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④전남 나주시 김춘식 나주반장

화려함보다 견고함 강조한 50년 세월

좌식 생활을 하던 우리네 문화가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입식 문화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음식을 올려놓고 먹는 데 사용하는 소반이 그중 하나다. 과거에는 식생활부터 제사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였으며, 소반 제작이 발달해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가 형성되었다. 생산지에 따라 특징이 있어 나주반, 해주반, 통영반 등 고장 이름과 함께 고유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서구식 주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식탁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나주반·통영반…’ 생산지 따르는 소반 명칭
좌식문화의 서양화 속 뿌리 깊은 장인 정신

전남 나주 지방에서 만드는 나주반도 한때 맥이 끊어졌다고 여겼다. 일본의 민예 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1922년에 펴낸 <조선과 그 예술>에 “그렇게 번영했다는 소반 업자는 지금 대부분 끊어졌다. 나주반을 구하려고 해도 파는 가게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어렵게 이석규라는 명공을 만나 나주반을 구입했으나, 광복 후 나주반 제작 기술은 사라져갔다.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출 뻔한 나주반은 김춘식 선생(중요무형문화재 99호 소반장)에 의해 전통이 유지되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나주반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0년대 초다. 팔촌 형이 제대한 그에게 “상 만들면 먹고살 만하다”고 권해 상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나주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 용이 다리를 휘감고 올라가 상판에서 두 마리씩 마주 보는 모양으로 된 제상을 주문했다. 자신의 실력이 못 미치는 것을 깨닫고 솜씨 좋은 장인을 수소문했으나, 나주반을 제대로 만드는 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문 받은 상을 제작하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주반에 관심이 생겼다.

전통과 명맥
잇는 나주반

나주반의 원형을 찾아보기로 한 김춘식 장인은 헌 상 고치는 일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헌 상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나주반의 구조와 제작법을 익혔다. 그리고 ‘김삿갓 영감’이라 불리던 장인태 장인을 영광에서 초빙해 3년간 기초를 배웠다. 기초를 배운 뒤에는 소반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여기저기 발품 팔아가며 독학했다. 기술을 전수할 스승이 없어 밤새는 줄도 모르고 죽을 둥 살 둥 나주반 재현에 힘썼으니, 그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춘식 장인이 인생과 열정을 바친 나주반은 어떤 것일까. 나주반은 간결하면서도 견고하다. 해주반에서 보이는 화려한 투각도 없고, 통영반처럼 꽉 짜인 정형미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간단한 운각, 둥글면서 날렵한 다리 선, 화려하지 않은 가락지(다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가로 부재) 등 간결미가 우선한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구를 짜 맞추기 때문에 공력이 많이 든다. 깎고 다듬는 잔손질이 많아 톱이나 대패, 칼 등 사용하는 도구도 다양하다. 형태가 갖춰진 백골(옻칠을 하지 않은 소반)에는 옻칠을 한다. 묽게 탄 옻을 바르고 1~2일 말린 뒤 고운 사포로 문지르기를 여덟 차례 반복하면 붉고 투명한 광택이 난다.
제작 기법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변죽 기법이다. 변죽은 상 가장자리다. 상판 가장자리를 따라 아교를 칠하고 홈을 판 변죽을 둘러서 끼워 맞추는 방식이다. 변죽 이음매에는 대못을 쳐서 견고함을 더한다. 변죽을 대는 이유는 여름에 팽창하고 겨울에 수축하는 목재의 특성으로 상판이 휘거나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깎고 다듬는 잔손질 과정 통해 완성되는 나주반
소반 직접 만들며 느끼는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

50년 이상 나주반을 만들어 온 김춘식 장인은 우리의 전통 생활 문화 속에서 형성된 기물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는 나주반이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이 담긴 명품으로 인정받아 후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반인 가족을 대상으로 소반체험을 하고 있다. 한 가족이 하나의 소반을 제작할 수 있으며, 주중(월·수·목·금요일)은 오전과 오후, 화·토요일은 오후에 진행된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체험시간은 3시간이다.
나주에는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흐른다. 그 강을 따라 영산포에서 흑산도를 오가던 어선이 홍어라는 특산품을 전해줬다. 홍어 하면 흑산도나 목포를 떠올리는 이들은 영산포와 홍어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고려 말에는 전라도 섬 지역에 왜구가 자주 침입했다. 흑산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강을 따라 거슬러 와서 정착한 곳이 나주의 영산포다. 이들은 뭍으로 와서도 흑산도 인근에 나가 어로 활동을 했다. 여름이면 돌아오는 길에 생선이 썩어서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홍어는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돛단배를 타고 흑산도와 영산포를 오가던 시절, 삭힌 홍어는 나주의 명물이 되었다. 

영산포구가 있던 자리에 홍어 음식점과 도매상 40여곳이 들어서 ‘홍어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거리에 들어서면 홍어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마치 포구의 진한 향수가 전해지는 듯하다.
홍어의 거리 입구 영산교 아래에는 황포돛배 선착장이 있다. 1976년 영산강하굿둑이 들어서기 전에는 바닷물이 나주까지 올라왔다. 영산포는 내륙 항구지만, 한때 호남 최대의 포구로 이름을 떨친 조선 시대 남해 물류의 집결지였다. 서해에서 잡은 해산물과 남도 들녘에서 거둔 곡식이 황포돛배를 타고 모여들었고, 나주에서 전국으로 보내졌다.

사연 많은
나주의 명물

면포에 황톳물을 들인 깃발을 달고 영산강을 누비던 황포돛배가 유람선으로 다시 태어나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영산포에서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이 있는 회진리까지 왕복 10km 구간을 운항한다. 황포돛배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다 보면 개가 물을 마시는 형상, 슬픈 사랑의 주인공 아랑사와 아비사가 꼭 껴안은 형상의 바위 절벽이 눈에 띈다. 황포돛배 선착장에는 영산강을 드나드는 배를 인도하던 영산포등대가 있다. 1915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륙하천에 세워진 등대다.

나주금성관도 돌아볼 만하다. 나주는 1896년 광주에 도청이 들어서기 전까지 전라남도의 정치,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다. 조선 시대에 관찰사가 관할구역을 순행할 때 업무를 보던 곳이자, 중앙의 사신이 지방에 오면 묵던 곳이 나주금성관이다. 정면 5칸에 측면 4칸의 단층 팔작지붕이지만, 칸 넓이나 높이가 다른 건물보다 커서 정청의 위엄을 더한다. 현재 금성관, 동익헌, 서익헌, 망화루 등이 복원되었다.

나주금성관 앞에는 곰탕골목이 있다. 곰탕은 남도의 맛과 풍요로움, 나주의 넉넉함이 배어 있는 향토 음식이다. 양지, 사태, 쇠머리 등 소의 여러 부위를 삶은 국물에 밥을 말아 낸다. 하루 종일 끓이면서 국자로 기름을 걷어 국물이 맑고, 맛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나주금성관→나주반전수교육관→황포돛배→영산포 홍어의 거리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나주금성관→남고문(나주읍성 남문)→나주반전수교육관→황포돛배→영산포 홍어의 거리
둘째 날 : 나주영모정→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 복암리 고분군→나주영상테마파크

관련 웹사이트
· 나주문화관광   http://tour.naju.go.kr
· 한국천연염색박물관   www.naturaldyeing.or.kr/xe 

문의 전화
· 나주시청 관광문화과  061-339-8592
· 나주반전수교육관  061-332-2684
· 황포돛배   061-332-1755
· 한국천연염색박물관  061-335-0091

대중교통
버스> 서울-나주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 (07:10, 10:10, 12:35, 15:35, 18:35) 운행, 4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나주시외버스터미널 061-333-1323
기차> 용산역-나주역 : KTX 하루 6회(05:20~18:20) 운행, 약 3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무안광주고속도로→나주 IC→양천교차로 좌회전→831번 지방도(노안삼도로)→동신대 앞→산정삼거리 좌회전→돌고래사거리 우회전→나주반전수교육관

숙박
·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 나주시 금성관길, 061-332-6565
· 힐모텔 : 나주시 완사천길, 061-332-5046
· 궁무인텔 : 나주시 송월2길, 061-336-7588

식당
· 영산홍가 : 홍어회, 나주시 영산포로, 061-334-0585
· 영산포홍어 : 홍어회, 나주시 영산3길, 061-337-5000
· 남평할매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4-4682
· 노안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2053, www.나주곰탕.kr

주변 볼거리
도래전통한옥마을, 불회사, 나주 복암리 고분군, 나주영상테마파크, 나주 반남 고분군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