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통일 청사진 완전해부

‘당근과 채찍’으로 대화 이끌어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5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후반기를 시작하게 되는 박근혜정부는 전반기보다 더욱 숨 가쁜 국정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문에 있어서는 9·10월 연이어 빅2 정상을 만나는 일정이 예정돼있다. 8·15기념식을 전후로 박 대통령은 ‘통일’을 언급하며 만남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 초에 있을 중국 ‘항일전쟁·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이하 전승절)’ 방문을 시작으로 10월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무기한 연기됐던 방미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연내에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등 외교부문에 있어서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각국 정상들과 나눌 대화의 최대 화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상회담
북한 압박

최근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에 참석해 한 발언이 화제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열린 통준위 민간위원 집중토론회에 참석해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한 참석자의 입을 빌려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참석자 중 한 명은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 또한 받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통준위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이) 북의 급변사태를 시사한 것은 아니다’라며 확산을 경계했지만, 최근 8·15기념식을 전후로 박 대통령이 ‘북한’과 ‘통일’에 대한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어 발언의 취지에 대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광복절 70주년 경축사 또한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로 완성될 것”이라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이루고 민생을 해결하며 평화·통일의 길을 함께 열어나갈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설 도중 박 대통령은 ‘7·4남북공동성명’을 언급하는 등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고조되고 있는 남북 간 긴장관계로 인해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북한전문가 대부분의 생각이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도발이 자행된 이후 북한은 줄곧 ‘조작된 모략극’이라고 말하고 있어 국내 여론은 악화 일로에 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있었던 이희호 여사 방북 때 북한은 “박근혜정부와는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뜻을 전했다. 지난 20일 자행된 북한의 ‘포격도발’은 이러한 남·북 갈등을 절정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중국 전승절
김정은 초대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당국에서 추진하던 이산가족명단교환 및 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설치 등에 대한 제안도 잇따라 거절당하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북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제안이 담길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지뢰도발로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근혜정부는 외교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박 대통령의 방중·방미 소식으로 이러한 전망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에 맞춰 중국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9월3일로 예정된 전승절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주석과의 만남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의 만남에서 다양한 얘기가 오고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핵’ 문제도 그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및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전승절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박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 전승절 참석을 청한데 이어 김 위원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했던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장 환영할 만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아직 북한 측에서 방문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투트랙, ‘도발엔 단호, 대화엔 협력’
한·중·일 정상, ‘전승절’서 만남 추진


<연합뉴스>를 통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중 간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면서 “핵문제를 둘러싼 북·중 간 긴장과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사태로 미뤄뒀던 미국 방문을 시작한다. 그달 16일에는 오바마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계획돼 있다. 당초 지난 6월16일 성사될 예정이었으나,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한·미 정상 간 대화의 화제는 단연 북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밝혔듯 두 국가 간 동맹국으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등 대북공조, 동북아 안보 등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 소식을 전하는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이번 10월 방미의 주 의제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 한반도 긴장 완화가 지지부진하다는 점, 김정은 체제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점을 들어 한·미 정상이 나눌 대화의 핵심은 북한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회담
대북 공조 확인

2개월여에 걸쳐 방중·방미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여권의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정상급 인사들의 해외 방문에 대해 “아무리 급해도 1개월 전에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2~3개월 전에는 방문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남·북 관계의 활로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지금보다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0월10일에 북한 노동당 70주년 행사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전례를 봤을 때 북한은 이날 ‘4차 핵실험’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못해도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일 것이란 게 북한전문가들 대부분의 예상이다. 따라서 남·북 긴장관계가 지금보다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10월 방미, 오바마와 북핵 현안 논의

10·10 노동당 70주년, 북 도발 예고

박 대통령은 이러한 도발에 맞서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승절에 맞춰 아시아 국가들 간의 외교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연내 3자 정상회담이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민국은 의장국으로서 10월 내 추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3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가급적 올해 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자 회담이 성사되면 이후 ‘한·중’ ‘한·일’ 정상회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한·일 과계 개선이라는 화두도 있어 박근혜정부는 일본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3자 회담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한·중·일 3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연내 추진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 회담
북한 고립

최근 박근혜정부는 북한에 대해 ‘도발엔 단호, 대화엔 협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지뢰도발이 있었을 당시 “북한의 행동은 명백한 군사도발”이라고 말한 반면, 8·15경축사에서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 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말이 단적인 예다.

3자 회담 또한 같은 기조로 해석된다. 북한을 압박·고립해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발 빠르게 진행될 외교전에서 박 대통령은 과연 청사진대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지, 그 출발점이 될 전승절에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전승절 참석, 국민의 생각은?

국민의 50% 이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중국으로부터 전승절에 초대받은 박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야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 50% 이상인 51.8%가 ‘참석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반면 ‘불참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20.6%를 보였으며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27.6%로 조사됐다.

국민 50%↑ “박 대통령 전승절 참석해야…”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참석 의견이 많이 나왔다. 50대의 경우 64.8%가, 60세 이상의 경우는 64.0%가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인 20대에서는 참석 의견이 32.1%, 불참 의견이 39.1%로 나타나 오히려 행사에 불참해야 한다는 응답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지난 18일 발표된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주간 정례조사에서는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지난 8주 동안 33~37%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해왔던 지지율이 8월 첫째 주엔 전주대비 4.6%포인트 오른 39.5%를 기록했고, 둘째 주엔 39.9%를 기록하면서 40%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 광복절과 관련된 행사의 영향인 것으로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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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