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치고 또 헤집고 “걸리면 용서는 없다”


전국에 사정광풍이 몰아칠 분위기다. 검찰과 경찰 등 두 사정기관이 사회 각 분야 비리 검거와 척결에 본격 나서고 있는 탓이다. 선거사범 단속과 처벌, 민생침해 사범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18대 총선 공소시효가 끝나는 10월9일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 들어서도 잇달아 현역 국회의원과 그 가족 등이 검찰에 소환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정’의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경찰이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서울청 기동본부 연경장에서 민생치안전문 경찰관 부대 발대식을 갖고 ‘스텔스’와 ‘그린포스’ 부대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린포스는 안정되고 평안한 치안을 확보하는 경찰력을 상징하고 스텔스는 불법업소에 대한 은밀하고 치밀한 단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대의 주 구성원은 그간 촛불집회 등 집회?시위 관리에 주로 투입됐던 경찰관 기동대원들 중 6백여 명이다. 경찰관 기동대 2개 부대 2백40명과 여경 1개 제대 33명 등 모두 2백73명으로 구성된 스텔스 부대는 성매매업소 등의 단속을 담당한다.

반면 3개 부대 3백60명으로 구성된 그린포스 부대는 주택가 밀집지역과 범죄 다발지역에서 순찰과 검문 등 범죄 예방과 현행범 검거 활동에 나선다.

스텔스 부대는 발대식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서울 시내 일부 유흥가로 투입돼 단속 활동을 시작했다. 경찰관 기동대 중 민생치안 활동에 투입되지 않는 나머지 3개 부대는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촛불 수배자 검거와 집회 시위 대응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은밀하고 치밀한 단속
불법업소 ‘초토화’


첫 활동에 들어간 스텔스 부대는 불법성인 오락실을 급습했다. 경찰은 뒷문으로 도망간 업주를 잡기 위해 소방서에 지원까지 요청해가며 철문을 뜯어냈다. 손님과 업주들은 도망이나 숨어도 봤지만 결국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은 사행성 오락실 3군데를 적발해 모두 1백50여대의 오락기와 현금 1천3백여 만원을 증거품으로 압수했으며 업주와 종업원들을 형사 입건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린포스 부대는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 자료 등을 근거로 설정한 특별치안활동 강화지역과 주택가 밀집지역에 집중 투입되고 스텔스 부대는 종로와 강남, 영등포, 동대문 등지에 산재한 불법 오락실과 성매매업소 단속에 집중된다.

검찰 역시 사정 칼날을 높이 치켜들었다. 대검찰청은 내년 3월을 전후해 공안부에 공안3과를 다시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대검 공안부는 공안 1∼4과 체제로 운영되어오다 지난 1994년 공안4과가, 2005년에 공안3과가 폐지됐다.

신설되는 공안3과는 촛불시위자 등 새로운 유형의 집단행동 사범이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뢰저해 사범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공안3과는 부장검사급 과장과 검사 1∼2명을 포함해 10여 명 규모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공안1과는 대공?선거사범, 공안2과는 학원?노동사범을 전담하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테러와 새로운 형태의 공안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안3과 신설을 추진하게 됐다. 대검과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만 15명 내외’,  ‘모 의원이 잠적했다’는 등 당내에 사정괴담이 돌자 매우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5년여 만에 당사를 이전해 여의도로 복귀한 민주당은 당사이전으로 인한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당 내부적으로는 사정 한파 바람에 곤혹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당 상임고문단 오찬 회의를 연 자리에서 보복사정에 대한 여러 불만과 대응책 마련과 관련한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참석했던 한명숙 전 총리와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전 정권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민주당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전 정권과 관련 있는 기업들은 일단 모조리 뒤지고 있는 것 같다. 전 정권 실세 정치인 주변도 모두 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며 자신들의 생각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 핵심 인사들도 최근 모임을 갖고 사정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나의 경우 노무현 정권의 핵심도 아니었는데 내 주변을 캐고 있는 느낌이다. 활동하는 데 있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5명 사정설에
민주당 ‘발끈’


분위기가 이처럼 위축되자 정세균 대표는 검찰과 경찰의 사정 움직임과 관련해 당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보복사정은 막아야 한다는 뜻을 천명했다. 사정기관의 수사가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때에는 주저없이 사정기관 관련 부서 장관과 검찰총장 해임건의안 제출 등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10월9일 끝나는 총선 사범 수사 시한을 앞두고 검찰은 막바지 수사에 한창인 반면 관련 혐의 대상 의원들은 불안한 마음에 좌불안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월12일 현재 4월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해 이미 기소됐거나 수사 중에 있는 국회의원 관련자의 수는 선거법위반 기소 20명, 구속 3명이다. 검찰이 현재 수사중인 35명에 대해서는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예정에 있다. 구속된 장본인은 정국교(민주당·비례대표), 이한정(창조한국당·비례대표), 김일윤(무소속·경북 경주) 의원 등 3명이다.

현재 1심 재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은 의원들은 모두 9명이다. 모든 수사가 마무리되면 당선 무효를 받을 의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천 헌금과 관련해 기소된 친박연대 비례대표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의원과 이한정 의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구본철(한나라당·인천 부평을), 김세웅(민주당·전주 덕진), 이무영(무소속·전주 완산갑) 의원과 김일윤 정국교 의원은 벌금 1백만원 이상을 받았다. 대부분 벌금 액수가 3백만원을 넘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사범에 대한 6개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법처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던 문국현(창조한국당·은평을) 의원은 불구속 기소가 확정적이다. 유선호(민주당·전남 장흥), 조진형(한나라당·인천 부평갑), 조전혁(한나라당·인천 남동을), 임두성(한나라당·비례대표), 강용석(한나라당·마포을) 홍정욱(한나라당·노원병) 의원 등 6명은 1심에서 1백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됨으로써마음 놓고 의정활동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검찰, 수사진행 사건들
“가장 먼저 해결하자”


검찰이 가장 최근 수사를 진행시키고 있는 사건 중에는 청주지검이 있다. 청주지검은 지난 9월18일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허위사실 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원)을 최근 소환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총선기간 중 의정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고발함에 따라 변 의원을 소환해 지난 총선기간 중 의정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보다 앞서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지난 총선 당시 각종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고발한 민주당 오제세 의원(청주 흥덕갑)을 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52·수영)은 9월17일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기국회가 개회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유 의원 스스로가 검찰 수사에 순순히 응하겠다고 해 소환조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현역의원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박규은)는 유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사전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실확인 조사를 벌였다. 유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 앞서 세 차례에 걸쳐 유권자들에게 기부행위를 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확인돼 지난 7월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 의원의 혐의는 지난 3월 수영구 남천동의 한 음식점에서 유권자 6명의 식사자리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고, 앞선 2월에도 해운대구의 한 식당에서 지역구 학부모 9명에게 지지를 부탁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새마을부녀회 회원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여성단체 대표와 회원들에게 4만3천원 상당의 케이크를 기부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해 4월부터 올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수영구 주민 결혼식에 참석, 주례 또는 축사를 하는 방법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고발건에 대해서도 유 의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 회기중이라 검찰에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떳떳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마무리한다는 차원에서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9월18일 과거 한보철강 인수 당시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현미(46·여) 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했던 AK캐피탈 실무책임자인 문모(45·구속)씨 측으로부터 후원금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았다는 정황을 잡고 진위와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의원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김 전 의원 측이 연기를 요청해 출석 날짜를 조율했다. 김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국내 언론비서관을 지냈고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지난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의 공동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검찰은 한 때 정치권에 몸담았던 문모씨가 AK캐피탈 권호성 대표를 도와 한보철강 인수 사업에 관여했으며 정당 당직자 출신의 브로커 이모(61·구속)씨에게 국회의원 대상 로비 명목으로 2004년 7월부터 9월까지 1억4천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성윤)는 17일 민주당 김재균 의원(광주 북구을)의 부인 주모(55)씨에 대해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초의회 의장선거와 관련, 후보들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주모씨는 광주 북구의회 후반기 의장선거를 앞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최모(63·구속) 현 북구의회 의장에게 8천만원을, 선거에서 떨어진 김모(67·여) 북구의회 의원에게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명의 의장 후보는 ‘의장 선거권을 가진 북구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남편에게 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주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주씨는 ‘빌린 돈’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도 ‘남편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부탁하는 대가로 채무를 면제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주씨가 대체로 사실관계를 모두 시인했다. 돈을 준 다른 구의원에 대해서도 적절한 검토를 거쳐 비슷한 혐의를 적용할 생각이다” 말했다.

돈을 주고받은 두 명이 구속된 가운데 수사의 초점은 주씨가 받은 돈의 용처와 김 의원의 개입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가 3천만원은 돌려주고 최 의장으로부터 받은 8천만원은 서울에 집을 얻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고 이 사실을 김 의원이 알고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기초의회 의장선거관련
뒷돈 거래 의혹도 수사


검찰은 또 애초 진정서에 담긴 총선 당시 채무 불성실 신고 등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 측은 성명을 통해 자신의 부인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 일관되게 상식적인 개인간 채무라며 음해세력의 말만 듣고 벌인 표적수사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은 “증거는 없고 오직 음해세력의 말만 있을 뿐인데 그것을 기초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표적수사다. 검찰은 즉각 표적수사를 중단하고, 무고한 정치인과 정치인의 아내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음해세력을 발본색원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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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