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퍼지는 메르스> 최악의 시나리오

치사율 낮다고?…그래도 사람은 죽어나간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상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3년3개월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발병 원인 및 감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동국가 위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된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메르스 감염국가가 됐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에 따른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의 공포가 점진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25개국 1000여명의 감염자와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발생 21일 만인 지난 10일, 감염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전 세계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최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내 유입 메르스에 대해 한국판 메르스 ‘코르스(KORS)’가 확인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동국가 현장조사를 통해 얻어낸 메르스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0.6~0.8명으로 보고돼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번 감염자에 의한 전염자가 30명, 14번 감염자에 의한 전염자가 4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들은 ‘슈퍼전자파’, ‘바이러스 변이’ 등의 가능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메르스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메르스 전국 확산 및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국대학교 의대 김익중 교수는 SNS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경고했다.

최악 시나리오  - 전국으로 확산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을 중심으로 오산, 화성, 안성 등 경기도 일대에서 대거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서울권으로도 확산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해오다 충청권인 대전, 아산 일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후 원주, 속초 등 강원도 일대로도 번졌다. 지난 11일에는 전남 보성과 경남 창원에서도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전국 각지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기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전국 확산에 대한 근거로 제시됐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롯된 메르스가 전 세계 25개국으로 확산됐다는 점도 전국 확산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하는 근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37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자가 격리 조치 및 잠복기에 따른 감염 확산으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르스 잠복기는 평균 5일로 최대 14일까지 갖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른 4∼5차 감염자가 속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한 국내 유입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10여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된 점도 의학계의 전국 확산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공기전염 및 잠복기로 확산 속도 가속화
기저질환자·노인층 2775만명 주의 요망

지난 11일,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본부 산하 역학조사위원회는 국내 메르스 확산에 대해 공기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자료를 공개했다. 메르스 최초 발병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의 병실에서 모의실험을 한 결과, 감염자가 기침할 때 나온 비말이 작은 크기로 쪼개져 공기 중에 떠 있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낙타 헛간 공기 중에서 다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이에 공기전염에 의한 확산이 증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언론브리핑에서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는 “감염자의 비말에 직접 노출되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와 손을 통해서 전파되는 질환이 아니라면 이런 정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기전파의 가능성은 굉장히 낮거나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비말감염에 의한 전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전염 경로가 공기에 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보건당국의 잘못된 대처법에 의한 메르스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일, 감염경로 미확인자 5명이 발생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로 감염자 발원지인 평택의 한 병원에서 2명의 미확인자 감염경로를 밝혀냈다. 하지만 3명의 감염경로는 밝혀내지 못해 공기전염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메르스 위기 경보를 ‘경계’ 수준으로 보고 있으나, 이미 대구와 경북,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어 최고 단계인 ‘심각’ 발령이 머지않다는 전망이다. 일부 정치계 및 의학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위기 경보 발령에 대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최악 시나리오 ② - 합병증 없는 사망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어 사망자가 속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의 치사율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사망자가 40여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신 개발에 따른 계절성 독감으로 분류된 신종플루의 경우 치사율이 0.07%로 나타났으나, 지난 2010년 3월까지 263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반면 메르스는 치사율이 최대 40%에 이를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전염률에 따라 최대 500배 이상의 사망자를 낳을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등) 및 40∼70대 연령층이 메르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저질환자 규모를 살펴보면 당뇨병 환자가 400만명, 고혈압 환자가 550만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40대 이상 연령층은 전국 1825만명, 이 중 65세 이상이 542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스 감염 취약자는 대략 28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 마련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10대 및 영유아의 메르스 사망자 발생 시 사상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최초의 10대 감염자와 40대 임산부(이달 중순 출산 예정) 감염자가 발생해 10대 및 영유아의 메르스 확산이 예견된다. 지난 12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학령기(3∼17세) 메르스 격리자가 18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 교수(예방의학과)는 “국내 종합병원의 경우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전문가가 있지만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문 의료진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악 시나리오 ③ - 장기화·토속화

일각에서는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처럼 3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1000여명의 감염자가 속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센터 나르트어 반 도어마렌 박사팀은 지난 2013년 9월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 발표 논문에서 상온 40℃ 및 상대습도 80%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취약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메르스 확산이 여름휴가철 중 소강 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
              VS 
[독감 수준이니 안심하라]

메르스가 고온다습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에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감염자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겨울철 평균 기온이 14∼23℃, 여름철 평균 기온이 38℃로 간혹 54℃까지 오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 속도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초감염재생산수도 0.6∼0.8명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메르스 확산과는 비교되는 자료다.


메르스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백신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백신 개발에 나선 진원생명과학측은 “정상적인 임상 실험 과정을 거친다면 백신 개발까지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이 소요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메르스가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동물연구결과 갈음 규칙(Animal Rule)’이 적용돼 임상개발기간 단축에 따라 최소 1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한림대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메르스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감기 수준의 질환”이라며 “다만 만성질환이나 지병을 앓고 있는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가 신종플루처럼 토속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9년 전 세계 214개국으로 확산된 후 1만8500명의 사상자를 낳은 신종플루는 백신 오셀타미버 개발에 따라 독감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메르스도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유행 감염병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 시나리오 ④ - 유명인 감염·사망

질병관리본부의 감염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 정치인·연예인·스포츠인 등 유명인이 포함돼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유명인 중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경각심이 고취돼 메르스 확산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로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생활화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1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예방 마스크로 일반 마스크가 아닌 보건용 n95와 kf94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공기 중 미세 물질을 95% 이상 걸러주기 때문이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르포> ‘메르스 위험지대’ 종묘공원 가보니…
겁 없는 노인들 “까짓것 겁 안나”

지난 9일, 우리나라 노인들의 최대 쉼터인 종묘공원을 찾았다. 메르스 공포의 확산에 따라 한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공원에는 300여명의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바둑 경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노인들의 바둑 열전은 뜨거웠다. 벤치뿐만 아니라 땅바닥에서도 바둑판이 벌어졌으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훈수를 두는 할아버지들도 눈에 띄었다.

한쪽 구석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이모(76)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메르스에 대해 물어봤다. 이 할아버지는 “죽을 사람은 방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죽게 돼 있어”라며 귀찮은 내색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바둑을 두고 있는 김모(81)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하도 성화를 부려서 마스크는 들고 나왔는데 침만 안 튀면 된다고 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병원에 당분간 안 가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얘기해줬다.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메르스가 뭐냐?”라고 묻는 노인도 있었다.

종묘공원 어디에서도 메르스 공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나눔스튜디오의 현수막에서만 조그맣게 ‘메르스로 당분간 휴업합니다’라는 문구를 찾아볼 뿐이었다. 탑골공원도 분위기는 매한가지였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 약재상 골목도 찾아가 봤다. 노인 10명에 3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메르스 취약층인 노인들의 종묘공원 출입 제한에 대해 종로경찰서에 문의하자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보건복지부 감염병관리과에 노인층에 대한 메르스 예방책 및 권고사항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대답 회피만 할 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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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