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 공무원연금개혁 논란에 일침 배재정 의원

"포퓰리즘이라고요? 미래 위한 투자입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여야가 어렵게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해 합의를 했지만 결국 법안처리는 무산됐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은 엉뚱하게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새정치연합이 공무원연금 절감액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새정치연합을 비판하고 있다. 과연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은 무엇일까?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배재정 의원은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후 한동안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항의전화는 대부분 ‘왜 국민연금 보험료를 마음대로 올리려고 하느냐’는 내용이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개혁안 통과의 선제조건으로 공무원연금 절감액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하면 2060년 이후에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소득의 25%까지 내야 할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은 무엇일까? 다음은 배재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새정치연합이 공무원노조 눈치를 보느라 당초 계획보다 연금개혁안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있다.
▲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이번에 여야가 최종 합의한 개혁안의 재정절감 효과는 새누리당이 내놓았던 안보다 오히려 더 크다. 연금개혁의 효과는 재정절감액의 규모로 측정할 수 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적자보전금 기준으로, 새누리당 안은 현재 제도에 비해 461조원 절감효과가 있는 반면 최종 합의안의 효과는 497조원이다. 정부 총 재정부담금(연금부담금+적자보전금+퇴직수당) 기준으로도 새누리당의 안은 현재 제도 대비 308조원 절감 효과가 있는 반면, 최종 합의안의 효과는 333조원이다.

-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개혁 협상과정에서 난데없이 재정 절감분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왜 갑자기 국민연금 이야기가 나온 것인가?
▲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안도 국민대타협기구 의제 중 하나였다. 공무원연금개혁 방안과 함께 국민연금 강화 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었고, 그 결과물이 최종 합의안에 담긴 것이다.

- 국민연금 강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노후대비 수단이 국민연금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은 용돈 수준에 불과해 노후대비 수단으로는 부족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 노인자살 등의 문제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강화가 시급하다. 앞으로 30년 정도 지나면 노인인구가 지금의 3배 규모로 늘어나는데,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노인빈곤, 자살 등의 문제가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커지게 될 것이다.

"연금개혁 후퇴? 말도 안 되는 주장"
"지금 결단 안 하면 노인빈곤 재앙 될 것"

- 새정치연합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는데 보험료를 1.01%만 인상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새정치연합의 요구대로 하면 2060년 이후 소득의 25%까지 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는데 현재보다 보험료를 1.01%만 인상하면 된다는 것은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2015년 3월26일 국민대타협기구에 제출한 재정추계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다. 복지부의 주장은 현재 2060년으로 맞춰져있는 기금고갈시기를 늦추기 위해 필요한 인상폭으로서, 소득대체율 50% 상향에 필요한 보험료 인상과는 별개의 것이다.

- 국민연금 보험료가 인상되면 회사가 보험료 절반을 내주는 직장인들과는 달리 농어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닌가?
▲ 이번에 합의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에는 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보험료 지원을 위한 ‘두루누리사업’ 확대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급증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현행 두루누리사업은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하는 월급 140만원 미만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며, 이들과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료의 50%를 각각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를 확대해 소기업사업주와 종사자, 영세자영업 종사자 분들을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 보험료를 더 내도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이므로 국가가 없어지지 않는 한 못 받는 일은 없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부분적립방식인데, 이 방식의 특징은 적립해 놓은 연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을 끊임없이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즉, 5년마다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서 고갈시점이 언제인지 계산하고 대책을 마련해 고갈시점을 조금씩 뒤로 미루기 때문에 연기금 고갈시점은 도래하지 않는다. 결국 연금이 고갈되어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는 상징적일뿐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 가상의 일을 가지고 공포감을 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 그렇다면 정부와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요구를 비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사적연금 시장을 늘리려는 공포마케팅이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춰 나중에 받는 연금이 적어지면,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사적연금에 가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를 방해하는 것이다. 민간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기 운용이 가능한 이러한 보험은 아주 좋은 시장이다.

 

<mi737@ilyosisa.co.kr>


[배재정 의원 프로필]


▲ 부산일보 기자
▲ 제19대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민주당 대변인
▲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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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