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기무사 권력암투 막후

정보기관 파워게임…충성경쟁 무리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해킹 파문과 관련해 의외의 사실이 고개를 들었다.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소속 S 소령의 휴대전화가 감청된 것이다. 관련 배경을 놓고 기무사를 겨냥한 조직적인 사찰 의혹이 제기된다. 국정원이 조직을 지키기 위해 경쟁 정보기관을 상대로 일종의 '파워게임'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란히 댓글을 통한 선거 개입을 시도했고, 감청 프로그램을 구입하며 '정보전'에 나섰다. 문제는 국정원 쪽의 의욕이 너무 과했다는 것이다.

단 1명의 피해자. 국정원 해킹 사건이 폭발력을 갖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지난 23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해킹 프로그램 중개업체 나나테크 사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믿어야 한다"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 국정원"
민간인 사찰 부인

우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혹은 공안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고발 내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여당에 유리한 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종 기소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만큼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2014년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서 국정원 본진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국정원은 3년 연속 압수수색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전망이다. 국정원으로서는 박근혜정부 들어 사실상 경쟁관계였던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는 터라 모욕감이 더하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첫 해명에 나선 뒤 줄곧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병호 국정원장은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은 있으나 북한이 대상"이라고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해킹수사 배당…압수수색 불가피
기무사 소령 상대 RCS 사용 감청 의혹


또 이 원장은 "2012년 1월과 7월,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각각 10회선씩 프로그램 20회선을 구입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원장의 해명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해킹팀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정황이 나온다. 특히 국정원의 프로그램 구매 대행업체인 나나테크는 2012년 12월6일 '긴급'이란 제목의 메일에서 "30회선 사용권을 한 달간 임시로 사용하게 해 달라"라고 해킹팀에 주문했다.

국정원 관계자로 알려진 아이디 devilangel1004@gmail.com(이하 데빌엔젤)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해킹팀에 스파이웨어를 심은 가짜 URL 제작을 의뢰했다. '떡볶이 맛집 소개' '금천구 벚꽃축제' '메르스 Q&A' 등 자국민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주제로 만든 URL은 195개에 달했다.

지난 17일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논란 관련 국정원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은 국민의 국정원"이라며 "국정원이 왜 무엇 때문에 우리 국민을 사찰하겠습니까.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라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국정원 주장의 핵심은 '20명분의 프로그램만 구입했기 때문에 최대 해킹 대상자가 2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동시 감청 대상이 20명일뿐 프로그램의 설정을 바꾸면 불특정 다수에 대한 감시가 가능하다는 반론이 있다. 야당 및 시민진영의 의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국가 정보기관의 감청 타깃이 고작 20명에 그쳤겠느냐는 것이다.

'1명의 피해자'
정보요원 가능성

하지만 국정원의 해명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감청의 동기와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면 일반 시민은 사찰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정보기관의 감청은 처음부터 특정인을 겨냥해 설계되고 실시간 감시를 주된 목표로 삼는다. 언제 어떤 말이나 행동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깃이 많으면 그에 필요한 인적·물적자원의 수요가 증가한다. 어느 순간 조직이 가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일부 타깃은 제외될 확률이 높다. 국정원이 제아무리 '빅브라더'를 꿈꾼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고3 수험생의 일상까지 속속들이 챙길 여력은 없다. 단 예외는 있다. 해당 수험생이 세월호 사건의 생존자라면 혹은 고위공직자·재벌총수·정치인의 자녀라면 감시의 유혹을 느끼는 것이 정보기관의 속성이다.


국정원은 분명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누군가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 누군가가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추할 수 있는 건 국정원의 상시 감청 대상에 '사회고위층'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노태우정부 때부터 김대중정부까지 일명 '미림팀'을 가동해 국회의원·학자·언론인 등 사회고위층 5000여명을 상대로 대통령 승인 하에 불법 도·감청을 자행했다.

그렇다면 이번 해킹 프로그램의 최종 타깃은 누구였을까. 한 가지 흥미로운 사건이 언론에 소개됐다. <시사IN> 등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에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기무사 소속 소령 S씨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국정원이 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를 사용, 자신을 감시했다"라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S씨에 대한 공소사실이 외부로 공표된 날은 지난 10일이다. 국정원 해킹 의혹이 각 일간지에 보도되던 시점과 맞물린다. 이날 국방부 검찰단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및 군형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S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알렸다. S씨는 지난 2013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국 측 기관요원으로 추정되는 A씨에게 3차례에 걸쳐 군사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S씨가 유출한 군사자료는 해군 함정 관련 3급 기밀자료 등 27건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방부는 S씨가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밀 가운데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관련한 자료는 없었다"라고 밝혀 축소·은폐 의혹을 확산시켰다. S씨는 지난 1월 중국 측 기관요원에게 사드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받았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기무사 후배인 Y 대위(해군 소속)와 연락했다.

Y 대위는 자신이 빼낸 3급 기밀을 S씨의 지시대로 충남 계룡대 당직실에 맡겼다. 기밀 중에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관련한 자료도 있었다. S씨는 이 자료를 자필로 가공해 A씨의 국내 협조자인 B씨와 만나 사진 형태의 정보로 제공했다. B씨에겐 "자료를 받은 즉시 파기해달라"라는 당부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국정원은 일찍부터 S씨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내사 진행 기간만 2년여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당초 S씨는 6월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입국할 예정이었다. 정보·보안분야에서 엘리트로 인정받은 S씨는 주중한국대사관 국방무관 보좌관으로 발령받은 상태였다. 주중한국대사관에는 전임 국가안보실장인 김장수 대사가 있었다.

엎치락뒤치락
기무사와 악연

그런데 S씨는 공항 수속을 밟던 중 긴급 체포됐다. 일각에선 김 대사를 포함한 군부에 일부러 망신을 준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사건을 주도한 국정원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국정원은 중국 측 협조자와 내통한 또 다른 장교를 찾고 있었다. 국정원은 앞서 감청 등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보하고 A씨와 연관된 내국인을 조사 대상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두말할 것 없이 '1호 타깃'은 기무사 소속 정보요원이었다.

<시사IN>에 따르면 S씨의 변호인은 국정원이 진행한 내사 단계에서 RCS의 사용을 의심했다. S씨가 나눈 채팅 내용과 통화 내역 등을 수사기관이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군 검찰은 S씨가 A씨와 말다툼한 내용까지 꿰고 있었다. S씨에 대한 감청영장은 지난 6월까지 모두 90여차례나 발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청에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심'서 멀어진 공신들 반란
정권 바뀔 때마다 '보고 전쟁'

만약 국정원이 내사 초기 단계부터 S씨의 휴대전화를 겨냥해 RSC를 사용했다면 이는 기무사를 노린 기획수사로 의심된다. 반대로 A씨를 표적삼아 RCS를 사용했더라도 최종 결론은 마찬가지다. A씨와 친분을 쌓은 군인이 기무사 소속이란 사실을 국정원 측에서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턱대고 타국 정보요원인 A씨를 감청했다면 사건의 앞뒤 전개가 뒤틀리는 상황이다.

국정원은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음지의 권력을 놓친 적이 없다. 이런 국정원에게도 잊을 수 없는 치욕의 역사가 있다. 바로 12·12 사태다.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현 국정원장)이 육군본부로 피신한 '그날' 양지와 음지의 권력은 모두 국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로 넘어갔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보안사도 민주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김영삼정부 출범과 함께 권력의 추는 다시 국정원에게 기울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지난 2008년 기무사가 국정원이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관사 이전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기무사 내곡동 이전에 가장 앞장서 반대한 기관이 국정원이다. 또 국정원은 기무사가 군사 관련 첩보 수집 외에는 할 수 없도록 정치권을 통해 견제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로서도 정권을 전복한 '원죄' 때문에 정치권의 비호를 받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잠잠했던 두 정보기관의 충성경쟁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다시 군불을 땠다. 이들은 나란히 댓글을 통한 대선 개입으로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했다. 특히 기무사 쪽이 거는 기대가 더 컸다고 전해진다. 아버지가 군인이고 동생 역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니 아무래도 군 출신을 더 우대하지 않겠냐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인 이들은 나란히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지 못했다.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국정원과 감청설비를 보강한 기무사 모두 자신들의 '정보'를 과시할 기회가 없었다. 대통령이 독대 보고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조연이 된 사이 핵심권력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대표되는 '법조그룹'과 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위시한 '문고리 그룹'이 장악했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없을 호기
불법 첩보수집

이 가운데 기무사는 2013년 11월 장경욱 당시 기무사령관의 경질과 지난해 이어진 이재수 현 3군사령부 부사령관(당시 기무사령관)의 사임으로 권력 경쟁에서 이탈했다. 차기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일반 국민을 상대로 정보 공작까지 했지만 끝내 이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국정원은 '증거 조작' 사건 등 잇따른 실책에도 권력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을 발탁한 것은 상징적이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가진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바로 동향보고서다. 통치자는 정권 중반을 넘어서면 정보기관이 써 올리는 보고서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입법·행정·사법부 장악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3년 차인 2015년은 국정원 입장에서 다시 없을 호기였다. 경쟁 기관인 기무사를 공격해 차별화를 꾀하고, 청와대의 신임을 회복한다면 '1인자' 자리까지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자신들과 거래한 해킹팀이 해킹당할 줄은 국정원조차 예상키 어려웠을 것이다.

정보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해킹 파문의 배경으로 국정원 내부의 지나친 실적 경쟁을 꼽고 있다. 다른 권력기관보다 정보에서 우위에 서려다보니 무리가 따랐다는 지적이다. 이는 내부 경쟁이 최고조에 이른 원 전 원장 때와 남재준 전 국정원장 재임 시기가 가장 의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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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