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치어리더 조건만남’ 내막

“하룻밤 얼마? 천만원이면 되겠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대기업 S사가 자사 임원을 사칭한 ‘조건만남’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금전적 대가를 전제로 치어리더 여성에게 만남을 제안하는 대화내용이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번져서다. 지금은 해당 내용이 SNS 상에서 삭제된 상태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인터넷 상을 떠돌고 있다. 조건만남을 제안한 직원은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대기업 S사 이모 상무가 프로농구팀과 프로야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치어리더 전모씨에게 ‘조건만남’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달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이씨와 치어리더 전모씨가 나눈 대화내용이 담긴 캡처 사진이 유포됐다. 캡처 사진 속에는 목도리를 한 채 손가락으로 브이 모양을 짓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이름 옆에는 ‘대기업 S사에서 근무’ ‘서울 거주’ 등 프로필이 공개돼 있었다.

뜬금없는 제안

대화내용은 간단했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확한 날짜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밤 9시54분 이씨는 전씨에게 뜬금없이 “조건? 천단위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소 황당한 메시지를 받은 치어리더 전씨는 11시22분에 “정신차려요”라며 조건만남 거부를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왜? 함 만나자”는 등 메시지를 보내며 만남을 요구했다.

갑작스러운 조건만남 제안에 심기가 불편했던 전씨는 페이스북 대화내용을 캡처한 뒤 자신의 뉴스피드에 ‘세상 살다 살다 별 사람 다 보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해당 내용은 SNS 등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이 같은 내용은 증권가 정보지 일명 ‘찌라시’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됐고 치어리더에 조건만남을 제안했던 직원 이씨는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사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S사 관계자는 “이○○이라는 상무는 회사에 없다”며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퇴사한 사람들 중에서도 이○○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상무가 아닌 대리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1000만원 단위의 조건을 내세운 점을 보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씨가 접근했던 치어리더 전씨는 170cm 49kg로 볼륨감 넘치는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로 2012년 야구장 응원단상에 올라 현재 프로농구팀과 프로야구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 S사는 이씨가 회사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사 임원 현황을 확인한 결과 그간 이씨의 이름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한밤중 페이스북 메시지로 “함 만나자”
확인 결과 해당기업과 무관…그럼 누구?
 
페이스북 시스템에서 이번 논란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하기 메뉴에서 성과 이름, 이메일, 휴대폰번호, 비밀번호, 생일 등을 간단하게 입력하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이메일 외에는 거짓 정보를 입력해도 회원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후 1단계 친구 찾기부터 4단계 프로필 사진 추가 등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정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사칭 활동이 가능하단 얘기다. 이번 일은 대기업 직원을 사칭해 조건만남을 꾀했던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분위기다.
 
 
이 같은 사칭 관련 문제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가수 자이언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이언티를 사칭하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사칭은 범죄”라고 알렸다. 사칭 내용을 보면 자신을 자이언티라고 사칭하며 팬카페에 글을 쓰는 등 회원들에게 사진을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트윗된 트윗에는 “페이스북이랑 네이버카페에 자기가 자이언티라며 글 올리는 이상한 사람이 있는데, 회원들한테 사진 올리라고 하고, 티켓 줄테니까 공연 오라고 하고 도를 넘는 중. 문제는 이게 진짜인줄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라고 담겨 있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스타들은 SNS 계정 해킹 등을 비롯해 사칭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다. 사칭 사례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무한도전 멤버 하하도 사칭 문제를 드러낸 바 있고, 배우 이종석은 자신의 인감 등이 위조되는 등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스타만 사칭하는 건 아니다. 현실에서는 대기업 임원 등 특정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달 28일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은 대기업 건설 현장을 돌며 대기업 임원을 사칭해 금품을 가로챈 사기범 A씨가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건설현장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나 부사장 ○○○인데 내 조카가 포항에서 출장 중 택시에서 지갑과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내가 지금 서울 한 호텔에서 정부 관료들과 미팅 중이라 일을 처리할 수 없으니 대신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카를 찾아 현금 50만원만 주라”고 했다.
 
실제 부사장의 이름, 형제와 조카의 이름까지 줄줄이 말했기 때문에 현장직원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결과 A씨는 젊은 시절부터 동일한 수법으로 대기업 현장사무소에서 금품을 가로채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같은 달 30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유명 건설회사 이사를 사칭해 여성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B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한 여성에게 접근해 자신을 대기업 건설회사 이사라고 소개한 뒤 충남 공주의 건설현장에 데려가 함바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보증금 명목으로 4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실제 공사 현장에 피해자를 데려가 구경을 시켜주고, 피해자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신뢰도를 높이는 등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칭하고 접근
 
앞서 6월19일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기업 직원을 사칭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5회에 걸쳐 1억2000만원 상당을 챙긴 C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주는 담배가 있다고 말을 꾸민 뒤, 담뱃값이 인상하기 전 미리 물량을 확보해야한다며 허위 담배투자협의서 등을 작성해 돈을 챙겼다. 사칭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산이 210조?’ 재벌 사칭한 백수
 
중국 재벌 2세라고 속여 50대 주부로부터 5억여원을 뜯어낸 전과 10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중국 재벌기업 2세를 사칭하며 청와대·국세청 등 고위공직자 로비자금 명목으로 박모(52·여)씨에게 약 5억2600만원을 뜯어낸 혐의(특경가법 사기)로 이모(64·구속)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이씨는 무직임에도 고급 승용차와 비싼 옷을 입고 다니며 중국 재벌 2세 행세를 했다. 이씨는 ‘상속재산 210조원을 국내로 반입하면 150조원을 3년 만기 국공채로 바꾸고 이 가운데 37조5000억원을 사례로 지급하겠다’고 박씨를 속였다. 박씨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165차례 현금을 인출해 이씨에게 준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의 아들은 어머니가 이씨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까지 수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지난 5월 이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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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