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꽃뱀’ 요지경 백태 <집중취재>

여성 울리는 ‘남자 꽃뱀’…돈 뺏기고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

흔히 ‘꽃뱀’이라고 하면 ‘여자 꽃뱀’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남자들은 여자 꽃뱀들에게 많이 당해왔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여자들을 ‘등쳐먹는’ 남자 꽃뱀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 유흥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남자 꽃뱀들은 뛰어난 외모와 매너로 무장해 순진해 보이는 여성을 유혹한 뒤 막대한 술값을 지불하게 하거나 혹은 유부녀에게 접근, 성관계를 가진 후 이를 폭로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돈을 갈취한다. 남자든 여자든 ‘꽃뱀의 전형적인 사기 방식’에서는 꽤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남자 꽃뱀의 세계를 집중 취재했다.

‘남자 꽃뱀’에 뒤통수 맞은 여성들 신고 못해 ‘전전긍긍’
낯선 남자와의 뜨거운 하룻밤, 섹스 사진 협박으로 돌아와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자 꽃뱀’에 대해 들어본 적이 그리 많지 않고 ‘설마 남자가 그런 짓을 하겠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경계심을 쉽게 풀곤 한다. 하지만 실제 남자 꽃뱀들에게 당해봤다는 여자들의 상황은 가슴 아픈 경우가 적지 않다.

남자 꽃뱀에게 당한 여자들은 심지어 가정파괴의 위기에까지 몰리기도 하고,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뜯기는 경우까지 있는 것.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여성들이 이러한 자신들의 사연을 그 누구에게도 쉽게 하소연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하루밤 불장난
사진 전송 협박

막상 경찰서에 신고를 하려고 해도 결국 그것이 알려지게 되면 자신에게 그 후유증이 더 크기 때문에 차라리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할 수 있다.

가정주부 박모(36)씨는 최근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녀는 원래 성격도 활달하고 동네에서 친구도 많은 편이었다. 술도 어느 정도 잘 먹어 동년배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남편이 있었지만 아직 자녀는 없는 상황. 그랬기에 그녀는 더욱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도 하고 하산을 하면서 파전에 막걸리를 먹는 경우도 많았다.

하루는 친구들과 ‘의기투합’을 해서 나이트클럽에 가게 됐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한 남성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듯 했다. 남자는 키가 크고 외모도 괜찮은 ‘돌싱’이었다. 무언가 슬픔을 머금은 눈빛에 박씨는 ‘필’이 꽂혔다고. 술도 한껏 취한 김에 그녀는 그날 그 남자와 모텔에서 섹스를 나누고 말았다. 마침 박씨의 남편은 출장 중이었기에 그녀에게는 ‘하루 동안의 해방구’가 펼쳐진 것이었다.

그렇게 오랜 만에 ‘화끈한 섹스’를 했던 그녀는 깊은 만족감은 느꼈고 그 남자와 몇 번 문자를 주고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만남과 섹스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박씨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가정을 위해 밤낮없이 일만 하는 남편을 두고 자신이 그렇게 바람을 피운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박씨는 그 남자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때부터 남성의 태도가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매너가 있었던 남성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술을 먹고 밤늦게 전화를 하질 않나, 만나주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협박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다 결국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섹스를 할 때 찍어 놓은 사진을 남편의 휴대폰에 전송을 하겠다고 한 것. 박씨는 그 남성이 어떻게 자신의 남편의 핸드폰 번호를 아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성은 애초부터 치밀하게 준비 해왔다. 박씨가 모텔에서 샤워를 할 때면 몰래 휴대폰을 열어 남편의 전화번호를 미리 확보해둔 것. 결국 박씨는 남자에게 500만원을 주고 나서야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녀는 ‘십년 감수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가정이 있는 여성들에게 남자 꽃뱀의 존재는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박씨는 “이제 정말로 다시는 장난으로라도 바람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할 것 같다. 남편에게 들킬까봐 하루가 1년 같은 세월들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잘못해서 남편이 알았다면 그 배신감은 어떻게 할 것이며 더군다나 앞으로 많은 세월 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결국 방법이란 이혼하는 것 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접근
술값폭탄 세례

사실 박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자 꽃뱀’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 많이 알지는 못한다. 여자 꽃뱀에 대한 이야기야 언론을 통해서도 간간이 들어왔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리 쉽게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여성 이모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섹스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실제로 마음 먹고 꽃뱀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의 작업에만 신경을 쓸 뿐,  저 사람이 나에게 돈을 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남성들이 많다면 이제 정말로 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먹튀’ 남자 꽃뱀도 많아… 여성에게 술 값 씌우기도
여성도 상황 함께 즐겨 ‘사기’로 보기 어려워 ‘대략난감’’


하지만 의외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이러한 남자 꽃뱀들에게 당한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생들도 이러한 남자 꽃뱀에게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방법이기도 하다. 대학교 4학년생인 이모양이 바로 그런 일을 당했다. 그녀는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자와 부킹을 했다고 한다. 상대남성은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했고 번듯한 외모에 양복까지 입고 있었다. 거기다가 대화도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이끌어가서 경계심이 탁 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그 남자는 나이트클럽에서 나와 2차로 가라오케에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들이 이렇게 제안할 때는 대부분 여성들은 남성이 술값을 계산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양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 가라오케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값비싼 양주와 안주를 시켜 먹으면서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자는 “먼저 술값을 계산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취하면 정신이 없을 수도 있으니 미리 술값을 계산하고 먹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남성은 계산을 한 뒤 돌아와서 “양주 한 병 더 하고 또 다른 안주까지 미리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양으로서는 응당 남성이 계산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술자리가 계속됐고, 어느 순간 남자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한 뒤 30분이 넘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가 지나치게 술에 취해서 정신없이 집에 간 것으로 생각했다. 전화번호도 따지 못해 아쉬운 인연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가라오케를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업소 관계자가 “술값을 계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은 깜짝 놀라서 “아까 함께 있던 남자가 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남성은 사전에 “미리 계산을 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여자의 마음을 안심시켰고 기회를 봐서 순식간에 도망을 간 것이다. 그날 나온 총 술값은 60만원. 하지만 대학생인 그녀로서 한꺼번에 60만원을 결제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그녀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해 돈을 갚았다. 하지만 한동안 그녀는 부모님에게 적지 않은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그런 남성을 만나 60만원을 뒤집어썼다는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후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나이트클럽에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당한 것도 당한 거지만, 남자가 얼마나 병신 같으면 여자한테 술값이나 씌우고 도망가겠나. 겉모습은 멀쩡한 게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참 어처구니가 없다.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양의 경우에는 억울하게 당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남자의 전화번호조차 알고 있지 못한 상황이고, 거기다가 분명 그녀가 함께 술을 먹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술값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 경찰 조사에서는 그 어떤 법적인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설사 그 남자가 술값을 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기’라고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함께 그 상황을 즐긴 그녀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이러한 황당한 꽃뱀 사기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자를 만날 때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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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