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도록 쉽게 풀어본 서민금융 지원책 대해부

돈만 잘 갚으면 혜택·지원 ‘팍팍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이 방대해 서민들이 쉽게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요시사>에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정리했다.


서민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출시 따라오는 부담스러운 이자는 서민들을 더욱 궁핍한 상황으로 내몬다. 정부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얼마나 어떻게?]
 
정부는 현재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바꿔드림론)의 공급기간을 늘리고 규모를 연 4조5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올해 종료 예정이었던 햇살론의 경우 2020년까지 연장하고, 공급규모를 연 2조원에서 연 2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종료를 앞두고 있던 새희망홀씨 역시 2020년까지 5년간 연장하고, 공급규모를 연 2조원에서 연 2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확대할 방침이다. 미소금융은 연 3000억원에서 연 5000억원으로 2000억원 확대하며, 바꿔드림론은 국민행복기금 재원을 활용해 연 2000억원이 공급된다. 금리 부담도 대폭 완화된다. 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의 상한금리는 기존 12.0%에서 10.5%로 1.5%포인트 내려간다.
 
또, 고금리로 서민들의 삶을 옥죄었던 대부업의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34.9%에서 29.9%로 5%포인트 낮아진다. 금융위는 ‘대부업법’상 금융회사·대부업체의 최고금리를 인하해 서민층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 수준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운용 중인 대부업체, 저축은행, 캐피탈 등의 이용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약 270만명의 이자부담은 46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누가 혜택보나?]
 
성실하게 돈을 갚는 서민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지원 방안의 특징은 성실한 채무자에 대한 혜택을 늘렸다는 점이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빚을 지고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성실상환자가 긴급한 생계자금이 필요한 경우 긴급자금을 대출해줘 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로 빠지는 것을 막는다.
   

대상은 정부 정책 상품인 햇살론·미소금융·새희망홀씨 등의 채무를 1년 이상 성실하게 갚은 상환자다. 대출한도는 최대 500만원까지다. 금리는 기존 미소금융(4.5%), 햇살론(10.5% 이내), 새희망홀씨(10.5% 이내) 등의 대출상품 금리와 동일하다. 대출기간은 최대 1년간 거치한 후에 4년동안 원리금을 균등분할로 납입하면 된다.
 
금융위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 발표
내용 방대해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
 
다만, 새희망홀씨는 만기일시상환도 가능하며 대출기간은 은행의 자율에 맡긴다. 이들 상품은 개별 상품 취급기관 지점에서 신청(문의 1397)이 가능하다. 정부는 성실납부자 긴급자금 지원대출 상품을 오는 8월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실상환자에게는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햇살론을 성실 상환하는 경우 매년 대출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를 적용(예:매년 0.3%p 인하)할 예정이며, 미소금융(3개월 이후 1.0%p 인하), 새희망홀씨(매년 0.3%p 인하)도 인센티브 도입한다.
 
성실상환자에게는 소액한도의 신용카드를 발급해 제도금융권 이용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장기간 신용카드를 성실하게 이용해 기록이 누적되면 신용등급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 대상은 국민행복기금·신복위의 24개월 이상 성실상환자 또는 완제자다. 한도는 1인당 일반물품 구매 목적으로 사용한 월 50만원까지다.
 
[주거 관련 대출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거 관련 금융지원이 포함됐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상품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 고금리 전세대출(7∼8%대)을 은행권 저금리 대출(3∼4%대)로 전환해주는 ‘징검다리 전세보증’ 상품을 활성화한다. 지원 대상은 2012년 11월말 이전에 실행된 대출로 한정되던 것을 2015년 5월말 이전에 실행된 대출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소득 입증 기준도 완화했다.
 

징검다리 전세보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소득 입증 서류를 넓게 인정해 서민층의 제도 이용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는 국세청 발급 소득금액증명원만 인정하고 있으나, 소득 입증 범위가 넓어지면 급여명세표, 연금수령통장 등도 소득입증 서류에 포함된다. 또, 연소득 15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 주금공 전세대출 보증을 이용할 때 인정하는 간주 소득을 상향 조정(1800만원∼4500만원→2500만원∼5000만원)해 보증한도를 우대하기로 했다. 간주 소득 상향 조정에 따라 저소득층도 최대 5000만원(현행 최대 4500만원)까지 전세대출 보증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임대주택 거주자 대상 임차보증금 대출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초수급자 등이 임차보증금을 저리로 대출받아 월세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대상은 현행 LH공사 임대주택 42만호에 SH공사 등 지역개발공사 임대주택 2만5000호가 추가된다. 대출한도는 현행 최대 10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으로 확대된다. 대출금리는 현재와 같이 2.5% 수준이다.
 
[교육비 대출도?]
 
정부는 교육비 등 서민생활 맞춤 대출 지원을 강화했다. 교육비 관련 대출 강화와 관련해서는 저소득 가구 자녀의 방과 후 학교나 고교 수업료 등의 교육비를 저리대출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출한도는 1가구 당 최대 500만원이며, 4.5% 금리가 적용된다. 대출을 원하는 이용자는 방과 후 학교 또는 수업료 등을 지원받았는지 여부를 증명(스쿨뱅킹 통장사본 등)하면 미소재단에서 확인 후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취약 계층인 저소득 노인층을 위한 금융지원도 강화된다. 미소재단은 저소득층 고령자가 가입한 보장성 보험이 일시적 미납으로 실효되지 않도록 보험료를 지원한다. 미소재단은 보험사가 추천한 지원대상자(예: 전체 보험료의 1/3 이상 납부한 자 등)에 대해 신청사유, 보험료 납입내역 등을 심사해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대상은 65세 이상 차상위계층 가운데 기초수급고령자(65세)이다. 또, 이들은 은행 예금 가입시 0.8∼1.2%의 우대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게 된다.
 
장애인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도 포함됐다. 미소재단은 저소득 장애인의 자활·자립 지원을 위해 생계자금을 저리대출 지원한다. 대상은 차상위계층 이하 또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장애인이다. 조건은 1인당 최대 1200만원을 3%의 금리로 대출한다.
 
[돈 없는 채무자는?]
 
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에게 재활기회가 주어지도록 금융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차상위계층에 대해 국민행복기금·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의 채무 감면율 확대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국민행복기금·신복위 채무조정 대상자 중 차상위계층이다. 원금감면율을 현행보다 10%p 확대 적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행 최대 50%였던 원금감면율은 최대 60%로 늘어나게 된다.
 
또, 채무연체자의 불필요한 부담이 감면된다.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무자 중 사실상 상환능력 없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로 관리한다. 대상은 국민행복기금 보유 기초수급 연체자 채권 중 재산·소득심사(3년단위 재심사) 결과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채권이다. 채무자의 희망에 따라 ▲장기간 채무 상환 유예 ▲공적 파산으로의 무료 연계를 지원한다.
 
또, 사적 채무조정기관(국민행복기금·신복위)과 공적 채무조정기관(법원 회생·파산)간 연계 지원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에서만 시행하는 패스트 트랙(Fast-Track)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 패스트 트랙은 행복기금·신복위가 신용상담보고서를 발급, 법률구조공단에 인계하고, 법원은 부채증명서 생략, 재산·소득조사 간소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관련 절차 단축(통상 6개월→Fast Track 3개월)했다. 향후 서민금융진흥원내 ‘원스톱 법률지원단’ 구성하여 신속한 연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전문인력(변호사, 법무사 등)을 중심으로 구성해 회생, 파산이 필요한 채무자를 법원과 연계함으로써 채무조정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파산진행과정 등을 지속 관리한다.
 
[고용지원 누구에?]
 
향후 개소되는 고용·복지센터에 서민금융 지원인력이 최대한 입주한다. 서민금융과 고용·복지 지원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4년 현재 10개소 수준인 통합지원 센터는 2017년까지 70여개 수준으로 늘어난다. 올해에는 고용복지센터가 전국에 총 30개소 추가 개소하는 가운데 27개소에 서민금융센터가 신규로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는 “향후 고용·복지센터에 서민금융진흥원 지점을 입주시켜 서민금융 상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대출,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민 계층의 자활을 돕도록 미소금융의 창업·운영자금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서 현행 ‘7등급 이하자 또는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이하’인 기준이 ‘6등급+연소득 40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로 개선된다.
 
규모는 확대 기준은 완화
맞춤형 지원…복지도 연계
 
아울러 금융채무 연체자 가운데 직업이 마땅치 않은 서민들을 위해 일자리 제공과 재산형성 기회를 제공한다. 대상은 상환의지는 있으나 실직 등으로 채무상환에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 채무 연체자다. 절차는 국민행복기금, 신복위에서 대상자를 추천하면 보건복지부 자활근로사업으로 일자리를 연계해 제공한다. 
 
대상자는 인건비 일부를 내일키움통장을 통해 3년간 월 10원씩 저축하고 정부에서는 자활근로 수익금 명목으로 ‘매칭저축(최대 25만원)’을 지원한다. 이 저축액으로 잔여채무를 상환시 15%의 우대감면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미소금융재단 역시 미소금융상품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재산형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소금융재단은 대상자가 일정금액을 저축할 경우 저축액의 최대 3배를 매칭하여 적립해, 이에 대한 이자분을 대상자에게 제공한다. 미소금융의 저축은 적용금리 또한 시중 적금금리의 약 2배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애매한 신용등급은?]
 
제도권 금융의 대출을 받기에는 신용이 낮고, 서민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기에는 신용이 높은 서민들을 위한 ‘징검다리론’이 출시된다. 그동안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원리금을 성실히 납입한 이용자가 신용을 회복할 경우 서민금융상품 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되지만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하기엔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있었다.
 
오는 11월 전국의 시중은행에 도입될 예정인 ‘징검다리론’은 새희망홀씨·햇살론·미소금융·바꿔드림론 등 4대 정책상품을 장기간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이라면 은행에서 연 9.0%의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donky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