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경계령’…“아무도 믿지마”

미성년 성추행 끊이지 않는 이유

전국민을 경악에 빠뜨렸던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성년자 성폭행 뉴스가 TV를 통해 흘러나오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 게시판은 방송되지 않은 여러 사건으로 도배됐다. 결국 경찰은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국회는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 성폭행범에게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성추행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 곳곳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펑펑’…과제는?
경찰, 아동 성범죄와 ‘전쟁 선포’ 근본적 대안 절실

영등포 김수철 사건 이후 대한민국 부모들은 불안함에 ‘벌벌’ 떨었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혹시 우리 아이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김수철 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펑펑‘ 터졌다.

10대부터 70대까지 가해자의 연령대는 물론 목사, 회사원, 삼촌, 동네 오빠 등 다양한 직업의 남성들이 노린 것은 하나같이 어린 아동과 청소년이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 군포경찰서는 지난 15일 자신의 교회에 다니는 남녀 중학생을 상습 성폭행한 목사 강모(64)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교회에서 중학생인 A(15·여)양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고, A양의 남동생과 고등학교 1학년인 B(17·여)양 등 세 명을 상습 성추행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한 달에 두 세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해온 A양은 용기를 내 관할 지구대에 신고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 파렴치한 강씨의 범행은 종지부를 찍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A양과 가까이 지내다보니 순간적으로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는 70대 노인이 귀가하던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지난 1일 오모(70)씨를 검거,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씨는 지난 6월30일 낮 12시30분께 부산 동래구 모 약국 앞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13세 C양에게 접근해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등 친근함을 보인 뒤 인근 야산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C양은 어릴 때 홍역을 앓은 후유증으로 판단력이 다소 떨어져 오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쉬웠던 것으로 보인다. C양 가족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다음날 바로 오씨를 검거했고, 경찰 조사 결과 오씨는 2007년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9월 출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대 청소년도 자신보다 어린 초등학생을 유인해 성폭행했다. 성모(19)군과 윤모(17)군은 12세 여자아이 2명을 데리고 찜질방을 찾아 찜질방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고 꼬여 성폭행했다.


성군은 이후에도 빌라 계단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여자 아이들을 데려가 4차례에 걸쳐 3명을 성폭행했다. 윤군 역시 동네 놀이터에서 여자 아이에게 ‘사귀자’고 꾀어내는 방법으로 10대 소녀 2명을 5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대한민국 경찰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경찰은 뭐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높아질수록 초조해진 경찰은 드디어 아동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찰청은 지난 5일 강희락 경찰청장 주재로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개최하고 ‘원스톱 기동수사대’를 경찰 최고 수사력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보강해 ‘성폭력 전담수사대’로 확대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또 아동 성폭행 실적점수를 대폭 상향해 아동 성폭행범 검거와 범행예방을 독려하기로 했다.

아동 성폭행 사건은 어떤 업무보다 우선해서 처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실적점수를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아동 성폭행범 관련 검문검색이나 신고출동 점수는 일반 강간 사건의 두 배의 점수가 부여된다.

그런가 하면 국회는 더욱 강력한 대안을 내놨다.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킨 것.

지난달 29일 해당 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을 성폭행한 범죄자에게는 일명 ‘화학적 거세’가 실시되게 된다. 아동 성범죄는 재범률이 매우 높아 기존 범죄자를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재범을 상당부분 억제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볼 때 ‘화학적 거세’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아동, 미성년 성폭행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전자발찌를 채우는 등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성폭력 사건을 막을 수는 없었다면서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예방의 근원적 해답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아동 성범죄자는 구속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실무운영하고,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무엇보다 아이들의 인권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서 피해자인 아이들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중 삼중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언론에서 너무 자극적인 사건만 다루다보니 아동 성범죄 사건이 더욱 부각된다는 지적도 있다.

5세 딸아이를 둔 오모(37)씨는 “안타까운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는 있지만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이것도 하나의 냄비근성(?)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번 아동 성범죄가 부각되고 나니 여러 언론매체에서 너도 나도 아동 성범죄만 취재, 보도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오씨의 말마따나 예나 지금이나 아동 성범죄는 꾸준히 발생해왔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사건의 잔혹성이 심각해 언론에 집중포화를 받으면서 이슈화되자 타 언론매체에서도 비슷한 사건을 발굴(?) 취재하려는 움직임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언론에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보도하다보니 대한민국 남성들의 호의는 경계심으로 바뀌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신경이 예민해졌다. 실제 김수철 사건 이후 부모들은 아이를 직접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는 일이 많아졌는데 이 과정에서 씁쓸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교문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아버지가 있으면 어머니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경계한다는 것.


언론의 집중포화도 문제

나아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은 물론 각종 성폭력 범죄의 주범이 ‘아저씨’들이다보니 친근한 이미지는 사라지고 경계의 대상이 돼버렸다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아저씨들은 괜한 오해를 받을까봐 어린이들이나 여학생들에게 작은 친절도 베풀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택시기사는 “여학생을 태우면 불안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신 전화를 하고, 자신이 모르는 길로 가면 정색을 하며 맞게 가는 것이냐고 묻는다”면서 “오해를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은 좋지 않지만 요즘 하도 험한 사건이 많아 이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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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