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황교안 총리후보자 딸 결혼식 스케치

청문회 앞둔 예비총리의 눈물 “사랑하는 딸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결혼은 ‘인륜지 대사’다. 지난 5월23일 총리후보자로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장녀를 출가시킴으로써 ‘대사’를 매조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황 후보자의 눈앞에는 청문회라는 더 큰 ‘거사’가 기다리고 있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과연 근래 최고로 소문난 잔칫집은 어땠는지 <일요시사>가 직접 현장을 살펴보고 왔다.

정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누가 뭐래도 황교안 국무총리후보자다. 지난 5월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후보자로 내정한 이후 황 후보자의 일거수일투족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 때문일까. 총리로 내정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장녀의 결혼식이 언론의 집중관심대상이 됐다.

검사 사위

<일요시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때문에 식이 오후 6시로 예정됐음에도 일찌감치 4시부터 대검찰청 내에 위치한 예식장을 직접 찾아 취재경쟁을 벌였다. 비공개로 식이 진행될 것이란 소문이 있었던지라 삼엄한 출입 통제를 예상했다. 그러나 대검찰청 입구부터 예식장의 위치를 안내하는 팻말이 부착되어 있는 등 예상과는 달리 안내가 잘 되어 있었다.

식장의 이름은 ‘예그리나’, 1층 출입구에서는 이미 각종 방송용 카메라와 사진기를 든 기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간간히 정장을 입고 결혼식을 기다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식장이 위치한 4층으로 올라서자 기자는 두 가지 면에서 눈길이 갔다. 축의금을 받는 자리와 화환이 그것이었다. 신부 측 자리에는 축의금을 받기 위한 책상도,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있어야 될 자리에는 ‘신부 측 화환과 축의는 정중히 사양 드림을 양해 바랍니다’와 ‘신부 측 혼주 인사와 방명록은 생략함을 양해 바랍니다’라는 두 개의 푯말만 세워져 있었다. 청문회 전 문제의 소지가 될 법한 요소는 생략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랑 측은 다른 결혼식처럼 혼주 인사, 축의, 방명록 모두 그대로 진행됐다.

화환의 존재도 눈에 띄었다.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면면은 화려했다. 대법원장 양승태, 헌법재판소장 박한철의 이름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식장 안에는 주례석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왼쪽엔 박근혜 대통령의 화환이, 오른쪽엔 김진태 검찰총장의 화환이 놓여졌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1시간 전 쯤 관계자인 것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화환수령대상안’이라는 서류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며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환을 보낸 사람들의 명단인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에는 ‘VIP’ ‘검찰총장’ 등 주요 인사들의 직함이 적혀있었다. VIP는 정가에서 통상적으로 대통령을 의미한다. 그 외에도 30여명 정도의 이름이 더 있었지만 관계자가 곧 사라지는 바람에 확인하지 못했다.

예식장은 강당형 강의실을 개조한 모습이었다. 뒤로 갈수록 지대가 높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좌석에 미처 앉지 못한 사람도 잘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규모는 총 316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예식장 좌우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서는 동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저희 결혼 합니다’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보다…’ 등 신랑·신부의 설렘이 전해지는 문구와 함께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검찰청 내 예식장 사용, 최대한 검소하게
박근혜 축복 속, 400명 넘는 인파 몰려 축하

시간이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기자로 보이는 사람이 수첩을 들고 서성이는가 하면 법조계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식 시작 30분을 앞두고는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입장했다. 316석이 모두 채워진 것도 부족해 100여명 이상이 서있어야 될 정도로 구름관중이 몰렸다. 그 와중에 예식을 앞둔 신랑은 미소를 머금고 손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신부대기실에서는 예식을 앞둔 황 후보자 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의 사견으로 보자면 신부는 영화배우 천우희를, 신랑은 유지태를 연상시키는 훈훈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대기실에는 친구들과 친척들이 모여 오늘의 주인공을 축하해 주었다.

지연되는 일 없이 결혼식은 6시에 예정대로 시작됐다. 입장을 위해 신랑이 등장하자 다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수많은 인파의 관심에 긴장할 법도 했지만 신랑은 포즈를 취해주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신부와 황 후보자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오프숄더형의 드레스를 입고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으며, 그런 그녀의 앞에는 황 후보자가 밝은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


신랑·신부가 모두 입장하자 주례사가 이어졌다. 주례를 맡은 사람은 신랑의 대학선배이자 신부를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온 황 후보자의 친구인 강영호 특허법원장이 맡았다. 강 법원장은 두 사람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기쁨과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다른 주례와 달랐던 부분은 주례사 중간에 신랑·신부를 향해 양가 부모님이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을 따로 준비했다는 점이다. 신랑의 어머니가 먼저 편지를 읽어 준 후 황 후보자 역시 일어나 신부를 향해 당부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담담히 읽어가던 황 후보자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잠겨오는 목소리에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황 후보자의 모습을 본 내빈들 중에는 함께 눈물을 훔치는 사람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객석 일부에서는 울먹이는 황 후보자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결혼식은 평소 황 후보자의 믿음처럼 기독교식으로 진행됐다. 주례도 마지막에 “아멘”을 외치며 신랑·신부를 축복했다. 축가 역시 신랑의 고등학교 동기이자 함께 교회를 다닌 친구들이 불러줬다.

황교안 눈물

‘여러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구나.’ 결혼식이 끝나고 기자가 느낀 점이다. 하나뿐인 딸의 결혼식이다 보니 화려하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최대한 검소하고 간소하게 식을 준비했다. 오히려 지금껏 취재기자가 가본 결혼식 중 가장 허례허식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청문회를 의식했다고 곡해하고 싶지 않다. 그날만은 황 후보자의 모습에서 정치인이 아닌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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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