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맨도 아니고… 의사 성과급제 논란

환자가 봉?…병원서 바가지 쓰게 생겼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대병원이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의사들의 과잉진료에 따른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 의료의 질 저하 등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사의 과잉진료 실태를 돌아보고 서울대병원의 파업에 대해 짚어보자.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의 과잉진료 건수를 조사한 결과 2억30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 많을수록
의사 월급 많아져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4503만건, 2011년 4836만건, 2012년 4976만건, 2013년 4526만건, 2014년 4488만건이다. 과잉 진료 조정 금액은 2010년 2912억원, 2011년 3222억원, 2012년 3546억원, 2013년 3563억원, 2014년 3822억원으로 총 1조7065억원에 달해 과잉 진료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김의원은 “과잉 진료의 피해가 국민에게 쉽게 전가됐다는 뜻”이라며 “적정 진료를 시행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 ‘국민 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원회 이동훈 보험과장은 “병원의 과잉진료 제공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 4월, 진료비에 대한 객관적 심사와 의학적 전문성에 기초한 적정성 여부 평가로 과잉 진료 및 부당 청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과잉 진료는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병원이 환자들의 진료비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너도나도 과잉 진료를 보고 있어 의료계의 골칫거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환자들은 의학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탓에 의사의 진료 소견을 전적으로 믿고 있어 심평원에 조정안을 제출한 수치보다 과잉진료를 받은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료계의 과잉 진료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실손보험사의 손실률에 따른 국민의 보험료 부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감 훼손, 국민의 의료선택권 침해 등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의 4개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 비급여 진료비를 살펴보면 급여진료비 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의료계의 과잉 진료로 손해보험사의 손실률이 커짐으로써 오는 9월부터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라 비급여 의료비 자기부담금이 20%로 늘어날 예정이다. 국민의 의료비 절감을 위해 심평원의 민영 손보사 심사 위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2년 8월 서울시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유난희(21)양은 “눈이 작아서 쌍꺼풀 수술만 하려고 갔다가 코 성형까지 함께해야 자연스러운 얼굴이 된다는 의사의 권유에 코 수술까지 하게 됐다”며 “의도치 않은 추가 수술에 따른 비용 부담이 따랐다”고 토로했다.

수익창출 위해
수술강행 우려

성형외과의 무분별한 과잉 진료로 인해 지난 4월 대한성형외과이사회는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으며, 과잉 진료를 예방하기 위한 성형외과 윤리위원회가 신설됐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지난달 과잉 진료와 검사를 억제하기 위한 윤리위원회 신설 방안을 내세웠다. 정형외과 윤리위원회에서는 관리 규정으로 과잉 진료 병원을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부 정형외과에서는 나일롱 환자들을 장기 입원시키거나 제대혈주사, 프롤로테라피, PRP주사, 줄기세포주사 등 근거 없는 치료를 하면서 과다한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월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를 주축으로 한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8인 의사연대’는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와 갑상선암 과잉 진료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갑상선암 수술의 과잉 진료를 문제 삼았다.

당시 갑상선암 수술의 과잉 진료에 대한 뜨거운 논쟁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암 환자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갑상선암 환자의 90% 이상은 높은 생존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갑상선유두암으로 나타난 반면 악성인 갑상선역형성암의 발생빈도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갑상선암 진료 추이를 살펴보면 논란 이후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 진료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연평균 15.8%의 증가추세를 보인 갑상선암 수술이 2012년 4만4783명에서 2013년 4만3157명으로 3.6% 감소했다. 이후 2014년에는 24.2% 감소한 3만2711명으로 나타났다.

‘과잉 진료를 거부하고 고가의 수술·시술을 하지 않는 정직한 의료’를 모토로 내건 척추·관절 전문병원이 생기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정답병원의 건물에는 ‘꼭 필요한 수술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세요’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과잉 진료 사례를 공개해 과잉 진료 없는 정직한 병원으로 앞장서고 있다.

5년간 과잉진료 2억3000만건
조정금액만 1조7065억원 육박

정답병원 조기현 원장은 “의사의 실력이 같다면 진단 역시 동일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수술이나 시술의 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고가의 수술 등을 권유하는 행위는 의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과잉 진료가 외환위기 이후 재정이 어려워진 병원이 수익 증대 목적으로 시작돼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측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병원이 의사의 성과급제를 도입, 이로써 과잉 진료의 양상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사 개개인이 봉급을 높게 받기 위해 환자에게 병원료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말이다.

손보사 손실 걱정
자기부담금 확대

지난 2011년 보건의료산업학회지에 게재된 <병원의 성과급제 운영실태 및 활성화 전략> 논문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성과급제도를 운영하는 병원은 전국 120개 병원 가운데 89개 병원(74.2%)으로 나타났다. 설립형태별 성과급제 실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공공병원의 94.4%, 민간병원의 70.6%가 성과급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은 수입 실적의 일정률을 정해놓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21개 병원은 지정 진료 수입에 대한 일정률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었다. 병상규모별로는 500병상 미만의 병원은 수입 실적 기준으로, 5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은 지정 진료 수입 기준에 의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제 시행 병원을 대상으로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전체 89개 병원 중 52개(49.5%) 병원이 수익증대라고 응답했고, 33개(31.4%) 병원이 직원에 대한 우대라고 답했다.
 

지난 4월 한길리서치센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명 중 4명이 과잉 진료의 근본 원인으로 의사의 성과급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립대병원 이용 응답자의 83.1%도 성과급제가 과잉 진료를 유발한다고 답했다.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3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분석한 성과급제의 부작용을 살펴보면 ▲환자의 건강과 무관한 처방 및 처치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 ▲병원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됨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 ▲미성과급여자의 능력 저하 ▲성과급제의 의료부문 성과의 지표평가의 기준 모호 등이다.

의료비 부담 증가·서비스 저하 지적
표준진료지침 개발 10년째 진도 없어

실제로 서울대병원분회가 근거로 제시한 분당서울대병원의 지난해 임금협정서를 살펴보면 해당 병원의 경상이익에 따라 인센티브 수당이 차등 지급되고 있었다. 경상이익 70억∼11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0%, 110억∼15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60%, 150억∼20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10%, 200억∼25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60%, 250억∼31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210%, 310억∼37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260%, 370억원 이상이면 기본급 월총액의 310%를 지급하는 임금 협정을 했다.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 운영 보라매병원은 로봇수술의 활성화를 위한 로봇수술 수당 지급을 운영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로봇수술의 종류에 따라 건당 30만∼50만원의 수당을 수술 집행 의사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연세세브란스병원 양승철 교수(현 강남차병원)가 “병원들이 기존 복강경수술과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로봇수술을 수익 창출을 위해 환자에게 권유하고 있다”고 양심고백하기도 했다.

과잉 진료가 의료계의 암 덩어리로 떠오른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표준진료지침 개발이 10여년간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어 문제다. 감사원은 지난 14일 ‘의료서비스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2005년 발표한 표준진료지침 개발을 지난해 6월까지 담당부서 및 전문기관 배정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알아서 해결해”
보건당국 팔짱
 
감사원 측은 “지침에 기초한 지표를 개발하여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최적의 의료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과잉 진료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관리 부서를 지정하고 표준진료지침 개발의 우선순위 및 매뉴얼 등을 정비하는 한편 그 지침을 단계적으로 개발·보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준진료지침은 표준적인 진료 방법과 절차를 적어 놓은 의료 안내서로서 과소·과잉 진료를 예방할 수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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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