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꿈 찾아 세계로 떠난 동양화가 최현주

"상상의 정원으로 놀러 오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동양화가 최현주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은 '상상정원II'로 지난 2011년 있었던 '상상정원'의 연작이다. 현대적 동양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은 자연과 인생 그리고 성장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최현주 작가는 지난 12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로 활동했다. 같은 기간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과 영화 제작 과정의 스태프로 섭외됐다. 바쁜 스케줄에도 다양한 예술적 실험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구나 도자기 등 공예 분야에서까지 두각을 나타낸 최 작가다.

다재다능한 화가

최 작가는 애니메이션과 교수를 그만둔 뒤로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났다. 배낭을 멘 1년간 지구촌 곳곳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이번 전시는 최 작가가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첫 번째로 열리는 개인전이다. 나이 마흔에 이르러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최 작가는 그림을 한보따리 둘러메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갤러리도스에서 선보일 '상상정원II'는 지난 2011년 있었던 '상상정원'의 연작이다. 앞선 전시에서 최 작가는 관객에게 익숙한 상징(사물 혹은 생물)을 확대하거나 축소시켜 새로운 환경에 배치했다. 익힌 계란 요리 위에 난초가 피고, 초코케이크 모양의 산 주변에 자전거 도로가 놓이는 식이다. 유쾌함과 기발함이 가득한 작품에 관객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번 '상상정원II'는 '상상정원'과 비슷한 주제 의식에서 출발해 진일보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오감을 자극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른 배경의 나무 위에선 새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정갈한 꽃밭 위로는 풀내음이 가득했다.


최 작가는 자신의 여행을 두 가지 방식으로 기록했다. 첫째는 여행자로서의 객관적인 여정을 담은 그림이고, 둘째는 각 여행지에서 느꼈던 심상을 주관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두 번째 방식의 경우 그림 속 조형들은 만화적 묘사로 표현력을 높였다.

오는 30일까지 갤러리도스서 개인전
세계여행 소재로 작업…상상력 자극

동양화를 전공한 최 작가는 전통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림을 그려왔다. 현실을 반영하거나 다양한 소재를 결합해 현대적인 동양화를 그리겠다는 포부였다. 최 작가가 표현하는 그림의 본질은 생명이다. 얕은 물에서 울창한 나무숲이 자라는 광경은 생명에 대한 최 작가의 애착을 드러낸다.

상상정원에서 다뤄지는 대상들은 대체로 평범한 '자연물'이다. 특별할 것 없는 생명들은 최 작가의 정원으로 들어가 생기를 띤다. 메추리알들은 날개가 돋고, 구름은 살아 숨 쉬는 존재로 태어난다. 브로콜리는 바람에 흔들려 춤을 춘다. 일상을 벗어난 초자연적 풍경이 주는 신비로움이 최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전시 제목에서 상상에 포인트를 준 것은 작가의 숨은 의중을 암시한다.

'상상정원II'의 작품들은 대부분 여행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최 작가 개인의 여행기인 셈인데 여행 당시의 감정을 관객에게 극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감동의 강요는 없다. 자신의 머릿속을 화폭에 옮겨 놓고, 정원으로 놀러 오라며 손짓할 뿐이다.

꼼꼼한 채색과 유려한 붓질은 그림의 몰입력을 높이고 있다. 동양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구도 면에선 정물화의 느낌이 강하다. 특히 세계여행을 소재로 한 그림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에 있다. 작품 전반의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는 초기 인상파의 작품과 대비된다.

낭만적인 그림


최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되도록 많은 곳을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이로운 자연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얻어 좋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가족의 식탁 혹은 외로운 이의 곁에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알고, 그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최 작가. 최현주가 들려주는 '자연의 노래'에 귀기울여봄은 어떨까.

 

<angeli@ilyosisa.co.kr>


[최현주 작가는?]

▲ 홍익대 동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 개인전 갤러리 담(2008), 갤러리 쌈지(2009), 갤러리 이레(2011), 갤러리 도스(2015) 등 4회
▲ 단체전 이형갤러리, 홍콩 MOON갤러리, 사비나미술관, GS갤러리, 제주도립미술관, 갤러리ArtUser, 인터컨티넨탈호텔, 이탈리아 ASOLO 등 다수
▲ 작품소장 쌈지, 디키즈 코리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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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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