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느냐 뺏느냐' 창과 방패 대결

면세점 2차 대전 패자부활전 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올해 유통업계 초미 관심사는 서울과 제주 시내면세점 사업권 유치였다. 얼마 전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에게 그 영광이 돌아갔다.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 등 총 4곳 선정에 21개 기업이 뜨겁게 경쟁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연말 재입찰 예정 중인 서울과 부산의 4개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고배를 마신 기업들이 패자부활전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말 서울 3곳과 부산 1곳 등 국내 시내면세점 4곳의 특허가 만료된다. 후속 사업자 선정을 위한 특허신청도 지난 5월29일 공고된 상태다. 관세청은 2차 시내면세점 사업권자를 9월에 신청받은 뒤 11월 중 확정할 방침이다.
 
특허가 만료되는 면세점은 서울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 롯데면세점 롯데월드점(12월31일)과 부산 신세계면세점(12월15일)이다.
 
2차 면세점 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기업들의 유치 경쟁이 뜨겁다. 지난 10일 시내면세점의 신규사업자 선정에 고배를 마셨던 기업들이 만료 특허를 앞두고 2라운드에 돌입할 예정이다.
 
롯데와 신세계, SK네트웍스의 수성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특허 신청 사업계획서 제출까지 2개월여 남은 탓에 신규 진입 기업들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대전을 치르면서 유통기업 대부분이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사실상 준비를 마쳐 연말 2차전 역시 상당수가 참여하는 '격전'이 될 것이라는 게 면세점 업계의 분석이다.
 

쉬지 않은 재도전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 워커힐, 부산 신세계, 롯데 소공점, 롯데 월드타워점에게는 치열한 '수성전'이고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 탈락한 기업들 입장에선 '패자부활전'인 셈이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창으로 꼽히고 있는 기업은 신세계와 현대가 있으며, 방패로는 롯데와 SK그룹이 있다.
 
신세계는 지난번 경쟁에서 탈락해 고민이 가장 깊다. 2차 면세점 대전에서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도 지켜야 하며, 서울 시내 사업권도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첫 번째로 부산 면세 사업권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부산 최고 면세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면세사업의 핵심인 서울지역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세계는 1차 면세점 대전에 승부수를 띄웠다. 현재 남대문 시장 활성화와 한국은행 앞 분수 개선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공개한 상황이다.

올해 말 서울 3곳, 부산 1곳 허가 만료
얼마 전 고배 마신 기업들 마지막 기회 
 
현대백화점도 중소·중견기업과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하면서 면세사업의 칼을 뽑은 만큼 다시 한 번 휘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으나 연말 2차전에 참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현대백화점은 1차 면세점 대전 때 면세점 특허기간인 5년 동안 300억원가량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기부금액을 지역축제 개발, 학술연구, 장학금 지원 등 관광인프라 개발 지원과 한부모가정과 불우아동 후원, 장애아동 수술비 지원 등 소외계층지원사업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규 사업자들의 공약 면면을 보면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롯데면세점 본점은 35년 동안 사업을 지속해 왔다. 이 기간 동안 쌓아온 사업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의 집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롯데타임월드점의 작년 매출액은 각각 4조 3502억 원과 4820억 원으로 전체 롯데면세점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뺏기면 면세점 동력을 잃는 셈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소공점과 롯데월드점은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면세점 사업의 생존 자체가 걸려 있다”며 “특허권을 지키고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워커힐면세점을 쉽게 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워커힐면세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46%와 24% 증가한 2600억원, 110억원가량에 달해 알짜점포로 평가받는다. 특히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부재 속에서 번번이 신규 사업 진출에 실패해 워커힐면세점 사수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SK그룹은 지난 2012년 2월 SK하이닉스 인수를 마지막으로 최 회장 구속 후 신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 E&S가 ADT캡스와 STX에너지 인수를 중도 포기했고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에 밀린 이후 서울 시내면세점에도 탈락했다. SK그룹은 배산임수라도 쳐야 할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면세점 2차대전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대외 행보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너가 직접 뛰어다니며 물밑 지원을 해준 대기업들이 모두 선정됐기 때문이다. 범현대가와 범삼성가의 깜짝 만남으로 이슈가 된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메르스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중국으로 날아가 현지 여행사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한국 방문을 호소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면세점의 설계·인테리어 등까지 직접 도면을 보며 챙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유의 뚝심 있는 경영 스타일로 신규 면세점 사업권 신청을 가장 빨리 접수했다. 약속한 기부금 규모도 컸다. 경쟁업체보다 열세로 평가받았던 한화가 승리한 이유도 김승연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치열한 격전 예고 
 
하지만 1차 면세점 대전에서 탈락한 기업들 중 오는 9월에 열리는 입찰전 추가 참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곳도 있다. 특히 면세 사업부가 없는 이랜드가 불투명한 상태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기존 면세 사업부가 없는 기업은 면세 사업에서 손을 떼도 내부적으로 부담은 없다”며 “이랜드가 9월 입찰전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세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는 데다, 정부도 면세점 사업에 우호적이라 이랜드는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너인 박성경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번 2차 면세 사업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랜드는 “아직 9월 입찰 참가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고 밝혔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리하게 했다가 오히려 역풍 '면세점 조기 개점'
 
최근 사업자 선정을 마친 신규 시내면세점의 개점 시기가 올 연말로 당겨질 전망이다. 면세점을 통한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과 중소·중견 면세점 육성책도 추진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열린 제1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 장관은 “대형 면세점의 중소·중견 기업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상생협력기금 조성 목표를 당초 30억원에서 오는 2018년까지 1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신규 시내면세점의 개점시기를 당초 내년 초에서 올해 말로 앞당기고, 면세점 사업에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특성이나 현장 상황을 알면 연내 오픈은 무리가 있다"며 "무리하게 오픈을 했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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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