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24) 신대호 글로벌에이엠씨 대표

세금 낼 생각 '있나 없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4화는 296억8400만원을 체납한 글로벌에이엠씨 신대호 대표다.

이명박정부의 뇌관으로 불렸던 '파이시티 사건'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구속시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유통센터를 짓겠다던 시행사 파이시티는 지난해 10월 파산했다.

부실채권 삽니다

파이시티가 말뚝을 박았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 등 7개 필지(옛 양재동 화물터미널)는 본래 글로벌에이엠씨 주식회사(이하 글로벌AMC) 소유였다. 글로벌AMC는 2004년 1월 진로종합유통으로부터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했다.

해당 부지를 넘겨받게 된 경위를 살피면 글로벌AMC가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다. 글로벌AMC는 IMF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은 진로종합유통의 채권자였다. 경매에 넘어간 땅은 글로벌AMC가 "채권을 회수한다"라는 명목으로 비교적 싼 값에 사들였다. 이 땅은 다시 개발업자인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에게 매각됐다. 글로벌AMC로서는 중간에 발생한 차익을 챙긴 셈이다.

물론 파이시티 사건의 책임은 글로벌AMC에 있지 않다. 글로벌AMC는 합법적인 회사였다. 에버스타자산관리 주식회사로 시작한 글로벌AMC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영업장을 차렸다. 초기 자본금은 1억원이었지만 석 달 사이 8억1000만원까지 돈을 늘렸다.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한 빌딩으로 진출했다.


글로벌AMC는 2001년 '부실채권 매입·매각에 대한 자산관리 및 자산유동화를 위한 사업'을 설립 목적으로 명시했다. 한 마디로 하면 채권 중개거래다. 2002년 매출 413억6900만원을 기록한 글로벌AMC는 2003년 158억2200만원의 매출로 주춤했다. 하지만 다음해 1632억7000만원을 벌며 반등에 성공했다. 2004년은 글로벌AMC가 파이시티 부지를 매각한 해다.

2002년 글로벌AMC는 합계 1000억원대의 채권을 공개입찰을 통해 낙찰받았다. 같은해 10월 수협은행은 101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글로벌AMC에 매각했다. 앞서 글로벌AMC는 우리은행의 기업상각채권 240억원어치를 160억원에 사들여 유동화했다. 당시 거래를 주도한 임원은 김영희씨다. 김씨는 파이시티 부지 매입 때도 글로벌AMC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서울시 고액체납법인 명단에 오른 글로벌AMC의 대표는 신대호씨다. 국세청이 공개한 같은 명목의 자료에서도 김씨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국세청이 게재한 글로벌AMC의 대표는 현진우씨다. 이들 셋은 당시 어떤 관계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씨와 신씨는 동업자였다. 김씨가 회사 지분 45%를, 신씨가 55%를 각각 가졌다. 두 사람은 2003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한 빌라를 나란히 본인들의 주소지로 등록했다. 해당 빌라는 김씨의 소유였다가 현재는 소유권이 넘어갔다.

신씨의 주거지로 의심된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역시 신씨 것이 아니었다. 앞서 신씨는 이곳을 자신의 새 주소지로 등록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는 A씨가 1988년부터 소유권을 행사했다. 김씨 또는 신씨 명의로 된 재산은 추가로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 33억원 국세청 156억1800만원
파이시티 부지 매각…1600억대 매출

지분 없는 바지사장으로 의심된 현씨의 경우는 주소지로 등록된 자택이 아버지 소유였다. 현씨의 주거지 역시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황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공개된 고액체납자 명단 가운데 현씨의 주소지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씨의 직업 기재란에 '글로벌에이셈씨(주) 전 대표이사'라고 회사명과 직책을 오기했다. 신씨는 회사가 폐업될 당시에도 '현 대표이사'였다.
 


법인등기부 등본을 통해 2001년 12월까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양모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양씨는 김씨와 동거인이었으며, 각자 B씨와 전대차 계약을 맺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고급빌라에 머문 이들은 2012년까지 서류상 100만원이 넘는 월세를 임차인 B씨에게 지급했다. 반면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에서 발생한 세금은 책임지지 않았다.

글로벌AMC는 2005년 7월부터 주민세 등 모두 60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받을 세금은 33억27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AMC는 2004년부터 법인세 등 3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한 국세는 156억1800만원이다.

회사의 과점주주인 신씨는 개인으로도 고액체납자 명단에 등재돼 있다. 2009년 10월부터 주민세 6억4300만원을 체납했다. 또 2004년부터 법인세 등 6건의 국세를 체납했다. 전체 체납액은 90억8300만원으로 확인됐다. 최종적으로 신씨 앞으로 과세된 세금의 합은 296억8400만원에 달했다.

기자는 지난 8일 신씨의 새 회사 관계자와 접촉했다. J사는 글로벌AMC가 사실상 폐업한 2009년 이후 운영됐다. J사의 주력 업종은 부실채권 거래로 이전과 같았다. 즉 간판만 바꿔 달은 셈이다. J사 관계자는 "사무실만 있지 영업을 못한지 꽤 됐다"라며 "여러 사정이 있지만 말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경영상 문제가 있던 것이지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신씨에 대한 질문에는 "대표님이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 사람도 만나고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직원들도 전부 퇴사해 어려움이 많다. 돈을 착복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임금 체불사업주 명단에는 신씨가 있었다. 체불한 임금의 합은 4300만원이었다.

임금체불 전력

글로벌AMC가 사용한 회사 홈페이지는 자산관리 전문기업인 C사로 점유자가 바뀌었다. 확인 결과 C사는 2009년 9월 해당 도메인을 등록했다. 그러나 두 회사 사이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C사 역시 "신씨나 김씨, 현씨 모두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AMC가 체납한 지방세 가운데 약 10억원이 1년 사이 줄었다는 것이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행정상 일부 결손 처리가 있었을 뿐 (신씨로부터) 세금을 받은 기록이 없다"라고 확인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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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