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썰렁한’ 세월호 특조위 가보니…

문만 열었지 사실상 무용지물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조사위원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예산을 한푼도 지급받지 못해 제대로 된 조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서울 중구 나라키움빌딩에 40여명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이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여기에 내홍까지 일면서 조직이 침몰 위기를 맞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설치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며 피해자 지원대책을 점검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임시사무실에서 서울 중구 나라키움빌딩으로 옮긴 지 3개월째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삐걱
 
지난 13일 서울 중구 저동 나라키움빌딩을 찾았다. 특조위는 빌딩 7층과 9층,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위원장 등 핵심부처 직원들은 9층에 상주하고 있다. 현재 파견 공무원과 상임위원 비서진 등 10명 안팎의 인원만 출근하고 있다. 4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눈에 띄는 직원은 한두 명뿐이었다. 내부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사무실 곳곳에는 ‘진상규명국’ ‘안정사회국’ ‘기획행정팀’ ‘소위원회지원팀’ 등 각 부서를 안내하는 A4용지가 붙어있지만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청소부 아주머니일 정도로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조사실 등 회의실 공간은 넉넉한 편이지만 사용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책상과 의자, 컴퓨터 대부분 새것이고 아직 포장을 뜯지 않는 물품도 적지 않았다.
 
특조위 상임위원과 비서진 급여는 몇 달째 지급되지 않고 있다. 건물 입주를 위한 보증금 등 물품 대금도 밀려 있다. 차량은 렌트비가 없어 모두 회수된 상태다. 특조위는 예산이 나오면 모든 비용을 지불할 계획이다. 특조위는 올초 해양수산부에서 8000만원가량 예산을 지원받아 경비로 사용해왔지만 4월14일 이마저 끊겼다.
 

특조위는 지난달 4일 별정직 공무원 채용을 위한 응시 원서 접수를 시작해 최근 면접을 실시했고 합격자들을 이달 중하순에 채용할 예정이다. 특조위에게 인력 충원은 분명 반길 일이지만 예산문제가 아직 제자리걸음이어서 내부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조사의 독립성, 성역없는 조사, 충분한 조사 기간과 인력, 예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특조위는 기획재정부(기재부)에 올해분 16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 7개월이 지나도록 특조위에 동전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은 10일 “기획재정부는 세월호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특조위 예산이 단 1원도 지급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기재부 세월호대책 TF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게 보낸 서면답변서를 통해 “특조위로부터 2015년도 예비비 요구서를 제출받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향후 세월호특별법과 시행령 개정 등 전반적인 논의사항 등을 고려해 특조위의 정상적인 출범과 활동 개시에 지장이 없도록 적정 소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원 없고 청소부만…텅 빈 사무실
돈줄 막혀 허송세월 ‘침몰 직전’
 
앞서 기재부는 4월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아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5월11일 시행령이 공포된 뒤에는 “특조위 인원 구성이 안 돼서”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분과 인원 구성이 안 됐는데도 2015년도 운영비 등을 예산으로 잡아 45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례는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의심에 무게를 실어준다. 장관급 국가기구가 반년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예산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이 마냥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공문 등을 통해 조사 자료를 요구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감사원 등 몇몇 기관은 사실상 자료요구에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나온 자료를 보내는 등 특조위 업무에 비협조적이라는 것이다.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1년이고 6개월 연장이 가능하지만 정부가 돈줄을 막으면서 반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세월호 참사 ‘골든타임’을 놓친 데 이어 진상조사의 골든타임 마저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특조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조위 여당 추천위원인 검사 출신의 조대환 부위원장은 13일 “새로 밝혀내야 할 진상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예산을 쓰는 것은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며 특조위 해체와 이석애 위원장 사퇴를 주장했고 ‘결근투쟁’에 들어갔다.
 
조 부위원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조사 대상자’라는 주장은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가해자와 병렬적으로 피해자인 유가족들도 명백한 조사 대상자인데, 위원장 등 일부 위원들이 유가족 혹은 배후지원세력인 사회단체와 접촉·유착하는 것은 특조위 독립성을 침해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조 부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결근하며 특조위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특조위 관계자에 따르면 조 부위원장은 결근 전까지는 직원들과 별 문제 없이 지냈다.
 
 
조 부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이석태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 추천위원의 일탈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 부위원장이 사실을 왜곡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특조위 운영을 전횡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매일 개최된 상임위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왔고, 중요사항은 합의 방식으로 처리해왔다”고 반박했다. 
 
역할 못하고 난항
 
또 조 부위원장이 “세월호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조위는 오랫동안 수많은 국민의 염원이 담겨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개인의 주장이나 희망에 의해 해체될 수 없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특조위 직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넓찍한 이 위원장실에 모여 회의를 하는 등 바쁜 모습을 보였다.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홍이 빚어지고 있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개정안 보니…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세월호참사의 원인규명 등에 대한 조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소위원회 활동을 강화하며, 사무처 조직편제와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이 아닌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13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조사결과에 국한 되었던 세월호참사의 원인규명 등에 대한 조사범위가 확대되고, 특조위의 업무 분담을 위하여 설치되는 소위원회의 활동이 사무처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차단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며 업무 및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보장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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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