정가와 다른 언론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오전 청와대출입기자들과 만나 “어제(7일) 대구시 업무보고는 경제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며 “경제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박 대통령은) 시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셨다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대구시 업무보고의 형태와 참석 범위는 행사를 주최한 시와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결정됐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민 대변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정가가 바라보는 해석은 사뭇 진지하다. 그동안 벼려왔던 대구 물갈이를 시작하겠다는 신호가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지역을 방문하면서 그 지역 의원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점도 해석의 근거가 되지만 청와대가 밝힌 ‘직접적 소통’이 초대를 하지 않은 이유로써 빈약하다는 반응이다.

인천 행사는
여·야 초청

이를 증명하듯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인천을 방문할 때 의원들을 대거 초대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15 지역희망 박람회’ 행사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천 지역구 의원들 모두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여권은 물론 야권 의원들에게까지 보냈다고 한다. 실제로 참석한 사람은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인 안상수 의원과 박상은 의원 2명에 그쳤지만, 대구에서는 단 한명도 초청받지 못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구 방문을 준비했던 과정을 보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대구지역 의원들을 초대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달성군에 위치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하 기술원)을 가장 먼저 방문했는데, 자신의 뒤를 이어 달성군에 당선된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을 초대하지 않았다. 달성군은 박 대통령이 18대 국회 때까지 내리 4선을 지낸 곳으로 19대 국회에는 비례대표로 나선 박 대통령의 뒤를 이어 이 의원이 당선된 곳이다.

기술원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곧이어 지역주민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고, 이후 전국 5대 재래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서문시장을 방문해 민생을 살폈다. 이때도 박 대통령은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을 부르지 않았다.

박근혜 대구 방문, 지역 의원은 전무
청와대 “직접 소통 위해” 해석 경계


이종진(달성군)·김희국(중구·남구) 의원의 공통점은 정가에서 ‘유승민계’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대구지역 의원은 총 12명, 그 중 7명의 초·재선 의원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데 새누리당 내 의원들의 모임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로 떠오른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들의 조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정가는 분석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로 유 전 원내대표가 위기에 몰리고 사퇴하기까지 과정 속에서도 이들 유승민계 7인이 주변에서 호위무사로서 유 전 원내대표를 지켜줬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구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의원들은 따로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대구시에게 언질을 했단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언론에 따르면 언질을 받은 권 시장이 행사 직전 새누리당 소속 대구 의원 12명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엔 대구시 위주로 행사를 치르니 못 부르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나만이라도 가면 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결국 모두를 초청하지 않는 선에서 준비가 마무리 됐다는 전언이다. 이번 결정에는 청와대 참모들의 입김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지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총선을 7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로써 물갈이론이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대구지역 의원들을 배제하고, 함께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가진 인물들이 청와대 측근 4인방이기 때문이다.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모두 TK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청와대 측근들
대구 출마설

안 수석은 이미 비례대표로 19대 의원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의정활동 중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사직한 그는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시 된다. 지난 4월경에는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수성갑 출마가 유력하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뛰어들면서 사그라들었지만 이번 동행을 계기로 다시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출마 예상지역은 대구 서구다. 서구는 현재 유승민계로 통하는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의 지역구다.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신동철 정무비서관은 지난 17대 총선 당시 대구 중구·남구에 공천 신청을 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재출마가 유력하다. 서문시장에 초청받지 못한 김희국 의원과의 경선이 예상된다.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은 학창시절을 보낸 대구 동구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승민(대구 동구을) 전 원내대표와 경선장에서 만나는 그림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가에서는 그동안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대구 달성군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술원에 초대받지 못한 이종진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 달성군이다. 두 사람의 경합이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청와대 측근 4인방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모두 현재 유승민계로 통하는 인사들이 맡고 있다. 결정적으로 물갈이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그 외에도 전광삼 청와대 춘추관장은 대구 북구갑,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본관인 달성군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후 보여준 파격행보가 박 대통령이 대구를 찾게 만든 요인이라고 꼽고 있다. 지난달 5일 유 전 원내대표는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상갓집을 찾아 대구의 유력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조문객 중 한 명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유 전 원내대표와 김 전 의원에게 “앞으로 대구정치를 이끌 두 명의 유망주”라며 “신당을 만들어도 되겠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물갈이론? TK출마 유력한 측근 대동
유승민계, 오픈프라이머리 탈출구 될까?


또한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두고 시기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전승절을 마치고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고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물갈이론의 반향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을 때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는 하향곡선을 그렸다.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로 6월 3주차 지지율이 29%를 기록, 임기 내 최하점을 찍은 이후 7월 2주차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머물렀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전승절 참석이 있었던 기간 동안 지지율은 34%에서 54%로 급등했다. 2주 만에 20%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치솟는 지지율과 더불어 힘을 얻지 못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도 물갈이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김 대표가 밀어붙이는 오픈프라이머리는 최근 친박계의 공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김무성 대표의 몫이지 우리 몫이 아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친박계 실세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달 18일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비용과 역선택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여야가 동시에 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친박계 핵심 중 한명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제도적으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고 야당도 비협조적이다. 상당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역임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픈프라이머리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우리가 해결책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픈프라이머리
유일한 탈출구?

오픈프라이머리는 유승민계의 생존과도 관련이 있어 주목된다. 아직 세가 약한 유승민계가 내년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는 사태를 막을 방법은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라는 관측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2일 유 전 원내대표와 김 대표, 대구지역 의원 11명(이한구 의원 제외)이 만찬자리를 가진 적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건배사로 ‘우리 대구는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지합니다’라고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유승민계 의원들 입장에서는 지지하는 유 전 원내대표가 전국구로 떠올랐기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유승민계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입김이 공천에 작용하는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승민 존재감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첫날부터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10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제2롯데월드 허가과정과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재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행정부가 스스로 조사할 생각이 없으면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감이 본격 복귀 신호탄?

감사장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논란이 시작될 때 18대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안전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질타했지만 그냥 밀어붙였다”며 “(제2롯데월드 건축은) 지난 22년 간 군이 계속 반대한 상황이었는데도 (롯데측이) 안전하다고 해 (허가된) 사건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지뢰도발로 다리를 다친 하재현 하사의 치료비와 관련, “비단 하 하사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언론에 노출된 하 하사 한 명의 치료비 부담만 국방부에서 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보도되지 않은 과거의 환자들에 대해서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가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복귀 시점을 9월 국감으로 내다봤다. 논란이 됐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에서부터 국방부 차원의 도·감청장비 구입, 군대 내 성문제까지 국방위원회에서 지적 가능한 현안이 망라해 있기 때문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과연 잇단 논란을 딛고 국감을 ‘유승민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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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