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김무성 사돈기업 대해부

유유상종 혼맥…죄다 재벌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충북지역 중견기업인 신라개발의 이준용 회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사돈지간을 맺으면서 신라개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김 대표와 사돈기업으로 알려진 엔케이와 유유제약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6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차녀 현경(32)씨와 신라개발 이준용 회장의 장남 상균(39)씨가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의 쉐라톤 워커힐호텔 애스턴하우스에서 철통보안 속 극비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 친인척과 친지 5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진 결혼식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깜짝 하객으로 등장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결혼 전날 김 대표의 자택에 축하 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미국 유학 시절 알게 돼 각별히 지내왔으며, 현경씨는 수원대학교 교수로, 상균씨는 신라개발 대표로 재직 중이다.

사돈 덕에…
충청 지지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연고가 없었던 충청과 인연을 맺게 된 김 대표를 반기는 분위기다. 신라개발과 사돈기업이 된 데는 단순한 혼사 문제가 아닌 차기 대권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대표는 부산·경남 출신이며, 부친 김용주 전 의원은 경남 함양에서 자라 경북 포항에서 교육사업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전남방직을 운영했다. 원불교 신자였던 모친은 원불교의 성지인 전북 익산에 묘소를 마련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2015년 8월 3주차(17∼21일) 주간집계에서 김 대표가 1주일 전과 동일한 21.8%를 기록하며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의 지역별 지지도를 살펴보면 대구·경북(30.3%), 부산·경남·울산(23.9%)에 이어 대전·충청·세종(23.1%)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경기·인천에서는 21.3%, 서울에서는 19.4%로 나타났다.

대전·충청·세종의 기간별 지지율은 8월 2주차(10∼13일) 27.1%, 8월 1주차(3∼7일) 29.6%로 기록됐다. 신라개발과 사돈기업을 맺게 된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7월 3주차(13∼17일)에는 21.9%, 6월 3주차(15∼19일)에는 21.6%로 나타나 그동안 21%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대전·충청·세종의 지지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신라개발도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제시되고 있다. 이 회장이 충북지역의 대표기업인으로 꼽힌 가운데 향토기업인으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 환원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차녀 결혼…충북 신라개발 집안과 인연
오너 과거 정치인에 뇌물 제공해 구속

이 회장은 청도극장과 신라예식장 사업을 바탕으로 1981년 신라개발을 설립했다. 점차 사업 규모를 키워오다 1990년 경기도 안양시 평촌 일대와 부천시 중동 신도시 일대의 1000세대 규모 공동주택사업을 건설하면서 충청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이후 충북 아산시 900세대, 경기도 안성시 600세대의 대규모 공통주택 건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 회장은 2011년 충북 보은군 탄두면 상장리 일대에 82만8506㎡ 규모의 아리솔 컨트리클럽(18홀, 파72, 6872야드)을 조성했다. 현재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충북 음성군 삼성면 용대리 소재 젠스필드 컨트리클럽(18홀, 파72, 7316야드)의 인수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2000년과 2004년, 2005년의 의혹이 다시 한 번 재조명되고 있다. 1981년부터 1999년까지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온 신라개발이 지난 2000년 서울로 사업기반을 옮기면서 지역민들의 반감을 샀다는 평이다. 이후 2011년 이 회장이 아리솔 컨트리클럽 조성으로 다시 충청 지역을 찾았으나 돌아선 지역민들의 등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04년 7월, 아리솔 컨트리클럽의 8만8000평 부지를 법원 경매 낙찰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았다. 당시 해당 부지의 법원 감정가는 249억여원이었으나, 실제 낙찰가는 102억여원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이 회장이 제주시 세화지구와 송당지구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주지역 정치인 등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구속을 지휘한 인물은 충북 진천·증평·괴산·음성을 지역구로 둔 경대수 의원(당시 제주지검장, 현재 충북도당 의원)으로 밝혀져 지역민들의 충격을 더했다.


청주상공회의소와 충북건설협회사가 제주지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충청도민들이 구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이 회장의 뇌물 제공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 회장의 뇌물 제공 혐의를 주장한 당시 온천지구 정모 조합장은 업무상 배임혐의로 징역 6년, 김모씨와 이모씨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완성 돼가는
신 권력지도

무죄가 인정됐으나 이 회장에 대한 불명예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는 평이다. 김 대표의 사돈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당시 혐의가 재조명된 이유다. 경 의원과의 좋지 않은 인연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경의원보다 이 회장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평가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김 대표의 사돈기업이 된 엔케이 주식회사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 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김 대표의 장녀 현진씨와 박윤소 엔케이 회장의 장남 제완씨가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엔케이의 주식도 ‘김무성테마주’로 분류돼 관심을 받고 있다.
 

고압가스 용기, 선박용 소화장치,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등의 제조·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엔케이 주식회사는 지난 1980년 남양금속공업사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1984년 남양산업주식회사로 법인 전환한 이후 1998년 엔케이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9년 남양키데를 합병했으며 2008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엔케이 주식이 4·29재보궐선거 직후 김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누르고 첫 1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폭등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식업계에서는 이번 김 대표 차녀의 결혼 소식에도 엔케이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 들어 최근까지 주가가 60% 이상 올랐다고 설명한다.

엔케이·유유제약도 관심
MS테마주 분류 주가 급락

지난 4월30일, 박 회장이 자사주를 낮은 시가에 대거 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케이 최대주주인 박 회장이 215만주를 장외매도해 자사주 지분율이 기존 16.79%에서 10.07%로 낮아졌다. 매도가는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인 4035원으로 86억7500여만원을 처분한 것이다.

주식전문가들은 갑작스런 박 회장의 매각에 대해 엔케이 매출 하락 및 자녀에 대한 지분 매각 등으로 추측했으나 엔케이 측이 “관계사인 이엔케이 등에 투자하며 개인적으로 채무가 많아 차입금을 갚기 위해 주식을 기관투자자에게 할인 매각한 것”이라며 “지분 승계 등은 개인적인 내용이라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의 장녀와 결혼한 제완씨가 엔케이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보유 주식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 회장의 차남 제연(사업관리 이사)씨의 보유 주식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제연씨는 2011년 8월, 엔케이 주식 10만3680주를 처음으로 사들였으며, 유산증자 547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4년 만인 지난 6월22일, 8만4100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총 21만8353주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엔케이 주식의 지분율이 0.44%로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금융업계는 다양한 관측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최근 사들인 주식의 70%(3억5000만원)를 주식담보 대출로 마련했다는 점을 미뤄 차근차근 후계구도를 다져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유제약도 김무성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김 대표의 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장녀 현일선씨와 유유제약 유승필 회장의 동생 유승지 홈텍스타일코리아 회장이 부부이기 때문이다. 현씨는 홈텍스타일코리아의 최대주주로 74.18%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VIP 사돈기업
줄줄이 고초

김 대표와 사돈기업인 유유제약은 국내 제약업계의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1941년 유한무역 설립됐으며 창업주인 고 유일한 회장의 동생 유특한 회장이 유유제약의 창업주로 나섰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일반 의약품 판매에 의존하지 않고 신약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소형 제약회사로 평가받아 왔으나 김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면서 급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유제약의 주가도 지난 6월 이후 급성장세로 기록된다. 유유제약의 연초 주가는 7630원이었으나 8월28일 1만4600원에 마감, 2배의 상승률을 보였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밀결혼’ 왜 워커힐서?

쉐라톤 워커힐호텔의 애스톤하우스는 국빈급 인사만 머물 수 있으며 비공개 행사가 빈번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리적 특성상 외부 노출이 어려워 철저한 보안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애스톤하우스에서 비밀리에 결혼한 연예인으로는 배용진-박수진, 지성-이보영, 심은하, 김희선, 유희열 등이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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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