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PGA투어 전망

다양한 정책 변화 시도 ‘흐린 뒤 맑음?’

2015년은 한국남자프로골프계에 무척 중요한 해다. 세계 최강 미국남자골프와 한국을 포함한 인터내셔널팀 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남자골프의 민낯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해인 것이다.

우승시드 확대, 스폰서 추천 권한 확대
올시즌 상금왕, 상금순위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올해 15개 대회, 99억원 규모로 치러질 국내 남자골프는 대회 수나 상금 규모에서 여자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여자골프 대회는 총 29개 대회에 총상금 184억원 규모다.

대회 수, 상금 규모
여자대회 절반 수준

세계 최강 한국여자골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한국남자골프의 힘도 결코 허약하지 않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공식 홈페이지(www.pgatour.com)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동포 선수를 포함해 미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출전자를 갖고 있는 나라다. 잠재력이나 선수층으로 보면 스타가 꾸준히 나올 비옥한 토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남자투어의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투어만으로 유지되기보다는 해외투어 스케줄에 영향 받는 종속변수의 조짐마저 보인다. 10월에 프레지던츠컵이 열린다지만 대체적으로 여자투어로만 관심과 돈이 집중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3월 하순 발표된 남자투어 스케줄은 14개 대회를 치렀던 지난해에서 한 개 늘어난 15개 대회로 치러지며 총상금 규모는 지난해 91억원보다 8억원 늘어난 99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개막전은 4월 넷째 주에 올해로 11년째 열리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총상금 4억원)이다.
2009년부터 6년간 여자대회를 치른 주방가구제작업체 넵스는 올해 남자투어로 돌려 총상금 4억원 규모의 ‘넵스마스터피스’를 개최한다. 김우현 선수의 아버지가 스폰서가 된 바이네르오픈도 올 시즌은 수도권에서 대회를 이어간다. 국내 최고역사의 KPGA선수권은 총상금 10억원 규모로 열리고, 제58회 한국오픈은 9월 둘째 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올해 다양한 정책 변화를 시도했다. 첫째는 우승시드 확대다. 10년 이상 이어온 대회는 3년의 우승시드를 부여하고, 20년 이상의 대회는 4년, 3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대회는 5년의 우승시드를 부여한다.
두 번째는 대회를 개최하는 스폰서의 추천 권한 확대다. 종전까지 추천 선수는 스폰서 2명, 주관방송사 1명, 골프장 추천 1명이었으나 올해부터는 10퍼센트 이하로 넓혀 개정했다.
마지막으로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 소속 선수의 투어 출전이 확정된 것이다. 올 시즌 최초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겨냥해 꾸려진 상무 소속 선수들의 모습을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KPGA 관계자는 “올해 남자 협회에서는 대회수 증가의 초점을 선수의 생활 터전 확보 관점으로만 봐왔던 데서 탈피해 남자선수들이 대중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에 해오던 우승 선수들이 아마추어골퍼와 라운드하는 해피투게더, 프로암 감사카드 등의 노력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남자골프계가 침체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남자선수들은 대회수가 여자선수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 따라서 메이저급인 한두 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거기서 상금왕이 결정되는 사례가 많았다. 예컨대 한국오픈 우승 상금 3억원은 일반 대회 총상금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특정 대회가 투어 전체를 좌우하는 사례가 많았다.
국내 대회수가 적다 보니 해외 대회에서 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가끔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았다. 2011년 상금왕 김경태부터 이는 매년 반복되어온 결과다.
또 그동안에는 슈퍼스타가 없었다. 우승자는 비슷비슷한 스코어로 마지막 날에 가려졌다. 한 번에 떠오르는 선수가 없다. 올해 패널 예측에서 특히 그러한데, 패널 간에 모아지는 최대 공약수가 부족하다. 매년 상금 상위권을 예측해도 그때마다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다. 실력에 큰 차이가 없으니 대회 당일의 컨디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지난 2013년 상금왕에 오른 강성훈의 우승 궤적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미국 1부투어 자격을 잃고 실의에 빠져 국내에 머물던 강성훈에게 최경주인비테이셔널을 주최한 최경주가 초청선수로 불렀고, 마침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강성훈은 그 자격으로 이어진 한국오픈에 출전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2위로 마치는가 했다. 그런데 1위를 확정 지은 것 같던 김형태의 다소 황당한 룰 위반 논쟁으로 인해 강성훈이 우승 트로피를 안았고 또 그해 상금왕에 올랐다.
투어 전문가들조차도 누가 우승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면, 골프팬은 누굴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을까? 여자투어에는 슈퍼스타가 넘쳐나는데 남자만 유독 없는 것일까? 대회수가 적다고 매년 해외로 빠져나가는 선수들은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우리의 남자 상금 순위 예측만큼 남자협회도 풀기 힘든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올해도 상금 상위권인 박상현, 이기상, 변진재, 강지만 등이 일본투어로 진출했기 때문에 뚜렷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어 매우 힘든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허인회, 맹동섭, 김우현 등 상무골프팀이 재건되면서 상금없이 정규투어에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김승혁이 지난해 일본투어를 뛰면서도 상금왕을 차지해 남자투어는 사실상 상금왕을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상금왕은 박상현이다. 두 명의 패널로부터 5점과 한 명에게서 4점을 받아 14점으로 가장 높은 상금왕 후보로 꼽혔다. 그 뒤는 지난해 상금 1위였던 김승혁이고, 문경준과 지난해 상금 2위였던 류현우도 5점을 얻었다. 하지만 한 패널당 5명씩 뽑은 결과 총 18명이나 나왔다.
그만큼 특정한 선수로 모아지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 중에 대부분은 한 패널에게서 유망주로 꼽혔다. 이는 남자골프에 슈퍼스타가 없는 현실을 방증한다. 올해 남자투어를 볼 때 ‘누가 나오니까 봐야한다’라는 테마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묘안이 없다. 스타를 공장에서 찍어낼 수도 없다.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갑자기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박 국장은 또 “여자는 국제 경쟁력이 좋다. 신체 특성상 세대교체가 빨라 남자선수들에 비해 참신한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남자는 대회수가 적어 다승자가 나오기가 어렵고 여기에 군대 문제까지 겹쳐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의 인기는 국제 경쟁력과 관련이 크다. 국내 스포츠팬들은 세계 최고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이 뛸 때 전 국민이 열광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남자골프가 상대적으로 더 위축돼 보이기도 한다.
KPGA투어가 쇠락한 이유로 스타 부재를 꼽는 사람도 많다. 한국남자프로골프에선 2007년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와 배상문(29)·김대현(27) 이후 걸출한 젊은 스타를 찾기 힘들었다. 스타가 탄생하지 않는 투어를 스폰서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대회가 줄어들자 선수들이 미국이나 일본·아시아투어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올해 대회 수는 KLPGA의 절반인 15개 수준이다. 그나마 2개 대회는 여전히 후원사를 찾지 못해 제대로 열릴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운동선수를 지망하는 어린이 중 여자는 골프가 1순위인데 남자는 야구나 축구가 먼저다. 또 남자 골프에서는 박찬호·박지성 같은 세계최고의 슈퍼스타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경주나 양용은이 뛰어난 활약을 하긴 했지만 남자골퍼들은 전반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했다.


남자골퍼들
‘봄은 멋 곳에’

새로운 스타는 자연적으로 탄생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한다. 허인회(28·상무)나 이창우(22)·김민수(25·군입대) 등 스타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KPGA가 스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도 적잖다. 한 골프관계자는 “선수 경쟁력이 약하다고 불평하기 앞서 협회는 먼저 협회의 경쟁력을 돌아봐야 한다. 코리안투어 홈페이지는 선수자료 하나 보기도 상당히 불편하다.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PGA투어가 팬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또 있다. 남자프로골퍼들을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프로님’이라고 여기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남자대회의 프로암에 참가한 사람들은 “남자선수들은 자신이 프로라고 거만하게 행동한다. 매너도 거칠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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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