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골프장에서 만나는 ‘계절 보양식’ 소개

“이거 한번 잡숴봐! 힘이 불끈 솟구칠 테니”

골프의 본격 시즌. 하지만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큰 계절이라 자칫 건강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6월은 여름의 시작인 동시에 장마가 있는 기상이 예측불허의 달이다. 여느 때보다 건강관리가 요구되는 시기, 전국의 골프장에선 어떤 보양식들이 골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을까?

흑염소, 복분자 장어구이, 갈치, 제철회 등 인기

스코어 지키는 음식? 단백질·미네랄 섭취가 최고
톱 프로골퍼들의 이색 보양식도 취향 따라 다양

골프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기는 방법은 없을까? 본격 골프시즌을 맞아 전국의 골프장들이 골프를 즐기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특선요리(보양식)를 선보이며, 골퍼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전국 각 골프장들은 18홀 모두 세심한 코스 매니지먼트로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골퍼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사계절 보양식 흑염소 보양전골과 해삼·한우·우족 전골 등을 여름철 특선요리로 마련하고 있다.
흑염소는 보혈작용과 혈액순환의 개선으로 동맥경화와 고혈압 등 성인병에 효능이 있고 노화방지, 두뇌활성, 신경통 및 골다공증에 좋은 보양식이다. 흑염소 보양전골은 흑염소에 황기, 인삼, 엄나무 등 약재와 함께 2시간 이상 푹 삶고 수육을 양념한 후 들깨가루를 넣어 흑염소 특유의 향을 제거해 여성골퍼들도 먹기에 편하다.
또 한우 사골에는 단백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향상시켜주며 각종 질병을 예방해준다. 사골을 우려낼 때 엉기는 현상은 관절에 좋은 교질 성분으로써 특히 허리와 무릎이 약한 골퍼들에게 특효가 있다.
18홀 내내 이어지는 스테미너에 좋은 음식으로 손꼽히는 장어를 주재로 한 복분자 장어구이와 초여름 입맛을 더 높이는 도미구이 등과 같은 특선요리도 있다.
기력회복과 허약체질 개선은 물론 항암효과와 피부미용 효과까지 주는 장어와 강장제인 복분자가 어우러진 복분자 장어구이는 골프 후 지친 체력을 보충하고 활력을 넘치게 해준다.
또한 ‘생선의 제왕’이라 불리는 도미를 이용한 도미구이는 단단하고 맛이 가장 뛰어나며,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로회복에 좋고 건강한 골프에 도움을 준다.
제주특별자치도 소재 골프장에서는 고품격, 럭셔리를 지향하고 최소로 엄선된 회원 위주의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계절마다 제철 생선회를 특선요리로 선보이고 있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갈치회를 비롯, 벵에돔요리 등 단백질이 풍부하고 각종 영양성분을 고루 함유한 신선한 음식이 골퍼의 마음까지도 상쾌하게 변화시켜 준다.
음식은 건강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골프 스코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프로골프선수들은 당연히 음식을 함부로 먹지 않는다. 비록 ‘무관의 황제’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연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는 ‘스포츠 갑부’ 타이거 우즈(미국)는 “1년 내내 건강하게 경기하기 위해 식습관은 아주 중요하다”며 “음식은 경기력 향상에 앞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필수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우즈가 선택한 ‘황제의 음식’은 일단 고른 영양소로 구성된, 하루 활동에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는 데 초점을 맞춘 메뉴다. 보통 육류와 해산물을 중심으로 과일과 야채가 추가된다. 아침에는 샐러드와 오믈렛, 점심과 저녁은 치킨과 생선, 샐러드를 즐겨 찾는다. 인스턴트식품은 거의 없다. 칼슘강화제와 영양보조제는 매일 섭취한다.
아마추어골퍼도 마찬가지다. 식습관이 스코어까지 좌우할 수 있다. 우선 아침식사를 아예 거르는 경우다. 라운드가 있는 날 아침을 건너뛰면 혈당량이 떨어져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뇌와 신경의 에너지원인 포도당분은 잠자는 동안에도 허비된다.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아침에 특히 혈당이 부족해지는 까닭이다. 기력이 떨어지고 신속한 상황판단도 어렵다.
보통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하지만 불포화지방산은 적당히 먹어줄 필요가 있다. 부족하면 혈청콜레스테롤이 증가해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령의 골퍼들이 이른 아침이나 기온 변화가 극심한 날 골프장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가 종종 나타나는 까닭이다. 평소 참치와 은어, 멸치 등 등 푸른 생선이나 견과류 등을 많이 먹어두면 좋다.
골프는 4~5시간을 야외에서 샷을 하거나 걸어 다니는 운동으로 지구력도 있어야 한다. 산소공급이 원활해야 하고, 그래서 평상시 자주 어지럽다면 미네랄을 보충해 줘야 한다. 그늘집에서는 콩음료나 계란이 도움이 되는 품목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골프근육을 만들어주는 단백질을 매 끼니마다 절대 빠뜨리지 않는 게 좋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통이 잦고 쉽게 피로해진다.


술은 당연히 백해무익하다. 알코올은 기껏 키워놓은 근력과 지구력을 떨어뜨리고 유산소 능력과 지방대사 능력도 저하시킨다. 동작이 둔화되고 균형감각도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스포츠의학 전문의는 “라운드 전 식사는 탄수화물 위주로, 시간이 없을 때는 에너지바나 과일 등 휴대용 음식이 바람직하다”면서 “과식은 물론 금물이고, 조금씩 나눠서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보양식’하면 한여름에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한 별식을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초여름 환절기에도 보양식이 필요하다. 일교차가 커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며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부가 탄력을 잃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골퍼들에겐 보양식은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기력을 보충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준다. 먼 이국땅에서 활동하는 선수에게는 고향의 맛을 전하는 ‘소울 푸드’가 된다.
‘한국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쌀밥!’이란 철칙을 갖고 있는, 별식을 먹지 않아도 쌀밥 자체를 보양식을 삼는 골퍼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선수가 ‘바람의 아들’ 양용은(39·KB금융그룹).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그가 대회가 개최되는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찾는 건 한식당이다. 심지어 한식당이 흔하지 않은 유럽에서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수십 분을 자동차로 이동하기도 했다.
양용은은 “따로 챙겨먹는 보양식은 없다. 대신에 우리 음식을 즐겨먹는 편이다. 그래야 힘이 나는 것 같다”며 한식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 바 있다.
양용은과 함께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탱크’ 최경주(41·K텔레콤) 또한 딱히 보양식을 챙겨먹지 않는다. 최경주도 “보양식을 챙겨먹는 것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들어서는 육식위주 식단에서 채식위주 식단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경주는 “아침에는 여러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믹서에 갈아 아침식사로 먹는다. 덕분에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며 식단을 변경한 덕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저것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보양식으로 별식을 챙겨먹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특별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기분 전환도 되고 몸에 힘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보양식하면 떠오르는 재료는 장어다. 장어는 ‘미소천사’로도 잘 알려진 김하늘(23·비씨카드)이 즐겨 먹는 보양식이다. “평소 닭고기를 좋아해 닭강정, 닭고기를 이용한 볶음밥 등을 잘 해먹지만 보양식이 필요하다 느낄 때는 장어를 즐겨 먹는다”고 김하늘은 말했다.

올바른 식습관
스코어 견인

장어 외에 보양식 재료로 유명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낙지다. ‘낙지 서너 마리면 죽어가는 소도 살린다’고 <자산어보>에 실릴 정도로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재료다. 지난 7월 메이저 골프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21·한화)에게는 낙지가 최고의 보양식이다. 체질상 육류를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어느 순간부터 육류와 밀가루를 먹으면 근육통이 심해지는 등 몸에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때부터 육류 섭취를 줄이고 해산물, 특히 낙지를 먹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보양식으로 낙지요리를 즐겨 먹는다는 유소연은 식단을 변경한 후에 근육통 증상이 완화되고 대회 성적이 잘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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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