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유흥비 마련 어머니 그림 훔친 철없는 아들
“내가 도둑놈 키웠어”

아들이 어머니의 그림을 몰래 훔쳐 헐값에 팔아 유흥비로 탕진한 웃지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한달 전 오전11시 어머니 A(52)씨는 평소 해오던 서울 모 구청 봉사활동에 늦어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사가 오기로 한 오후 1시까지 집에 있던 대학생인 아들 B(20)씨에게 치매를 앓는 친정어머니 병간호를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A씨가 집을 나서자마자, 아들 B씨는 친구를 집으로 부른 뒤 집에 있던 서양화 2점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앓고 있는 외할머니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 뒤 화랑을 찾아가 친구 병원비를 핑계 대며 그림 2점을 60만원에 팔아 유흥비로 탕진했다. A씨가 경기 양평에서 화랑을 경영하다 2005년 접은 뒤 남은 그림 20점을 집안의 다용도실에 보관해뒀는데 아들은 지난 3월 말부터 A씨가 자원봉사활동 등으로 집을 비울 때마다 곶감 빼 먹듯 그림을 하나하나 화랑에 팔아 치웠다.

화랑 경영하던 어머니의 그림 20점 헐값 처분

A씨가 그림이 모두 없어진 것을 발견한 건 이달 초. 도둑이 든 걸로 생각한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외부침입 흔적이 없는 점에 따라 아들을 추궁,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그림전문가인 A씨는 20점의 감정가가 5000만원 상당이라고 신고했지만 아들이 이를 팔아 챙긴 돈은 600만원에 불과했다. 남편 없이 홀로 B씨와 친정어머니를 뒷바라지 해오던 A씨는 화랑을 접은 뒤 교육 관련 사업을 하면서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안팎으로 모범적인 사회생활을 해왔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본을 따를 만큼 철이 들지 않은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내가 도둑놈을 키웠어’라며 자조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직계혈족과 배우자 사이에 일어난 절도·사기죄는 형을 면제한다는 형법상 특례조항에 따라 B씨를 처벌하지 않았지만 함께 그림을 나른 B씨 친구와 그림을 산 화랑주인 등 5명은 26일 불구속 입건했다.

‘본드흡입 신고했다’ 모친 살해한 패륜아
아들도 믿을 수 없는 더러운 세상

자신의 본드 흡입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어머니를 출소한 지 열흘 만에 흉기로 살해한 비정한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시흥경찰서는 지난달 26일 말다툼 끝에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S 모(42)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S씨는 지난 24일 오후 11시10분쯤 시흥시 매화동 어머니 K모(73)씨 집 안방에서 K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K씨의 얼굴을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S씨는 본드를 상습적으로 흡입, 유해화학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1년 간 복역하다 지난달 17일 출소한 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S씨는 본드 흡입을 보다 못한 어머니와 가족들의 신고로 지난해 5월 구속, 수감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근 S씨가 출소한 후 K씨가 불안해했다는 가족들의 진술과 “사건당일 밤에 K씨 집에서 심하게 다투는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는 이웃의 진술 등으로 미뤄 S씨가 자신을 신고한데 앙심을 품고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5일 오후 1시쯤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어머니의 집을 찾았던 S씨 형(50)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날 오전 2시10분쯤 광명시 내 한 사우나에서 S씨를 검거했다. S씨는 검거 당시에도 본드를 흡입해 소란을 피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40만원에 무너진 15년 ‘코리안드림’
같은 중국동포라 급전 빌려 줬는데…

부산 강서구에서 발생한 식당 여주인과 여종업원 피살사건의 범인은 이들의 돈을 노린 같은 중국동포 출신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희생된 여성들은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억척스레 코리안 드림을 일궈오던 중 어이없는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부산 강서구 지사동 모 식당에서 숨진 채 발견된 A모(45) 여인 등 여성 2명의 살인 피의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강서경찰서는 범행 직후 서울로 도주한 뒤, 여관 종업원으로 위장 취업해 은신 중이던 중국동포 B모(41)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지난 19일 밤, 영업이 끝난 A씨의 식당에 찾아가 A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난자해 숨지게 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식당 종업원 C모(42)여인까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지난해 A씨에게 140만원의 돈을 빌린 점과 범행 당시 현금 백만 원 등 금품을 들고 달아난 것으로 미뤄 A씨의 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B씨의 흉기에 희생된 식당 업주 A씨는 지난 199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며 국내로 들어온 뒤 이혼과 생활고 등으로 무려 십여 년간 우여곡절을 겪어온 중국동포였다.

부산 식당 주인 살인사건 범인 중국동포 출신 남성
이혼 등 우여곡절 끝에 먹고 살 만하니 날벼락 참변


서울에서 식당 허드렛일로 억척스레 돈을 모은 뒤 동생의 도움으로 부산에 내려와 식당을 차린 지 불과 2년, 이제 월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고된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지만 같은 중국동포라는 연민으로 급전 140만원을 빌려준 B씨에게 어이없는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숨진 A씨의 동생은 “식당을 개업하고 처음 1년 동안 장사가 안돼 걱정하는 와중에도 매일매일 김치를 새로 하며 정성을 쏟았다”며 “여름이 다가오는데도 식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돼 ‘이제는 살만하다’고 함박웃음을 짓곤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A씨와 함께 희생된 종업원 C씨 역시 중국동포 출신으로 한국에 건너와 취업한지 겨우 두 달 만에 이같은 변을 당해 주변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욕심 많은 사람 골라 등친 보석 사기꾼
“보석에 투자하면 거액 벌게 해 줄게”

“보석에 투자하면 거액을 벌게 해 주겠다”는 말에 솔깃해 100여명의 투자자들이 1000억원 이상을 떼인 거액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중에는 전직 고위 관료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6일 보석 투자를 미끼로 2008년부터 최근까지 72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A모(54)씨를 사기 혐의로 출국 금지 조치하고 A씨의 계좌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투자자들에게 보석을 담보로 맡기고 투자금을 받아냈다.

그리고 투자금을 받은 뒤 며칠 이내에 원금의 20~30% 정도씩 이자를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한 피해자는 경찰에서 “2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틀 안에 5억원을 돌려주니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진술했다. A씨는 초기에 이자를 많이 지급해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뒤 “투자금액의 2배로 불려줄 수 있는 좋은 보석 투자 기회가 있다”며 더 많은 돈을 긁어모아 원금의 10% 정도만 돌려주고 나머지는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벌인 사기 행각의 피해자 중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직 장관과 고위 공무원 가족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자기 투자자들 중 전직 장관도 여럿 있다면서 보는 앞에서 ‘장관님’하고 통화를 했다. 안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사기 전과 3범인 A씨가 마지막으로 출소해 사기 행각을 벌인 2006년부터 피해액을 추산하면 1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투자자에게 맡긴 보석 중 일부는 ‘짝퉁’으로 가짜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A씨가 홍콩 등 해외에서 이 보석들을 밀수출해온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A씨는 동일인을 상대로 여러 차례 사기를 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A씨의 주된 범행 대상은 학교 선·후배와 고향 친구들이었다. 그는 “내가 이전에 떼어먹은 걸 못 갚아서 정말 미안했다. 이번엔 진짜 갚아주겠다”며 피해자들을 꾀었다. A씨는 이렇게 횡령한 돈으로 서울 송파구의 100평형대 아파트에 살며 집사와 운전기사까지 두고 편안하게 생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는 작년 10월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피해자와 합의를 보는 과정에서 타고 다니던 외제차를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30대 남자 옛 애인 살해한 이유
“성관계 익숙한 게 아무래도 이상해”

성관계를 익숙하게 한다는 이유로 옛 애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운 30대 남성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위현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성관계를 익숙하게 한다는 이유로 옛 애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태운 혐의로 구속기소된 A모(36)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교 중 불결하다고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불을 지른 것은 범행 동기에 동정의 여지가 없고, 수법도 잔혹해 극형에 처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전과가 없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26일 한 달 동안 사귀다 헤어진 B(29)씨의 원룸에서 B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갖던 중 B씨가 저항 없이 익숙하게 응하자 다른 남자와도 이 같은 성관계를 지속해왔을 것으로 보고 격분, 목을 조르고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운 혐의로 구속기소돼 사형이 구형됐다.

한밤 도둑 잡고 보니 아들
등잔 밑이 어둡네 그려

집에 도둑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으나 범인이 신고인의 아들로 밝혀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새벽 아버지 집에 침입해 현금과 카드 등을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A모(3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9일 오전 1시쯤 부산 사상구 아버지 집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안방에서 현금 20만원과 현금카드를 훔쳐 인근 은행에서 230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아버지는 이를 모르고 있다가 은행에서 통장정리를 하다 돈이 인출된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은행 CCTV 등에 찍힌 피의자의 얼굴을 확인한 결과 지난 4월 교도소에서 절도죄로 복역한 뒤 출소한 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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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