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후광 업은 어머니 추태 “입도 벙긋마!”
최근 서울 시내 모 대형백화점. 영업이 한창이던 1층 매장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고객 A씨가 매장 직원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난동을 부린 것.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년여성인 A씨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쉴 새 없이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이런 ××,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1층 매장에 울린 A씨의 쩌렁쩌렁한 ‘큰소리’는 무려 수십 분간 계속됐다. 일방적으로 당한 매장 여직원은 이내 눈물을 보였지만, A씨의 추태는 그칠 줄 몰랐다.
이날 이 백화점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주변 매장 직원들이 살짝 귀띔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며칠 전 구입한 화장품을 반품하기 위해 이 백화점 명품코너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절반 가까이 사용한 화장품을 내밀며 다짜고짜 반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여직원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고객님, 사용한 제품은 반품이 불가능합니다.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사용하지 말고 바로 가져오셔야죠.”
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A씨의 폭언과 고함이 쏟아졌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내 아들이 ○○○에 근무한다. 젊은 여자가 겁이 없구만….”
소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정부 고위층 인사의 모친이었다. 결국 A씨의 흥분은 여직원의 따귀를 때리는 손찌검으로 이어졌다. A씨의 소란이 계속되자 주변 직원들은 백화점 관리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현장으로 뛰어온 백화점 관리자들도 A씨의 극성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이들은 정중하게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시죠”라고 제의했지만, A씨는 이를 무시했다. 이런 와중에 “내가 뭘 잘못했다고 때리냐”는 직원의 반항이 거세지자 A씨는 그 자리에서 아들에게 전화하는 액션까지 취했다.
“우리 아들한테 연락하면 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목격자들에 따르면 A씨의 엄포에 화들짝 놀란 듯 순간 움찔한 백화점 관리자들은 A씨에게 재차 물었다고 한다.
“아드님이 누구시라고요?”
A씨는 한 번 더 당당하게 말했다.
“○○○에 있는 ○○○!”
백화점 측은 곧바로 검증 작업에 들어갔고, 이 결과 A씨의 아들이 ○○○ 소속 인사임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A씨의 추태가 계속됐지만, 백화점 관리자들은 팔짱만 낀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A씨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후문이다.
백화점 측은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직원을 내팽개치고 “화를 삼키라”며 A씨 달래기에만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매장 직원에게 사과를 종용하기도 했다.
“○○○씨가 먼저 사과하지∼.”
보통 대형백화점은 매장 내에서 폭언과 고성방가 등 소란이나 난동 행위가 발생할 경우 상황과 내용을 경찰에 신고한다. 이에 경찰은 해당인에 대해 조사를 벌인 후 사안에 따라 사법조치를 하고 있다. 따라서 백화점에선 소동을 피운 고객이 불구속 입건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A씨에 대해선 사법처리는커녕 직원 폭행건도 문제 삼지 않았다. 백화점 측의 ‘특정인사 봐주기’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십 분간 계속된 A씨의 소동은 백화점 측의 중재로 마무리됐고, A씨는 뜻대로 화장품을 반품했다. 그리고 A씨는 백화점 고위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당연히 이를 바라본 직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매장 직원은 “정해진 절차와 방식대로 고객을 대하는 것은 평소 백화점의 강조 사항”이라며 “특정인사와 관련된 사람이라고 해서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으로 당한 직원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씁쓸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동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에 백화점 관리자가 다시 나타났다. 이 관리자는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해당 직원은 물론 이 사건을 목격한 주변 매장 직원들까지 입단속을 시켰다고 한다. “모두 입을 닫으라. 이번 일을 외부로 절대 발설하지 마라. 혹시나 기자들이 물어봐도 모른 척 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