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고스펙 조건만남’ 소개팅앱 해부

“대기업 직원만 가입하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대기업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앱이 등장해 화제다. 앱 설치 후 본인의 회사를 선택, 회사 이메일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앱 리스트에 등록된 180여개 업체의 직원만 가입할 수 있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 사원이거나 초·중·고교 교사여야만 앱을 이용할 수 있다. 합리적인 조건만남이라는 반응과 함께 외적 스펙만 강조하는 세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소개팅 앱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가운데 대기업 등 특정 회사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싱글 남녀를 이어주는 신개념 앱이 등장해 화제다. 소개팅앱 ‘메이저’는 지금껏 알려져 있는 소개팅 앱과는 성격이 다르게 외모와 학력을 넘어 직장을 가입 조건으로 내세운다. ‘직장 인증’을 거쳐야만 앱을 이용할 수 있다.

프로필 통과해야
 
메이저는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루에 한 번 메이저 회원을 소개해주는 ‘메이저 소개팅’과 회원들과 연애, 일 등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익명게시판 ‘메이저톡’을 이용할 수 있다. 단, 같은 회사 직원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지난달 5일 ‘페이즐리’가 출시한 메이저 앱 이용자는 600여명이다. 이들은 다소 까다로운 인증을 거쳐 메이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메이저는 진입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타 소개팅 앱과 달리 회원 수가 폭증하지는 않는다. 까다로운 인증을 거친 자만이 메이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복가입과 명의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인증을 거치고 실제 재직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회사 인증을 거친다. 성의없는 프로필 입력을 방지하기 위해 프로필을 면밀히 검토하기도 한다. 주로 직장 동료와 만든 모바일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메이저에 오픈된 기업을 보면 구글, 금융감독원, 기아자동차, 네이버, 넥슨, 다음카카오, 두산계열, 대우건설, 대한항공, 롯데계열, 미래에셋증권, 삼성계열, 조선일보, 포스코, 한화계열, 현대카드, KT 등 업종별 주요 업체는 물론이고 초중고 교사가 포함돼 있다. 메이저 기업 재직 여부를 강조한 앱에 걸맞게 이용자 프로필에는 사진, 닉네임 다음에 소속 회사 이름이 뜬다.
 
재직 중인 회사가 목록에 없는 경우 회사 등록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자가 많은 회사일수록 등록이 우선 검토된다. 등록 완료 후에는 이메일로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 회사의 규모, 요청 횟수 등을 감안해 리스트에 오른다. 현재 메이저 앱 게시판에는 “콘텐츠가 기발하다” 는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펙 만능주의’가 소개팅 앱으로까지 번졌다며 혀를 차기도 한다. 이와 함께 익명이 가득한 온라인 공간에서 좀 더 정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스트 등록된 180개 업체 소속원들 대상
메이저 만남 주선…직장인증 거쳐야 이용
 
메이저뿐만이 아니다. 출신 대학을 인증해 이성을 소개해주는 앱도 있다. 서울대생을 위한 소개팅 앱 ‘스누매치’가 대표적이다. 대학 계정 이메일로 서울대생임을 인증한 뒤 이성을 소개받는 앱이다. 서울대생이 아니어도 가입할 순 있지만 상대방이 원치 않으면 매칭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대생 위주로 소통하는 모양새다. 스누매치는 서울대 기계과 학생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한 결과 탄생했다.
 
이 같은 앱은 이미 활성화 단계다. 소개팅 앱 초기에는 상대방의 외모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특정 조건을 따지는 분위기다.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도 마찬가지다. 무려 10만회 이상 내려받은 인기 앱이다. 아만다는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이성들의 프로필 심사를 통과해야만 회원 자격을 준다.
 
 
아만다 회원이 될 경우 500명의 엘리트 남녀와 접촉이 가능하다. 기존 회원이 새로 가입하는 이성의 프로필을 심사해서 ‘여자가 선택한 좋은 남자’ ‘남자가 선택한 좋은 여자’를 회원으로 올린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클린아만다’ 정책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메이저의 경우와 같이 각종 인증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접속 후 1주일이 지나면 잠수회원으로 간주해 휴면상태가 된다. 아만다에 유령회원은 없다.
 

전문 매니저가 프리미엄 소개팅을 주선하는 앱도 눈길을 끈다. ‘살랑’은 온라인상으로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소셜데이팅 서비스인 것이다. 살랑은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에게 맞는 이상형을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간에 소개시켜준다.
 
살랑이 다른 소개팅 앱과 다른 점은 프리미엄 1대1 소개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개팅이 가능한 지역 및 날짜, 원하는 이성의 나이, 스타일 등을 선택하면 소개팅 매니저가 수동매칭을 주선한다.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성인들을 대상으로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티켓투라이드가 살랑을 다운로드한 3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발표에 따르면 살랑 앱 이용자 중 20, 30대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녀가 총 3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세분화하면 연구직, 엔지니어, 사무직, 개인사업가 등의 비중이 높다.

그들만의 리그
 
이처럼 쏟아지는 소개팅 앱에 대해 좋은 이성을 만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라는 주장과 함께 개인의 인성보다 외모, 학벌, 직업 등 외적 스펙만을 강조하는 세태에 대한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선자가 없는 온라인 소개팅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과거 공개’ 남녀 생각은?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20~30대 미혼남녀 619명(남성 293명, 여성 326명)을 대상으로 ‘연애 사실 공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공개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연애 사실 공개 여부에 대해 남녀가 확연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전체의 52.7%는 ‘사귄 직후 연애 사실을 공개한다’고 응답했다. 남성의 경우 66.9%가 ‘공개한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61.7%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혼남녀 대부분은 연애 사실 공개 방법으로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만 공개(37.4%)’와 ‘소식을 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25.8%)’을 선택했다. 이어 ‘SNS에 함께 찍은 사진으로 프로필 교체(20.9%)’ ‘SNS에 연애 사실 공개 게시글 작성(10.5%)’ 등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방식을 취했다.
 
‘연인과의 공개 연애를 후회한 때’에 대해 남성은 ‘연인과 헤어졌을 때(38.6%)’를, 여성은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43.6%)’를 1위로 꼽았다. 반면 ‘후회한 적 없다’는 답변은 전체의 20.5%에 그쳤다. 마지막까지 연애사실 공개가 꺼려지는 그룹은 남녀 공히 ‘가족(37.9%)’과 ‘전 연인(17.2%)’으로 나타났다.
 
연애 사실을 공개하는 사람(321명)의 2명 중 1명은 그 이유를 ‘굳이 숨길 이유가 없어서(49.5%)’라고 답했다. ‘연인이 내 것이란 것을 주위에 인식시키기 위해(20.6%)’ ‘기쁘고 좋은 소식이라 축하 받고 싶어서(14.0%)’란 의견 순이었다.
 
연애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298명)들의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연애기간이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36.2%)’이다. ‘내 사생활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필요 없어서(34.2%)’란 답변도 많았다. 기타 이유로는 ‘CC(캠퍼스 커플/사내 커플)여서 주변 관계에 피해가 갈까 봐(17.1%)’ ‘다른 이성을 만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10.4%)’ 등이 있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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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