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회장님 '성완종 살생부' 실체

이명박 털려다 박근혜 털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로 이명박정부를 겨냥했던 청와대가 심각한 역풍을 맞았다. '죽은 성완종'이 '산 박근혜'를 쫓고 있는 꼴이다. "나는 MB맨이 아닌 MB정부의 피해자"라고 울먹였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죽음과 맞바꾼 메카톤급 폭로로 정부·여당의 폐부를 찔렀다. 이제 관심은 '성완종 리스트'에 모아진다. 메모 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남은 운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새벽 6시 초대형 폭로가 나왔다. 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의 억대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힌 사람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다. 성 회장은 판도라 상자를 열고, 몇 시간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자원외교 역풍
정부에 부메랑

'십상시 파문'조차 비교 불가한 사상 초유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졌다. 성 회장은 생전 마지막 유언을 가족이 아닌 언론 기자에게 남겼다. <경향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가 만든 소용돌이는 메가톤급 파괴력을 가진 허리케인으로 확대돼 청와대를 덮쳤다.

성 회장은 자살을 결심한 지난 9일 새벽 5시 유서를 남기고 자택을 나섰다. 자택 인근의 리베라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고 5시30분께 북한산에 도착했다. <경향신문>은 약 30분 뒤 성 회장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결과적으로 유언이 된 그의 인터뷰는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10일 공개된 인터뷰에 따르면 성 회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전후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각각 10만달러와 7억원을 건넸다. 돈의 성격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단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성 회장은 두 실장에게 돈을 전달한 시기와 장소를 정확히 묘사했다. 김 전 실장에 대해선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돈을) 전달했다. 당시 수행비서도 함께 왔었다. 결과적으로 신뢰관계에서 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허 전 실장에 대해선 "2007년 당시 허 본부장(당시 박근혜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갖고 가고 내가 직접 주었다"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그렇게 (돈을 전달해)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권 핵심 인사들 도마 '일파만파'
성회장 메모 사실이면 현정부 '끝'

성 회장의 인터뷰는 이날 오전 거의 모든 매체가 빠짐없이 인용했다. 사안이 가진 폭발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일각에선 '녹취록이 정말 있는 것이냐'라며 의문을 표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오후 12시 성 회장의 육성 녹취록을 직접 공개하며 논란을 정리했다. 녹취록의 내용과 보도된 내용은 정확히 일치했다.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로부터 약 2시간 뒤엔 성 회장이 죽기 직전 남긴 메모가 세상에 알려졌다. 성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메모를 확보한 것이다. 메모에는 두 실장을 포함한 여권 거물급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메모에 쓰인 내용은 성 회장이 생전 육성으로 밝힌 주장과 같았다.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던 것이다.

남은 6명의 신원도 속속 드러났다. 메모 속 인물이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라는 방송보도가 잇따랐다. 검찰은 "대체적으로 (언론에서 밝힌) 내용이 같다"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여기서 '부산시장'은 친박계인 서병수 부산시장으로 확인됐다.

메모의 필적은 평소 성 회장의 필적과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 회장의 메모가 맞는지 필적감정을 의뢰했고, 본인 것이 맞다는 확인을 받았다. 메모에 적힌 총 글자 수는 55자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는 구체적인 금액이 적혀있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남은 4명은 각각 성 회장으로부터 적힌 액수만큼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메가톤급 파괴력
판도라상자 열려

비록 성 회장은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성완종 리스트'는 박근혜정부 전·현직 핵심참모,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을 궁지로 내몰았다. 아울러 이들 대부분은 소위 친박계 정치인이자 각종 선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기 때문에 청와대가 직격타를 맞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선 성 회장이 토끼인 줄 알고 몰았다가 사냥개에 물린 형국이다.

지난 2월26일 <세계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박근혜정부는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 무렵 수사의 무게 중심은 포스코에 쏠렸다. 이 총리가 먼저 3월12일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라고 말했고, 같은 달 17일에는 박 대통령이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뿌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당시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는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풀이됐다. 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영포라인뿐 아니라 일부 친이계 전·현직 의원을 옭아 멜 수 있고, 현 정권에 직접 타격을 입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혔다.

그렇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포스코 수사는 기대만큼 풀리지 않았다. 지금껏 포스코 수사의 핵심 인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대로 경남기업 수사는 빠른 속도로 핵심에 다가갔다. 압수수색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일사천리였다.

타깃이 된 성 회장은 기업 경영권을 포기했으며, 회사는 법정관리·상장폐지로 내몰렸다. 비빌 곳이 없어서였는지 수사의 강도도 셌다. 검찰은 압수수색 18일(4월3일) 만에 성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다음날엔 언론을 통해 성 회장의 구속수사를 기정사실화했다. 성 회장에게는 'MB맨'이라는 별명이 덧씌워졌다. 이명박정부 당시 정권 차원의 특혜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망 전 육성파일
"나눠서 7억 줬다"

그러나 성 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요목조목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성 회장은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선진통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는데 새누리당과 합당 이후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위해 혼신을 다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수사기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 회장을 'MB맨'으로 분류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는 지난 정권의 핵심축이었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에 속하지 않았다. 당내 계파 구도상 친이계로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경남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자금 거래가 있었다는 혐의를 잡고, 둘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성 회장은 여러 친박계 중견 정치인에게 구명을 요청했지만 "죄가 없으면 수사를 받으라"며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전해진다. 메모에 등장하는 이 실장 역시 성 회장의 구명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기자회견은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였다. 그러나 성 회장의 바람과 달리 기자회견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성 회장은 바로 다음날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성 회장을 통해 지난 정권 인사를 엮으려던 검찰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검찰 수사 리턴?…정관계 긴장
'뇌물리스트' 존재 여부에 촉각


'MB를 직접 겨냥하진 못할 것'이란 세간의 예측은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메릴린치 자문 사기' 의혹 등을 받고 있음에도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MB 쪽을 어설프게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이들은 '친박'이다. 생전 성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성 회장의 죽음으로 가장 득을 본 인물은 바로 이 전 대통령이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성 회장은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라며 "(검찰이) 저거(이명박정권의 자원외교)와 제 것(배임·횡령 혐의)을 '딜'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고 말했다.

이는 성 회장에 대한 수사가 궁극적으로는 MB 쪽을 겨누기 위한 발판이었다는 증거다. 정부는 진짜 'MB맨'을 잡기 위해 가짜 'MB맨'을 벼랑으로 몬 것이다. 성 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관련 수사는 사실상 중단될 개연성이 높다. 검찰 입장에선 수사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4·29재보선을 앞두고 '성완종 리스트'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다. 대중의 관심은 사건 관련자의 금품 수수 여부에 쏠리고 있다.

김 실장과 허 실장, 그 밖에 언급된 모든 정치인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실장은 청와대를 통해 해명자료를 보내는 등 이례적으로 해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진실을 가리려면 보다 많은 증거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한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도 따져봐야 하지만 금품거래 의혹의 당사자인 성 회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4·29재보선
변수로 떠올라


검찰의 수사 착수와는 별개로 성 회장이 쓴 메모와 육성 녹취록 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관련한 의혹 제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비를 가리는 유일한 끈은 '제3의 목격자'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육성파일을 들으면 성 회장이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에 '심부름을 시킨 사람'과 '수행비서'가 등장한다. 만약 이들이 성 회장의 인터뷰가 사실이라고 진술한다면 청와대의 남은 3년은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뇌물 메모' 8인의 반박

[김기춘] "악의적이고 황당무계한 내용"
[허태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홍준표] "돈 받을 정도로 친밀감 없다"
[서병수] "알지만 왜 거론됐나 모르겠다"
[홍문종]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 없다”
[유정복] "단 1원 한푼도 받은 적 없다"
[이병기]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
[이완구] "의정때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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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