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③충남 예산군 전흥수 대목장

국보급 전통 건축을 한자리에서 만나다

법주사 대웅전, 월정사 산신각과 진영각, 창덕궁 가정당, 남한산성 행궁, 수원 화성 팔달문, 도봉산 망월사 대웅전, 관악산 연주암 등에는 모두 고건축의 대가로 존경 받는 한 사람의 손길이 스며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전흥수 선생이다.

전재산 들여 지은 ‘한국고건축박물관’
숭례문 등 국보급 목조건물 모형전시

나무를 다루는 목수는 궁궐, 사찰, 주택 같은 건축물을 짓는 대목장과 가구나 공예품을 만드는 소목장으로 나뉜다. 대목장은 설계에서 완성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건축의 모든 단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각 분야 장인들을 지휘하는 자리인 만큼 익혀야 할 지식이 많고, 솜씨도 좋아야 한다. 대목장 한 사람이 배출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까닭이다. 

전흥수 선생은 1938년생으로 올해 78세다. 가난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18세 때 목공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목수인 부친 밑에서 심부름을 하다가, 곧 수덕사 도편수로 있던 고 김중희 선생 문하에 들어가 체계적으로 일을 배웠다. 생계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차츰 전통을 지켜 나간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남다른 눈썰미와 손재주, 타고난 성실함으로 30대 젊은 나이에 주요 문화재와 사찰 공사를 맡아 전국을 누볐다.

국보 만들어낸
뛰어난 손재주

그는 1998년 고향인 충남 예산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열었다. 전 재산을 들여 지은 박물관에는 후손이 우리 건축의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고 잘 보존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
전시관 두 곳은 전국의 국보와 보물급 목조건물이 가득하다. 5분의1이나 10분의1 크기로 직접 축소·제작한 모형이지만, 자재와 건축 기법이 실제 건물과 똑같고 제작 기간과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었다. 국보 1호 숭례문을 비롯해 법주사 팔상전, 화엄사 각황전, 도갑사 해탈문, 개심사 대웅전, 무위사 극락전,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개암사 대웅전 등 내로라하는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게다가 모든 건축물이 목조 뼈대만으로 되어 안팎이 속속들이 보이니, 건축학도에게는 귀중한 교육과 학습의 장이다. 가장 인기 있는 모형은 숭례문이다. 꼬마 숭례문은 2008년 숭례문 복원 당시 국립고궁박물관에 차려진 숭례문복구정부합동대책본부로 옮겨져 자료로 활용됐다. 


자유롭게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면 두 배로 재미있다. 고려와 조선 건축의 특징, 궁궐과 사찰, 일반 주택의 건축적 차이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주심포 양식과 다포 양식, 맞배지붕과 팔작지붕 등 어려운 전통 건축 용어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체험관에서 맞배지붕 조립하기에 도전해보자. 도면을 보며 순서대로 끼워 맞추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건축학도조차 어려워할 정도로 난도가 높다.
전흥수 대목장은 요즘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더 많이 가르치고 전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최근 일반인이 한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반갑지만, 체험용으로 급히 지은 한옥에는 아쉬움도 많다. 고건축의 맥을 잇기 위해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웅장함 속 균형미
수덕사 대웅전

한국고건축박물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수덕사가 있다. 전국의 사찰 중 방문객이 많기로 몇 손가락에 꼽히는 이 절에도 전흥수 대목장의 손길이 닿아 있다. 대표적인 건물이 일주문과 대웅전 사이에 있는 황하루다. 정면 7칸에 측면 3칸의 주심포식 맞배집으로, 1990년에 대웅전을 본떠서 지었다. 건립 연대가 밝혀진 목조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1308년)으로 알려진 대웅전의 균형미도 깊이 음미해보자. 수덕사 일주문 앞에는 한국 문자 추상의 개척자, 고암 이응노 화백과 인연이 깊은 수덕여관이 있다. 

추사고택도 여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명소다. 추사고택은 영조의 둘째 딸 화순옹주와 혼인한 김한신이 지은 조선 시대 건물이다. 김한신의 증손자인 추사 김정희가 이 집에서 태어났다. 사랑채와 안채, 사당으로 구성된 가옥, 추사의 묘소, 증조부와 증조모의 합장묘, 추사기념관이 넓게 자리한다. 고택에서 600m 떨어진 곳에는 추사가 청나라에서 가져와 고조부의 묘 앞에 심은 백송이 있다.

슬로시티 대흥에서 농촌의 느긋함 만끽
구수한 장터국밥이 일품인 예산 오일장

여유로운 농촌의 정경을 즐기고 싶다면 슬로시티 대흥에 가보자. 예산군 대흥면은 구성원들이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해, 지난 2009년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대흥 지역의 옛이야기와 자연을 느끼며 ‘느린 꼬부랑길’을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 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도 있다.

일정이 맞으면 예산 오일장도 놓치지 말자. 끝 자리 5·10일에 열리는 예산 오일장의 명물은 장터국밥이다. 장이 서기 전날과 장날에만 반짝 문을 여는 국밥집이 여럿이다. 구수한 소머리국밥과 수육 한 접시에 시골 인심이 가득 담겨 있다.
숙박 시설은 한국고건축박물관과 수덕사에서 가까운 덕산온천 지구에 많다. 1917년 개장한 덕산온천은 예산을 대표하는 가족 여행 명소로, 호텔을 비롯한 숙박 시설과 무료 족욕 체험장, 음식점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췄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추사고택→한국고건축박물관→수덕사→덕산온천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한국고건축박물관→수덕사→덕산온천
둘째 날 : 슬로시티 대흥→예산 읍내 장터→추사고택

관련 웹사이트
· 예산군 문화관광 http://tour.yesan.go.kr
· 한국고건축박물관 www.ktam.or.kr
· 수덕사 www.sudeoksa.com
· 슬로시티 대흥 www.slowcitydh.com

문의 전화
· 예산군청 녹색관광과 041-339-7312
· 한국고건축박물관 041-337-5877
· 수덕사 041-330-7700
· 추사고택 041-339-8242
· 슬로시티 대흥 방문자센터 041-331-3727

대중교통
버스> 서울-예산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회(09:30~18:3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회(07:00~19:30) 운행, 약 2시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10~20:3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예산종합터미널 041-333-2921
기차> 용산역-예산역 : 무궁화 하루 9회(05:35~20:3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해미 IC→예산·덕산 방면→한티로→덕산터널→윤봉길로→광천교차로 좌회전→남은들로→홍덕서로→한국고건축박물관

숙박
· 그랜드모텔 : 예산읍 충서로, 041-334-8934 (굿스테이)
· 세심천온천호텔 : 삽교읍 수암산로, 041-338-9005
· 리솜스파캐슬덕산 : 덕산면 온천단지3로, 041-330-8000

식당
· 삼우갈비 : 갈비·갈비탕, 예산읍 임성로23번길, 041-335-6230
· 수덕골미락 : 산채정식·산채비빔밥, 덕산면 수덕사안길, 041-337-0606
· 할머니장터국밥 : 소머리국밥·수육, 예산읍 천변로, 041-334-2401

주변 볼거리
임존성, 충의사,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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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