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신의 한수' 남미 구상 대해부

‘총리 김무성’ ‘당대표 서청원’ 카드는 어때요?

[일요시사] 최현목 기자 = ‘인사가 만사다.’ 인사관리에 관한 옛말을 바탕으로 박근혜정부를 평가한다면 어떤 말이 나올까. 이완구 전 총리는 지난 20일 사의를 표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더불어 재임기간 63일, 사실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청와대는 6번째 총리 지명자를 찾고 있다. 그간 다른 자리에 비해 총리직 선임과정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총리만 국한해 본다면 ‘인사참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후 지금까지 김용준, 정홍원, 안대희, 문창극, 이완구 등 총 5명의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그 중 이 전 총리를 포함해 2명만 실제 총리가 됐다. 이제 그 두 사람 중 한 명마저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정홍원 전 총리만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유일한 총리로 남아있다.

불명예 퇴진
총리 잔혹사

박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는 현재 차기 총리를 골라내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누리당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완구 총리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였다”며 “후임 인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다르게 말하면 이는 앞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고를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많은 후보자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총리가 사의를 표한 후 언론을 통해서는 차기 총리에 대한 여러 기준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인이냐 비정치인을 뽑을 것이냐’란 문제도 중요한 기준 중에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사퇴한 것에 비춰봤을 때 비정치인 출신이 될 것이란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비정치인 출신 후보자는 조무제, 김영란, 목영준, 윤증현 등이다. 이들은 모두 도덕성과 청렴함에 있어서 검증 받은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무제 전 대법관은 ‘딸깍발이 판사’로 알려질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유지한 인물로 손꼽힌다. 조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전관예우’ 의혹에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권 교체마다 차기 총리로 모셔오고 싶어 하는 인물 1순위로 꼽힌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잘 알려진 ‘김영란법’을 발의한 사람이다. 김영란이란 이름이 국민들에게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각인돼 있다는 측면에서 만약 총리로 임명된다면 그간 보여준 인사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위원장 역시 대법관 출신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아 ‘전관예우’에 자유롭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의 이름도 들려온다. 청렴한 법조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목 전 재판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특히 그는 ‘헌법 재판관’이란 이력을 가지고 있어 향후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행정경험을 중시한다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국정의 2인자이자 행정부를 총괄하는 국무총리 자리에 현장행정가를 투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혼란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분석이다.

도덕·청렴 우선
비정치계 거론

그러나 들려오는 이야기를 종합해본다면 그래도 정치인 출신 인사들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정무감각’이란 달콤한 열매를 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렴함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많은 선거를 통해 검증된 인물들이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유다.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을 본다면 누가 앞서 있는지 쉽사리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쟁쟁하다. 황우여, 최경환 부총리의 이름도 자주 들려온다. 두 사람은 친박의 핵심실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라 박 대통령과의 소통에도 무난하다는 진단이다.

황 부총리 측 관계자는 전화인터뷰에서 “황 부총리는 아셈회의를 위해 해외출장 중이다”라며 “전혀 그에 대한 말씀이 없으셨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도 유력한 후보자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이완구 전 총리가 선임되기 전 후보자로 이름이 자주 거론된 바 있으며 서민적 이미지로 도덕적인 부분에서 결함이 없다는 평가다.

행정 경험 또한 다른 인물에 비해 풍부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실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를 맡아달라고 하면 수락할 것이냐’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대해 김 위원장은 “가정법을 가지고 거기에 대해 말씀을 드리면 좀 이상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답한 바 있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친박계 핵심인물로 꼽혀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4선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 국민의 검증은 끝났다는 점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말도 있다.

‘세월호 사건’을 수습했을 때 보여준 진정성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대목이란 분석이다. 이 전 장관 측 관계자는 전화를 통해 “의원님께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은 알고 계실 것이다”라면서도 “지금 해외출장 중에 계신다. 의원님으로부터 총리에 대한 어떤 언급도 전달 받은 게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마평 줄줄, 이완구 다음 누구?
정치인은 물론 비정치인도 물망

같은 4선 의원으로 꼽히는 이한구 의원도 유력한 후보자로 손꼽힌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어 리더십이 검증됐으며 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등 경제관련 현안을 보는 눈이 밝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 박근혜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가장 적임자라는 평가다.

반면 강력한 후보임에도 위험부담이 있는 후보자들이 있다. 오세훈, 황교안이 그들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최근 새누리당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이미 정계 복귀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간 것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력이 있어 총리직도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복지’와 관련해 야당과 대척점에 있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 사항에 대해 문의하려 오 전 시장 측 측근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황 장관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그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등 굵직한 사안을 박 대통령과 소통하며 진행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국정 공백을 불러온 ‘성완종 사건’이 수사 중에 있다는 점에서 황 장관이 총리로 낙점될 경우 정가 내외에서 반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각·경험 우선
정치계 후보들

지역적 기준으로 총리를 선임할 것이란 전망도 나와 눈길을 끈다.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충청권과 호남권이다. 충청권이 거론되는 것은 다시 한 번 박 대통령이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를 가져갈 때 충청민심이 많은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 아직 청와대 내부에서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그런 채무의식이 충청 총리를 밀어줄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현재 거론되는 충청권 인사는 이인제, 강창희, 정우택 등이다. 이들 의원실과 통화해본 결과 공통적으로 “의원님으로부터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면서도 “하마평에 거론되는 것은 언론을 통해 아마 알고 계실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 인사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인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기획원 법무담당관 출신으로 충청북도지사를 역임하는 등 이력과 경험에 있어선 충분하다는 평가다. 3선 의원까지 성공해 준비된 카드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들려오고 있다. 정 의원실 한 관계자는 “공식입장은 없다”면서도 “충청민들이 느꼈을 아픔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후보만 10명 이상, 일인지하 만인지상은?
누가 되더라도 ‘독이 든 성배’ 변함없어

호남지역 총리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당대표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23일 4·29재보선 광주 서구 지원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께 말씀 드린다”며 “이번 기회에 이완구 총리가 경질되면 그 자리에 전라도 사람 한번 총리를 시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총리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냐”며 “또 정 승 후보가 이번 선거에 당선돼 최고위원이 되고, (이 최고위원이) 총리를 하면 얼마나 일을 잘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즉, 이 최고위원이 총리로 가면 공석이 된 자리에 정 승 후보를 앉히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 당선을 위한 파격 공약 중 하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정작 친박계를 통해서는 ‘김무성 총리 임명’이라는 파격적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 최고위원을 총리로, 정 후보를 최고위원으로’라고 밝힌 김 대표의 발언과 유사한 전략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친박계 내부에서 나온 말을 종합해보면 ‘김무성 대표를 총리로, 공석이 된 당대표 자리에는 서청원 최고위원을 앉힌다’는 시나리오다.

김 대표가 총리가 됐을 때 박근혜정부가 가질 수 있는 득을 생각해본다면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 청와대 입장에서 봤을 때 ‘양수겸장’ 측면에서 김 대표가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첫 번째 김 대표는 여당 최고의 유력 대권주자다. 그런 대권주자를 총리로 임명한다면 떨어지는 지지율을 붙잡을 수 있다. 최근 언론은 물론 정계에서는 이번 성완종 사태로 인한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데드덕’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두 번째는 비박계 최고 핵심을 곁에 둘 수 있다는 이점이다. ‘적은 가까이 두라’는 옛말처럼 최근 기치를 높이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만약 서 최고위원이 김 대표를 대신해 당대표가 된다면 국정 운영에 있어서 순풍을 달 수 있다고 친박계는 풀이한다.

김무성 총리?
서청원 대표?

이에 대해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실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서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누가 얘길 꺼냈는지 모르지만 재미있는 발상”이라며 “전혀 들어본 적 없는 허무맹랑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 역시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총리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으시다”고 말했다. 두 관계자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흔히 들리는 소문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남미 4개국 순방길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까? 아직 결정권자인 박 대통령의 ‘신의 한수’가 미정인 상황에서 총리 후보자에 대한 하마평은 어디까지나 예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끊이지 않는 ‘이완구 잔혹사’

최근 <조선일보>를 통해 이완구 전 총리가 인척관계에 있는 검찰 관계자에게 수사상황을 문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측은 이 전 총리가 직접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전화 통화내역 등을 살펴보던 중 이 전 총리와 인척관계에 있는 검찰 간부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 전 총리도 성 전 회장의 자살 이후 해당 간부와 자주 통화했다는 기록을 발견했다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총리실 직원, 검찰 측에 수사 문의 논란

이러한 기사가 나간 이후 총리실 관계자는 <KBS>를 통해 “총리 본인이 검찰 간부와 직접 통화한 적은 없다”며 “다만 총리실 직원 이모씨가 이 전 총리와 인척인 검찰 간부에게 전화해 수사상황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수사상황을 문의한 이씨는 이 전 총리가 충남지사로 근무할 때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측근으로 이 총리 취임 이후 총리비서실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조만간 총리실에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이 전 총리의 인척이자 성 전 회장이 이끈 ‘충청포럼’ 멤버로 알려진 검찰 간부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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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