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40대 동성애자, 남탕서 몰카 찍다 ‘덜미’
자위용 촬영 “남자 몸 보면 흥분돼요”

대중목욕탕에서 다른 남성의 나체사진을 촬영한 40대 남성이 붙잡히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지난 5일 남성 나체사진을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 6월5일 오전 7시20분께 영도구 동삼동의 한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중인 김모(26)씨의 나체를 촬영했고, 이어 지난 4일 오전 9시30분께 같은 장소에서 40대 남성의 나체를 촬영하다 현장에서 발각, 경찰에 넘겨졌다.

이씨는 20대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꼈고, 남성과의 교제도 몇 번 있었다. 올해 1월 이씨는 목욕탕 몰카를 위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고, 들키지 않기 위해 목욕 가방에 카메라 렌즈 크기의 구멍을 냈다. 그리고 곧장 실천에 옮겼다. 지난달 5일 촬영을 시작으로 이달 4일까지 같은 곳에서 50여 명의 나체사진 640여 장을 촬영한 것.

특히, 이씨는 자신에게 성적 흥분을 주는 20~30대나 근육질 몸매의 남성을 집중 촬영했다. 주로 목욕탕 입구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남성의 몸을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목욕탕에는 항상 사람이 많고 물소리 때문에 촬영 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지난 4일 이 씨의 목욕 가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온 것을 수상히 여긴 한 남성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나체사진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기 위해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남성 맨몸으로 한강 ‘풍덩’ 왜?
“한강 건너면 결혼한다”는 여친 말에 ‘풍덩’

사랑 때문에 맨몸으로 한강에 뛰어든 20대 남성이 결국 한강경찰대에 의해 구조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남대교 남단 시민공원에서 멀쩡하게 생긴 최모(25)씨가 갑자기 옷을 벗고 팬티바람으로 한강에 뛰어들었다. 최씨가 한강으로 뛰어든 이유는 단 하나, “한강을 건너면 결혼해주겠다”는 여자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깜깜한 새벽 한강을 가로지르기 시작한 최씨는 100여 미터를 전진하더니 이내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최씨는 한남대로 남단 7번째 교각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렸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익명의 시민은 한강경찰대에 신고했고, 최씨는 결국 한강경찰대에 의해 구조됐다. 당시 최씨는 경찰대에게 창피함을 토로하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고 구조되자마자 줄행랑쳤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구조 직후, 최씨의 구조를 신고한 사람이 여자친구가 아니었고, 최씨가 구조된 직후 문제의 여자친구는 현장에서 목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막나가던 10대 2인 돌연 사망 
술에 취해 환각에 취해 ‘황천행’

선배와 술 실력 겨룬 후 잠자다 숨져
‘니스’에 취해 발 헛디뎌 9층서 추락

16살 고등학생들의 철 없는 ‘일탈’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울산에서는 선배와 술 실력을 겨룬 학생이 잠자다 숨졌고, 김해에서는 한 학생이 유해화학물질인 니스를 흡입한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아파트 9층에서 추락사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지난 4일 오전 온산읍 모 상가 내 가게에서 박모(16)군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같은 날 새벽 1시30분께 온산읍 주택가 놀이터에서 선배 김모(17)군 등 4명과 술 실력을 겨룬다며 소주 4병을 마셨고, 이후 몸을 가누지 못했다. 박군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자 친구인 유모(16)군은 박군을 부축해 박군의 어머니 가게로 옮겼고, 박군은 취한 상태에서 혼자 잠이 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한편 박군은 선배들과 술 실력을 겨루기 앞서 3일 오후 11시께 이미 친구들과 온산읍의 한 다리 밑에서 혼자 소주 1병을 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구토물이 잠자는 박군의 기도를 막은 것 같다”면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해 중부경찰서는 지난 5일 오후 10시30분께 김해시 한 아파트 바닥에 떨어져 숨져 있는 조모(16)군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6일 오전 1시40분께 숨졌다고 밝혔다.

당시 조군은 아파트 경비원 김모(70)씨에 의해 발견됐으며, 경찰은 조군이 숨지기 직전 함께 있었던 친구 김모(16)군에 의해 사건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군은 사망 직전 김군과 함께 문구점에서 교재용 니스 2통을 구입한 뒤 아파트 9층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비닐봉지에 니스를 넣어 흡입하던 중 김군에게 또 다른 친구가 연락을 해왔고, 김군은 조군을 남겨두고 다른 친구와 함께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황상 두 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환각상태에 있던 조군이 발을 헛디뎌 추락사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이들의 소변을 채취해 환각물질 흡입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가출 10대 유인 성관계 몹쓸 30대 
솜털 ‘보송’ 10대와 짐승 30대 ‘잘못된 만남’9개월

성폭행으로 시작, 유인해 9개월 동거 성관계

부산 영도경찰서는 지난 7일 가출한 10대 청소년에게 숙식과 문화상품권 등을 제공하며 성관계를 가진 혐의(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김모(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29일 오후 10시30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밀양역 부근에서 서성이고 있는 이모(14)양을 발견, 근처 폐가에서 이양을 성폭행했다.
 
자신의 욕정을 채운 김씨는 이양의 처지를 확인하고 부산 서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이양을 유인했다. 숙식 제공과 함께 문화상품권 등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가출 후 달리 갈 곳이 없었던 이양은 김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고, 지난 6월26일까지 김씨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9개월간 수십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지능화·조직화 되고 있는 10대 범죄
10대 청소년 ‘초딩’ 상대로 “메신저 피싱?”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가 점점 지능화·조직화 되고 있다. 인터넷 메신저를 창구로 이용, 자신들보다 약한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협박해 부모의 개인정보를 빼낸 뒤, 소액결제를 하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1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6일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650차례에 걸쳐 250명의 초등학생을 상대로 2600만원을 챙긴 장모(16)군 등 2명을 구속하고 노모(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가출한 뒤 게임방을 전전하며 지내던 이들은 돈이 떨어지자 범행을 계획했다. 먼저 장 군 일당은 인터넷 메신저에 가입, 프로필 등을 확인한 뒤 초등학생들을 무작위로 친구추가 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의 ‘친구 맺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 초등학생들은 별 의심 없이 ‘친구 승낙’을 했고, 장 군 일당은 이때를 기다렸다.

무작위로 초등학생을 선정, 욕설을 퍼부으며 다짜고짜 부모님의 주민번호와 휴대폰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피해 초등학생들은 대화방을 나가려고 했지만, 장 군은 집요했다. “다니는 학교를 알고 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집단 폭행과 따돌림을 시키겠다”고 협박한 것. 특히 이들은 초등학생들에게 “너 때문에 부모님이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냐”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겁을 줬다.

마음 약한 초등학생들은 부모님 얘기에 겁에 질려 개인정보를 슬쩍 흘렸고, 장 군 일당은 이 개인정보를 이용, 사이버 문화상품권을 구입해 게임머니를 다시 구입하고 돈으로 환전하는 방법으로 돈을 굴렸다. 경찰 조사 결과, 장 군 일당은 이렇게 챙긴 돈으로 경북 구미에 원룸을 빌려 본격적인 사기 행각을 벌였고, 나머지는 유흥비로 탕진했다. 한편, 이들의 사기 행각에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 중 일부는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등 2차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 토막살해한 인면수심 ‘목사’ 자수
“신이시여, 저를 용서하소서”

가정문제로 아내 살해 후 토막 내 유기
실종신고 후 17개월 만에 경찰에 자수

신을 섬기는 목사가 아내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사실이 그의 자수에 의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의 동의 없이 낙태수술을 하고 신도들 앞에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게 살해 동기다. 경기도 성남 수정경찰서는 지난 5일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흉기로 훼손한 혐의(사체손괴 및 유기)로 목사 이모(5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4일 오후 11시30분께 성남시 태평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아내 A(50·여)와 말다툼을 벌이다 순간 화를 이기지 못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후 이씨는 17일 간 아내의 시신을 집 뒤편 담 밑에 숨겨 놓았다가 발각될까 두려운 나머지 지난해 3월22일 시신을 꺼내 여러 토막으로 훼손한 뒤 일부는 집 담벼락에 시멘트를 발라 은닉하고 일부는 경기 팔당호에 유기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내의 시신 일부는 이씨의 집과 옆집 담 사이에 고스란히 묻혀 있었음에도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이씨는 부인의 가출신고까지 했지만 사체가 숨겨진 이씨의 집을 방문한 경찰조차 범행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씨의 교회 신도들 역시 “목사님이 아내를 찾으러 다니시고 잠도 못자고, 굶고 못 드시기에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적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목회자로서 회한이 든다”면서 지난 4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아내가 동의 없이 낙태수술을 해 부부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면서 “또 아내가 자궁근종 수술 이후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해 온 것도 가정불화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17개월 만에 경찰에 범행을 자수한 이씨에게는 구속영장이 신청됐고, 경찰은 팔당호 근처에서 유기된 아내의 나머지 시신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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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