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조기 사퇴론’ 막전막후

"침몰하는 배 버리고 선장 먼저 탈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을 치르기 전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8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취임한 문 대표는 아직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힘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전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비노진영에서는 지난 4·29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를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문 대표 측은 그동안 꿈쩍도 안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친노진영에서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도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카드’라며 인식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친노진영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현재 새정치연합의 내년 총선 전망이 매우 어둡기 때문이다.

어두운 총선전망
빨리 탈출해야?

현재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북한 이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내년 총선까지 지지율 격차를 크게 좁힐 만한 마땅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당에서는 혁신위원회 활동에 큰 기대를 걸었었지만 혁신위의 혁신작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당내에서도 거의 없다. 이미 9차 혁신안까지 발표된 상황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고 당내 분란만 일으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위 활동도 막바지인 만큼 내년 총선까지 몇 개월 내에 당 지지율을 반전시킬 대안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여권에 불리한 대형악재가 터지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당 지지율 격차 두 배, 총선 전망 먹구름
내년 총선 패하면 문재인 정치인생도 끝

하지만 요행만 믿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대로라면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끝까지 지키고 있어봤자 총선 패배 후 대표직에서 쫓겨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 그렇다면 차라리 비노진영의 요구대로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하는 것이 문 대표 개인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차기 공천 룰만 친노진영에 유리하게 확정해 놓는다면 몇 개월 더 빨리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최고의 혁신이라고 지적해온 만큼 문 대표가 사퇴한다면 당 혁신을 위해 선당후사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당 지지율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된다.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 했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공고해진다. 총선에서 패해도 모든 책임은 비노진영이 떠안게 된다. 문 대표로서는 꽃놀이패를 쥐게 되는 셈이다.

혁신 위해서라면
소문 또 맞을까?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심상치 않은 야권 신당론 때문이다. 만약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이 출범한다면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엄청난 악재다. 신당이 지지율 2~3%만 갉아먹어도 여권과 한 자리 수 접전을 벌여야 하는 수도권에서는 치명적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야권이 100석 건지기도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야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변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숨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새정치연합의 내홍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고, 박주선 의원은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다시 한 번 촉구하고 나섰다. 문 대표가 실제로 조기 사퇴한다면 당내 야권 신당론은 명분을 잃는다. 문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현재 원외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을 원내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현재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호남소외론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해 영남권 인사가 주류인 친노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나면 호남소외론은 한풀 꺾이게 된다.
 

현재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호남은 야권의 텃밭으로 선거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지만 지난해 7·30재보선에서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여당 인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다.


지난 4·29재보선에서도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었던 광주 재보선 선거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됐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호남민심의 이반은 호남의석을 잃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29재보선에선 관악구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됐는데 관악구을은 호남 출신 인구 비중이 높아 수십년간 야권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이처럼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수도권 선거에서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호남의 민심을 얻지 않고는 차기 대선에서도 새정치연합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때문에 문 대표는 최근 광주와 전남, 전북을 돌면서 기자간담회를 가지는 등 호남민심 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그 정도 노력으로 호남의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 본인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자신의 정치인생이 사실상 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정면승부해서는 절대로 승산이 없다”며 “이미 전체적인 유권자 성향은 보수화되어 있고, 야권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호남의 민심도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야권 신당의 출현으로 내년 총선에서 야권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까지 있다. 차기 총선을 이끌 책임자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지금 한 발 물러서는 것은 차기 대선을 위해서도 좋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는 무조건 남는 장사”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과거 문 대표의 부산 지역구 불출마 소문도 결과적으로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구도 버렸는데
그깟 대표직도?

현재의 상황은 그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문 대표의 지역구는 여권의 텃밭인 부산 사상구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직을 걸라는 당내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며 의원직을 끝까지 지켰다.

하지만 문 대표가 지역구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역주민들의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해 8월에는 부산 거주 대학생들이 문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지역구관리를 똑바로 하라며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문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지역에선 문 대표가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당대표 당선 후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이에 대해 비노계에서는 “문 대표가 여권 텃밭인 부산에 불출마하는 것은 자기희생이 아니라 선거에서 패할 것을 두려워한 ‘도주’ 성격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비노계 인사인 조경태 의원은 지금도 문 대표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 출마해 당당히 재평가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차라리 조기 사퇴로 혁신 명분 챙길까?
당권 버리면 총선 패해도 대선까진 직행

문 대표가 부산 사상구 출마를 포기하면서 현재 사상구는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인 배재정 의원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의 모든 정치적 일정은 차기 총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에 맞춰져 있다. 차기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니까 빈약한 명분에도 총선 출마를 포기 하지 않았나? 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대선행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내려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문 대표의 조기 사퇴까진 아니더라도 총선 패배 시 모든 책임을 혼자 져야 하는 현재의 구조는 타파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총선부터 최근 재보선까지 줄줄이 참패했고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내년 총선에서 갑자기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이대로 총선을 치렀다가 패하고 나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울 만큼 큰 상처를 입는다. 따라서 지더라도 문 대표가 받을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강구되고 있는 것이다. 대안 중 하나로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공동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모든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참여해 공동선대위를 구성하면 패하더라도 문 대표의 책임은 제한적이다.

책임론 벗어나야
대권도전 가능

하지만 이 경우 문 대표가 총선 패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전략을 쓰려 한다는 비노계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고 이슈를 주도할 만한 파괴력을 갖기에도 부족하다.

문 대표의 조기사퇴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철수 의원의 사례처럼 사퇴를 통한 자기희생은 오히려 중앙정치에서 소외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 다시 대선주자급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은 그런 꼼수에 의지할 때가 아니라 진정한 당 개혁으로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만을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총선에서 패하더라도 정공법을 통해 어느 정도 선전한다면 문 대표는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문 대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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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