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①경남 하동군 홍소술·김동곤

다향 가득한 지리산에서 음미하는 ‘제다 명인’의 차 한잔

오랜 친구와 마주 앉아 고운 햇살 담긴 차 한잔 나누고 싶은 봄날이다. 좋은 차 한 모금을 머금으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 향기가 입안에 퍼져 거친 말을 뱉을 수 없고, 맑은 찻물을 내려다보며 마음까지 겸손해진다. 차 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제다 명인을 만나러 하동 화개로 간다.

화개천·지리산 정기 받고 자라는 화개동 차나무
가장 좋은 찻잎 수확시기 ‘초세작부터 중작’

하동 야생차의 시작은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828년(흥덕왕3) 당나라 사신으로 간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왔고, 왕은 지리산 화개동 일대에 심으라고 명한다.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까지 임금에게 진상하는 차가 화개동에서 재배되었다. 하동의 야생차를 ‘왕의 차’라 부르는 까닭이다.
지리산 화개동은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거슬러 오르는 곳으로, 지금도 양안의 산자락 곳곳에는 차나무를 키우고 찻잎을 덖는 다원이 있다.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든 안개를 먹고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향이 좋은 차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곳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다원까지 20여곳에 이른다.
그중 화개제다는 화개동에 자리한 많은 다원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홍소술 명인(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30호 죽로차 제조·가공 부문)은 1950년대 말 우연한 기회에 하동의 야생차를 마신 뒤, 부산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화개동으로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높은 값으로 찻잎을 수매하고, 차나무 종자를 산에 심게 했다. 밭농사를 주로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차나무를 심으며 화개동 일대가 야생차 밭이 되었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왕령으로 시작된
하동의 야생차

올해 86세인 홍소술 명인은 좋은 차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찻잎을 따던 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찻잎을 덖은 100년 넘은 가마솥은 선친이 쓰던 것으로, 가보처럼 간직하고 있다.
쌍계제다는 하동 야생차의 명성을 전국에 알리며 다양한 전통차를 만드는 김동곤 명인(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28호 우전차 제조·가공 부문)이 운영하는 다원이다. 화개동 토박이로 1975년 쌍계제다를 설립하고, 차를 덖는 일뿐 아니라 차와 관련된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쌍계제다에서 만든 녹차와 전통차, 다양한 허브티와 한방 차는 티이즘(teaism)이라는 브랜드로 포장되어 전국 백화점에 매장을 두고 있다. 대기업의 차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좋은 차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곡우(양력 4월20일경) 전에 따는 초세작, 그 이후에 따는 세작, 5월 중순에 따는 중작, 그 이후에 따는 대작으로 나뉜다. 초세작부터 중작 정도면 좋은 차를 만드는 데 손색이 없는 것으로 친다. 귀한 대접을 받으며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초세작으로 만든 차도 덖는 과정에서 잘못되면 차 맛을 버리고, 중작도 잘 덖으면 맛과 향이 좋은 차가 된다.
제다 과정의 기본은 똑같다. 달군 솥에 차를 덖고 멍석으로 옮겨 비비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날씨와 찻잎의 수분 함량에 따라 덖는 횟수가 달라진다. 마지막 과정(끝덖음)은 차의 향을 결정짓고, 오래 보관하고 마실 수 있게 하므로 가장 중요하다. 찻잎을 덖는 제다 명인의 손끝에서 새 생명을 얻어 비로소 향기로운 차 한 잔이 완성되는 것이다.

차 덖기·다례체험 가능한 하동 차문화센터
섬진강 백릿길 하동야생차 구간 걸으며 ‘힐링’


명인들이 운영하는 다원에서는 부담 없이 차를 마실 수 있는 시음장도 마련된다. 차의 깊은 맛을 구별하는 것은 오랜 경험이 있어야겠지만, 차 한 잔에 담긴 정성을 느끼는 것은 열린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칠불사는 101년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가 성불했다는 전설이 짓든 고찰이다. 다도 이론을 정립하고 차 문화를 꽃피운 초의선사가 이곳에 머무르며 책을 쓰고, 그 유명한 <동다송>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복원된 아자방지(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 144호)와 대웅전 뒤편으로 조성된 야생차 밭이 눈길을 끈다. 

하동 차 시배지에 가면 화개동 일대에 처음 차나무를 심은 김대렴 공의 추원비가 있다. 언덕을 따라 심긴 차나무 사이를 걸으며 초의선사의 <동다송>을 음미하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화개천 물줄기를 조망하는 즐거움도 누려보자. 

차 시배지 아래 자리한 하동 차문화센터는 하동 차 재배의 역사를 비롯해 차를 우려 마시는 다구 등을 전시한 차문화전시관과 차체험관으로 구성된다. 차체험관에서는 차 덖기를 비롯해 떡차 만들기, 다식 만들기, 다례 체험 등이 상시 진행되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원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

차와 찻잔은 불가분의 관계다. 좋은 찻잔은 차의 떫은맛을 부드럽게 만들고, 찻잔의 촉감과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해 오감을 즐겁게 한다. 진교면의 백련리도요지는 조선 시대 가마터로, 임진왜란 당시 이곳에 살던 수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고 전해진다. 일본이 국보로 자랑하는 이도다완의 원류를 백련리 일대로 보는 이들도 있다.
지금도 여러 도예가들이 백련리 일대에 자리 잡고 혼을 담은 도예 작업을 한다. 그중 길성도예는 일본까지 명성이 자자하다. 폐교된 초등학교에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평생에 걸쳐 작업한 도예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길’과 차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한옥 다실을 지었다. 차와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그윽한 다향을 음미할 수 있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하동 구간은 화개장터에서 하동송림공원이 있는 섬진교를 잇는 약 21km 길이다. 총 네 구간으로 나뉘며, 구간마다 특색 있는 이야기를 담아 조성되었다. 화개장터에서 녹차연구소까지 야생차 구간(3.2km)은 대숲과 야생차 밭이 어우러진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부드러운 강바람을 맞으며 하동의 봄날이 깊어간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칠불사→쌍계사→차 시배지→하동 차문화센터→쌍계제다→화개장터→화개제다→백련리도요지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칠불사→쌍계사→차 시배지→하동 차문화센터→쌍계제다→화개장터→화개제다→백련리도요지
· 둘째 날 :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걷기→하동송림공원

관련 웹사이트
· 쌍계명차(쌍계제다) www.sktea.com
· 하동 문화관광 http://tour.hadong.go.kr
· 칠불사 www.chilbulsa.or.kr

문의 전화
· 쌍계제다 055-884-8100
· 화개제다 055-883-2233
· 칠불사 055-883-1869
· 하동 차문화센터 055-880-2895
· 길성도예 055-883-8486
·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77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 KTX 하루 2회(05:20, 13:50) 운행, 약 3시간 소요. 구례구역에서 구례-구룡 농어촌버스 승차, 구례터미널 정류장에서 구례-중한치 농어촌버스로 갈아타고 하천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5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부터미널-화개시외버스공용터미널 : 하루 10회(06:30~22:00) 운행, 약 3시간50분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 TG→산업로 따라 약 7.8km 진행→하동·화엄사·마산·토지 방향 우측 도로→구례로 따라 약 14.9km 진행→화개삼거리에서 쌍계사 방향 좌회전→화개로 따라 약 280m 진행→쌍계제다 시음 공방

숙박
· 쉬어가는누각 : 화개면 화개로, 055-884-0151
· 최참판댁숙박체험동 : 악양면 평사리길, 055-880-2384
· 수류화개 : 화개면 쌍계로, 055-882-7706, www.sooryu.co.kr
· 고궁모텔 : 하동읍 중앙3길, 055-884-5100

식당
· 섬진강횟집 : 참게가루장국, 하동읍 섬진강대로, 055-883-5527
· 수석원식당 : 영양돌솥밥, 화개면 석문길, 055-883-1716
· 동흥식당 : 재첩국, 하동읍 경서대로, 055-884-2257
· 하동솔잎한우플라자 : 한우구이, 고전면 하동읍성로, 055-884-1515
· 태봉식당 : 매운탕·참게가루장, 화개면 화개로, 055-883-2466

축제와 행사
· 하동야생차문화축제 : 2015년 5월22~25일, 화개면·악양면 일대, 055-880-2377, http://festival.hadong.go.kr

주변 볼거리
불일폭포, 청학동, 삼성궁, 평사리공원오토캠핑장, 화엄사, 청매실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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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