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시장 김영란법 후폭풍 내막

“맘대로 접대골프 못하는데 회원권 누가 사나”

‘김영란법’이 골프회원권시장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조짐이다. 김영란법 통과 이후 회원권 가격은 당장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접대골프’용으로 갖고 있던 회원권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회원권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가의 그린피를 받고 접대골프 손님을 받아온 퍼블릭 골프장도 피해를 볼 전망이다.

법인권 매물 쏟아지면 시장 회복불능

접대골프 이용객수 110만명
더치페이 골프문화 확산될까?

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법인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1만5700개사다. 이 중 접대골프를 목적으로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절반 정도로 추산된다. 약 7850개사가 회원권을 시장에 매물로 던질 경우 회원권시장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상당수 골프장이 회원권을 분양하면서 받은 입회금을 돌려주지 못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법인들마저 입회금 회수에 나설 경우 회원제골프장은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법인 회원권
50%가 접대용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골프 회원권수는 2012년 기준으로 21만2566계좌다. 정회원이 16만8176계좌, 주중 회원이 4만4390계좌다. 개인이 전체의 75.0%인 15만9425계좌를, 법인은 25.0%인 5만3142계좌를 갖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총 223개소)의 평균 회원 수는 953계좌다. 수도권이 7만6836계좌로 전체의 45.7%, 영남권은 4만365계좌로 24.0%를 차지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는 연간 접대골프를 받는 인원을 약 110만명으로 추산한다. 연간 회원제골프장 이용객수는 2013년 기준으로 1734만 6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40%인 694만여명이 주말에 골프장을 찾고 있으며 10~15% 정도가 접대골프라는 것.
최근 들어 골프장들이 무기명회원권을 많이 팔면서 접대골프가 30~40%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가 회원권 골프장은 접대골프 손님 비율이 이보다 더 높다. 수도권의 한 고급골프장 관계자는 “평일은 50%, 주말은 70% 정도가 접대골프 손님”이라고 귀띔했다. 대중제(퍼블릭)골프장 가운데 그린피가 비싼 곳들도 접대골프 손님 비중이 높다.
김영란법 통과로 무기명회원권이 회원권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5억원대 안팎의 무기명회원권은 내장객이 누구인지 확인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린피도 저렴해 접대골프용으로 애용되고 있다. 회원권거래소들은 김영란법 통과로 무기명회원권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회원권 전문가들은 “기명회원권으로 접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손절매성 매물이 시장에 대거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무기명회원권은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며 “무기명회원권은 가격이 오르고 기명회원권은 추가 하락하는 양극화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이사는 “김영란법 통과로 법인들의 접대성향 라운드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본인 확인이 어려운 무기명회원권의 수요가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정반대 의견도 있다. 한 회원권 관련 전문가는 “접대골프를 사실상 금지한 상황에서 법인들이 무기명회원권을 구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영란법이 발효되면 무기명회원권을 사용하다 오히려 법적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란법이 골프장 그린피를 낮춰 ‘골프대중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접대골프가 사라지면서 골프장마다 남아도는 예약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린피를 인하하는 등 고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의 한 골프장 운영자는 “처음에는 타격이 있겠지만 접대골프문화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골프문화로 재편되면서 장기적으로 골프장 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무원들의 접대골프가 사라지는 대신 자기 돈으로 골프를 치는 이른바 더치페이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견해도 있다. 골프장경영협회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너무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점에는 문제가 있지만 오히려 이 법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자기 돈 내고 떳떳하게 골프를 치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러한 회원권시장의 불황을 증명하듯 골프회원권 시가총액이 불과 1년 만에 또 다시 3조3000억원 증발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골프회원권 시가는 15조6400억원이다. 시가총액이 바로 회원권 값에 회원수를 곱한, 골프회원권시장 전체 자산 규모다. 2008년 30조8900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2013년 18조9400억원으로 줄었다. 2014년에만 자산 가치가 17%가 급감했다는 이야기다. 지난 6년간 무려 15조250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 그야말로 ‘반토막’이 됐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가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사업 및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6년간 흐름을 분석했더니 2009년 25조850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10년 28조7400억원으로 반등한 게 마지막 호황이었다. 2011년 25조2500억원, 2012년 21조3700억원, 2013년에는 급기야 20조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불황은 지속된 반면 신설골프장은 급증해 공급 과잉현상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던 일부 대기업의 회원권까지 하락세를 보여 가속도가 붙는 추이다. 올해는 특히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기업이 접대골프를 주 목적으로 보유한 법인회원권이 대표적이다. 국내 15만5859장의 회원권 가운데 4만9419장으로 무려 42.4%에 달한다. 법인회원권이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면서 하락세를 부추길 수도 있는 이유다.
아직은 파장이 크지 않다. 법이 상당히 포괄적인데다 시행 시기도 불분명해서다. “법인 수요가 입장객 확인이 어려운 무기명으로 대폭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정 회원을 명시하지 않는 회원권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싼 반면 1팀 4명 전원을 회원 대우하는 파격적인 골프장도 있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싸고, 계열 골프장들과 호텔, 콘도 등을 묶는 복합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회원권 시가총액
1년 3조3000억 증발?

올해 회원권시장은 그래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회원권 가격이 충분히 낮아져 전체 시장의 영향력보다 이용자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선택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게 출발점이다. 동선이 짧은 수도권 근교의 저평가된 골프장과 다소 멀더라도 비용 절감 효과가 큰 골프장, 모기업이 재무구조가 탄탄해 시세를 방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대기업 계열 골프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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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