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

사라진 9억원 어디로…진실게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어느 날 눈 떠보니 9억원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종교계 인사 문모씨는 자신의 계좌에서 9억원이 인출된 사실을 한 달이 지나서야 파악했다고 했다. 사라진 돈은 교회 목사, 화랑 대표, 유명 대학교수 등의 계좌로 흘러들었다. 일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 쓰였다.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서울 인사동의 200억원대 건물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막을 올린 것이다. 문씨 쪽은 "정부 유관단체가 자신들의 건물을 빼앗아갔다"라고 주장한다.

탑골공원과 조계사 사이에 있는 인사동거리에는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인사동 사이에'라는 건물이 있다. 전용면적 2339.54m²(약 700평), 감정가 220억원의 '인사동 사이에'는 지난 2014년 11월25일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을 통해 한국관광협회중앙회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인사동 사이에
소유권 다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이하 관광협회)는 민간 관광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사업을 위탁 운영해 온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특수법인이다. 그간 관광협회는 관광업계의 권익향상과 관광산업 선진화를 목표로 ▲연구개발 ▲박람회 유치 ▲관광 활성화 캠페인 ▲관광종사원 국가자격증 발급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올 7월 관광협회는 정부가 국회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융자'를 업계를 대표해 신청 받았다. 규모 4960억원의 특별융자금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관광업계를 지원한다는 명목에서 마련됐다. 앞서 남상만 관광협회 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관광분야 추경예산안 처리를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남 회장은 외식·숙박업계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쌓아올린 인물이다. 2003년 서울 명동에 있는 프린스호텔을 인수한 그는 2006년부터 10년째 서울시관광협회 회장과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2009년에는 관광협회 회장에 당선됐고, 2012년 연임에 성공했다. 같은 해 남 회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대상자로 검토된 바 있다.


지난 3월 한 여행 전문지와 인터뷰한 그는 운영 중인 한국관광명품점의 매출을 신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관광명품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투자하고, 관광협회가 위탁 운영 중인 전통문화상품 판매업소다. 현재 '인사동 사이에' 1층에는 한국관광명품점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주 모르게
임대차 계약

박근혜정부는 한국관광명품점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55억원을 관광협회에 지원했다. 그런데 관광협회는 '임대보증금'을 이용해 지난해 11월 인사동 건물을 '매입'했다.

문제의 인사동 건물을 둘러싸고 소유권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2013년 12월 관광협회는 보조금 55억원 가운데 일부를 수상한 '임대차계약'에 썼다. 이 가운데 9억원은 공중에 증발했다. 지난달 소유권 다툼의 당사자인 문모씨와 접촉할 수 있었다.

문씨는 '인사동 사이에'를 2012년 3월 매입한 종교계 인사다. 문씨는 채무자인 공창호씨로부터 건물 소유권을 이전 받았다. 고미술상인 공씨는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자금 융통이 어려웠던 공씨는 문씨에게 건물 소유권을 넘기면서 채무 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씨는 소유권을 받고 공씨에게 사무실을 내줬다. 공씨로부터 임대료를 받기 위한 의도였다. 그러나 공씨는 결국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이에 문씨는 "미술품으로 대신 갚으라"라며 퇴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오랜 기간 해외에 체류해 국내 사정에 어두웠던 문씨는 공씨에게 한편으로 의지했다고 한다.

'악어와 악어새' 같던 둘 사이는 2014년 1월을 전후로 틀어졌다. 문씨와 남 회장이 2013년 12월 인사동 건물 '임대차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관련 계약 과정에서 문씨와 공씨는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특히 문씨는 "(자신이) 관광협회와 임대차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문씨 측의 진술과 공공기관(법원·구청·금융감독원) 발급 문서, 상호 계약서, 이메일, 기타 증빙자료 등을 토대로 요약한 사건 개요는 이렇다.


'인사동 사이에' 임대차계약서는 2013년 12월10일 작성됐다. 문씨는 남 회장이 서명한 계약서에 날인했다. 본지가 입수한 계약서 사본에 따르면 임차인 남 회장은 인사동 건물 지하 1층, 지상 1~2층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54억원을 같은 달 31일까지 임대인 문씨에게 납부키로 했다. 계약 당일 남 회장이 선납입할 돈(계약금)은 9억원이었다.

작년 220억대 인사동 건물 경매로 사들여
매입 전 고미술상과 수상한 임대차 계약

그런데 문씨는 남 회장과 임대차계약서에 직접 날인하지 않았다. 문씨는 공씨의 아들인 공상구 마이아트옥션 대표에게 인감도장을 넘겼고, 남 회장은 관광협회 홍모 사무국장을 대리인으로 세웠다.

공 대표는 계약 협상 당시 자신 명의의 계좌로 계약금을 수령하고자 했다. 하지만 관광협회는 "임대인 본인 명의의 계좌가 필요하다"라며 문씨가 개설한 통장을 요구했다. 문씨는 이날 오후 공 대표의 연락을 받고 동행인과 함께 우리은행을 찾아 현금 1000원이 든 통장을 개설했다. 신규 계좌가 우리은행 전산망에 등록된 시간은 12월10일 오후 3시27분이다.

그러나 문씨 측은 "이때까지 관광협회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공 대표가 '가계약'을 맺겠다고 했을 뿐 계약금에 대한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관광협회는 "인감을 들고 왔기 때문에 공 대표를 믿고 계약금을 송금했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오후 3시53분 관광협회는 두 차례에 걸쳐 5억원과 4억원을 각각 문씨 계좌로 입금했다.

문씨 측은 "임대인에게 확인 한 번 안 하고 9억원이라는 거액을 송금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라고 물었다. 문씨의 은행거래 내역과 현장 CCTV 기록 등을 살피면 입금된 9억원은 당일 오후 3시59분께 수표로 전액 인출됐다. 수령인은 신원미상의 여성이며, 이날 오후 3시50분께부터 입금시간까지 우리은행 지점 한 창구를 서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홍보팀은 "내부 절차대로 처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수표 인출해
가족이 현금화

실제 문씨는 올 3월 금융감독원에 우리은행 측의 과실을 묻는 민원을 넣었다. '9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6분 사이에 입금과 출금을 반복했음에도 은행 측이 이를 방기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올 4월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은행 홍보팀 역시 "(인출한 사람이 가져온) 통장과 전표, 인감, 비밀번호가 모두 일치했기 때문에 수표를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타행 관계자는 "입금 직후 갑자기 거액이 인출되는 경우 입금자에게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내부 매뉴얼에 없는 것이라 별도로 확인해보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문제의 9억원은 여러 계좌에 흘러들었다. 30장의 수표를 각각 추적한 결과 계약금은 교회 목사 박모씨, 화랑 대표 김모씨, 유명 대학교수 유모씨 등의 계좌로 흘러갔다. 일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 쓰였다.

이 중 목사 박씨는 공씨의 아내이며, 받은 수표를 수차례 현금화했다. 박씨는 과거 필리핀 선교사업을 추진한 전력이 있다. 박씨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연락하지 말라"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거액이 입금된 교수 유씨 역시 전화와 문자를 통한 문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사라진 9억원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이다. 단 공씨의 장녀가 1억원가량을 직접 수령한 사실이 계좌추적에서 밝혀졌다. 조심스레 이들 일가가 유용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련 계약을 성사시킨 공 대표와 연락했지만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문제의 9억원은 정부가 건물 임대보증금으로 빌려준 55억원 가운데 일부다. 결과적으로 당시 관광협회는 정부 보조금을 철저한 검증 없이 집행했다. 더구나 관광협회는 법원 경매가 진행되던 '인사동 사이에'에 입주를 시도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급한 사정이 없다면 유찰이 거듭되던 건물에 전세를 놓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관광협회는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다음날인 12월11일 채권단인 푸른상호저축은행에 "임대 계약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푸른상호저축은행은 계약일보다 앞선 10월22일 임의경매를 법원에 신청했다.

관광협회 사무국 직원은 지난 3일 "전임인 홍 국장이 새로 세들 건물을 찾던 중 공 대표의 지인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사동 건물을 소개받았다"라며 "(채권자인) 저축은행과도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계약, 후질의'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관광협회는 계약이 체결되자 곧장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다. 처음부터 건물 인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관광협회는 계약서에 별도 항목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인테리어 공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명시했다.

또 푸른상호저축은행이 지난해 2월 관광협회로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경매가 완료될 경우 귀 협회의 임대차계약은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설명과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관광협회는 1층 영업점에서 취급 제한 품목을 팔다가 지난해 8월 종로구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종로구청 측은 "우린 규정에 따라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이 처벌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문씨는 지난해 관광협회 측 직원들과 수차례 만나 '임대차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관광협회 측은 "몰랐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같은 기간 문씨는 공 대표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공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중 관광협회는 160억원에 '인사동 사이에'를 단독 낙찰 받았다. 최저 입찰가(140억원)보다 20억원가량 웃돈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단독 입찰임을 고려하면 수상쩍은 대목이다.

전략적 매입?
보조금 투입!

관광협회의 인사동 건물 매입은 국회와 감사원으로부터 '보조금 유용' 사례로 지적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광협회가 당초 용도와 달리 보조금을 활용해 인사동 건물을 매입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관광협회는 정부 임대보증금과 남 회장 소유 프린스호텔로부터 대출받은 111억원을 더해 '인사동 사이에' 매입자금을 충당했다. 흥미로운 점은 관광협회가 인사동 건물을 매입한 뒤 다시 해당 건물에 108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관련 담보대출금은 프린스호텔에 진 채무를 갚는데 사용됐다. 프린스호텔은 가만히 앉아서 이자를 챙긴 셈이었다. 감사원은 올 1월 공개한 특정감사 결과 발표에서 '보조금법 위반'과 '정관 위반' 사실을 적시했다.

문씨는 공 대표와 남 회장 사이의 사전 공모 여부를 의심한다.  관광협회 사무국과 푸른상호저축은행 관계자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이들은 2013년 11월부터 '인사동 사이에'의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견적을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와 상관없이 임대보증금을 보장받는 방안도 논의됐다. 아울러 문씨는 "우리가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관광협회가 대신 사들였다"라며 "우리가 인사동 사이에 매각을 추진하자 건물에 가처분신청도 걸었는데 평범한 임차인이라면 왜 이런 짓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협회는 "우리가 처음부터 건물을 인수하려고 임대차계약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도 피해자다. 공 대표 등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공 대표와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홍 국장은 회사를 퇴직한 상태로 전해졌다.

문씨 주장의 사실 여하를 떠나 사라진 9억원의 행방은 이번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입장이 난처해진 공씨 등이 이곳저곳을 돌며 '인사'를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가운데 일부가 의외의 곳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돈이 배달된 직접적인 진술 혹은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신문 <일요시사>는 지1026호 종합면 및 인터넷 <일요시사> 2015.9.8.자 사건사고면 ‘<단독>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제목의 기사에서 한국관광협회가 서울 인사동 소재 200억 상당의 건물 소유권을 부당하게 이전받았고, 소유권 이전에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지원받은 55억원의 임대보증금 가운데 일부를 수상한 임대차계약에 썼으며 이 가운데 9억원이 사라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한국관광협회는 해당 건물을 정당한 법적 절차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했으며 55억원의 임대보증금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1999년에 이미 지원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바로잡습니다.

아울러 한국관광협회는 임대차계약에 사용한 계약금 3억원은 정부 관련부서로부터 승인을 받고 집행한 것이며, 약 4억3000만원은 이미 회수하였고 나머지 금액은 회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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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