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②전남 진도군 김영숙 명인

맛 좋고 몸에도 좋은 약떡을 만들다

­­진도 지산면에서 대한민국 식품명인 53호 김영숙 선생을 만났다. 외할머니처럼 푸근한 인상이다. 그가 명인이 된 것은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 복령으로 만든 ‘복령조화고’ 덕분이다. 복령조화고는 조선 시대에 가정 살림 전반에 관해 기술한 <규합총서>에도 나올 만큼 조상 대대로 즐겨 먹던 전통 떡이다. 백설기와 비슷한데 멥쌀과 복령을 주재료로 만들어 복령조화고라 한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쉽게 복령떡이라고 부른다.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낸 전통 떡 ‘복령조화고’
직접 재배·생산한 재료 사용해 만족감 두 배

김영숙 명인은 춘궁기에 복령을 캐서 덥석덥석 베어 먹기도 하고, 설을 쇠기 위해 복령 가루를 넣어 조청을 고았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때는 복령이 귀한 약재인 줄도 몰랐다. 명인이 복령조화고를 안 것은 1966년 지산면으로 시집오고 나서다. 시할머니에게 떡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시댁에서는 손이 많이 가도 큰일이 있을 때마다 복령조화고를 냈다.
복령은 벌채한 소나무나 죽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으로, 땅속 30cm 깊이에서 자란다. 이뇨, 강장, 진정에 효능이 있어 한약재로 쓰인다. 김영숙 명인은 문중 산에서 캔 복령을 바로 냉동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가루를 내서 쓴다. 울퉁불퉁하고 못생겼지만 달고 심심한 맛이 떡 재료에 적당하다. 멥쌀에 복령, 산약(마), 검인(가시연밥), 연자육(연꽃 씨앗)을 넣고 사탕가루로 맛을 내는 것이 전통적인 조리법이다.
우리네 전통 떡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 복령조화고도 손이 많이 가는 떡이다. 먼저 불린 멥쌀을 가루 내고 복령, 산약, 검인, 연자육도 곱게 가루를 낸다. 사탕가루 대신 꿀을 넣고 체에 여러 번 내린다. 체에 내리는 작업은 두 번 정도 기계를 쓰지만, 손으로 두어 번 더 내려야 한다. 예전에는 전 과정을 손으로 하느라 힘들었다. 고운 가루를 내려야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좋은 떡이 완성되므로 절대 게을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곱게 내린 가루는 물에 적신 면포를 덮어 숙성시킨다.

건강과 맛 담은
명인의 떡

숙성된 가루는 시루에 찌는데, 김영숙 명인은 직접 짜 맞춘 나무 시루를 쓴다. 옛날에는 질시루를 사용했으나, 찌는 동안 물방울이 맺혀 떡에 스며드는 걸 보고 여러 재질을 시험해본 결과 나무 시루가 가장 좋았다. 시루에 면포를 깔고 떡가루를 평평하게 올린 뒤 두꺼운 면포를 덮어 20분간 찐다.
김이 하얗게 오른 떡은 보기에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생김새는 백설기와 비슷한데, 복령조화고는 황토색이 살짝 도는 아이보리색이다. 떡이 두꺼우면 찌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루 무게에 눌리기 때문에 손가락 한 마디 두께로 만든다.
복령을 비롯해 여러 가지 약재를 넣지만, 약 냄새나 쓴맛이 없다. 또 백설기는 먹다 보면 목이 메는데, 복령조화고는 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넘어간다. 씹을수록 침이 나와 부드럽게 넘어가고 소화도 잘된다. 사탕가루 대신 꿀을 넣어 그런지 달지 않으면서도 자꾸 손이 간다. 아이들도 맛있다며 연신 집어 먹는다.
명인의 떡은 건강과 맛을 고루 담아낸다. 단맛이 강하거나 수입 쌀과 저렴한 재료를 쓴 떡을 파는 곳이 많은 요즘도 명인은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를 고집한다. 전통적인 비율에 따라 만든 복령조화고도 약재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아이들이나 한약재를 싫어하는 이들을 위해 복령의 비율을 낮추고 하트 모양으로 포인트를 준 떡도 있다. 소화력이 약해진 환자들에게 약떡으로 알려져 노인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주로 판매되고, 선물용으로도 사랑받는다. 진도 특산물인 검정쌀과 구기자로 만든 검정쌀떡, 구기자한과도 명인의 자랑거리다. 바쁜 아침에 빵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명인이 만든 떡 한 조각이면 거뜬하겠다.

4월부터 꽃게가 넘쳐나는 진도 서망항
6월 산란기에 볼 수 있는 다양한 꽃게 요리


진도의 4월은 꽃게를 몰고 온다. 진도 남쪽 서망항은 4월부터 5월까지 꽃게가 넘쳐난다. 진도 일대에서 잡은 꽃게는 모두 서망항으로 하역해 경매를 마친 뒤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그물을 사용하는 타 지역과 달리 진도는 통발을 던져 꽃게를 잡는다. 덕분에 살아 있는 시간이 길고, 살이 더 꽉 찼다.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서망항을 찾는 이유다.
꽃게잡이 어선은 바다에 정박해 있고, 운반선이 항구와 어선을 오가며 꽃게를 나른다. 오전 11시에 경매를 시작하고, 물량이 많을 때는 오후 1시에도 열린다. 운반선에서 내린 꽃게는 크기별로 분류 작업을 거쳐 수조에 넣으면 다시 헤엄친다. 진도 앞바다는 6월부터 산란기를 맞아 꽃게 금어기가 시작되는데, 산란 전인 지금이 살도 많이 오르고 알도 꽉 차 맛이 좋다. 꽃게찜, 꽃게탕, 꽃게살비빔밥, 간장게장 등 다양하게 요리한 꽃게가 달다. 

진도의 새로운 명소로 접도가 급부상하고 있다. 의신면 남쪽에 있는 접도는 연륙교가 놓여 접근하기 쉽다. 섬이 대부분 원시적인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되었으며, 섬 구석구석을 찾아가는 접도웰빙등산로가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능선과 계곡,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는 안내 표시, 일부 구간의 계단과 목책, 밧줄 정도를 제외하면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데다, 등반 중에는 인가나 건물이 전혀 없다. 

1코스는 수품항과 아홉봉을 잇는 3.5km 구간으로 왕복 1시간 걸리고, 2코스는 여미주차장-쥐바위-거북바위-병풍바위-부부느티나무-여미사거리-작은여미(동백계곡)-솔섬해안-작은여미-말똥바위-여미사거리-여미주차장으로 돌아오는 9km 구간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 2코스가 훨씬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다. 바다와 해변, 바위 절벽이 어우러진 작은여미와 솔섬해안이 특히 인상적이다. 솔섬바위 끝 조망대에 서면 등산로 출발점부터 능선과 동백계곡, 작은여미 등 접도웰빙등산로가 한눈에 펼쳐진다.

자연 그대로의
접도 웰빙등산로

고개를 들면 활짝 핀 동백꽃이 머리 위를 비추고, 고개를 숙이면 수풀에 숨어 있던 들꽃이 수줍게 인사를 한다. 남산제비꽃, 산자고, 노루귀, 현호색 등 봄꽃이 등산로 곳곳에 피었다. 5m가 넘는 모새나무와 이팝나무, 제주도와 전남 지역에서 자생하는 지네발난 같은 희귀 식물도 눈에 띈다. 봄부터 가을까지 들꽃이 피고 지며, 상록활엽수가 많아 겨울에도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하다. 등산로가 험하지 않아 초등학생은 물론 70대 어르신도 도전해볼 만하다.
진도의 상징인 진돗개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진도개테마파크를 찾으면 흥미진진한 경주와 공연을 볼 수 있다. 평일에는 진돗개 공연이 세 차례 있고, 주말에는 공연 외에도 진돗개 경주와 어질리티(장애물 경기)까지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진도 남서쪽 바다의 조도 일대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지산면 급치산전망대에 오르면 그림처럼 펼쳐진 풍광을 조망하기 좋다. 세방낙조전망대 주변으로 분위기 좋은 펜션이 많은데, 방 안에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어 인기다. 남종화를 대표하는 소치 허련이 말년에 머물며 그림을 그린 운림산방, 운림산방 바로 아래 새롭게 문을 연 운림삼별초공원, 울돌목의 세찬 물살과 어우러진 진도대교를 굽어보는 진도타워(녹진전망대)도 진도 여행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진도타워(녹진전망대)→진도전통식품(복령조화고 제조)→서망항→급치산전망대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진도전통식품(복령조화고 제조)→진도향토문화회관(토요민속여행 공연 관람)→서망항→급치산전망대→세방낙조
· 둘째 날 : 접도웰빙등산로→운림산방→운림삼별초공원→진도개테마공원→진도타워(녹진전망대)

관련 웹사이트
· 진도군 관광문화 http://tour.jindo.go.kr
· 진도군 진돗개(진돗개테마파크) http://dog.jindo.go.kr

문의 전화
· 진도군청 홍보계  061-540-3033
· 진도군 관광안내소  061-542-0088
· 진도전통식품          061-542-0011
· 진돗개테마파크  061-540-6331
· 운림산방  061-540-6286
· 운림삼별초공원  061-543-2002

대중교통
버스> 서울-진도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35, 09:00, 15:30, 17:35) 운행, 약 5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진도공용터미널  061-544-2121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목포 IC→목포대교→고하대로→대불로→우수영교차로→진도대교→진도읍→지산면

숙박
· 지중해펜션 : 지산면 세방낙조로, 061-542-9600, www.jdjijoonghae.com
· 태평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7000
· 프린스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2251

식당
· 신호등회관 : 꽃게비빔밥·간장게장, 진도읍 남동1길, 061-544-4449
· 나주곰탕 : 곰탕, 진도읍 남동1길, 061-542-7179
· 옥천횟집 : 회정식, 진도읍 철마길, 061-543-5664
· 다도해관광회센타 : 생선회, 지산면 세방낙조로, 061-543-7227

주변 볼거리
신비의 바닷길, 남도석성, 용장산성, 관매도, 국립남도국악원, 가계해수욕장, 진도해양생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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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