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꽃잔치 놀러오세요 ③전남 장흥군

정남진 바닷가에서 보내온 동백꽃 편지

장흥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은 빨간 동백꽃이다. 장흥 곳곳에서 동백나무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넓게 숲을 이룬 곳은 묵촌리(행정구역 접정리) 동백림과 천관산 동백생태숲 두 군데다. 묵촌리 동백림은 용산면 묵촌을 적시는 하천을 따라 약 2000㎡에 140여그루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령 250~300년에 이르는 동백나무는 붉은 꽃잎이 5장 달리는 토종 동백이다. 꽃송이가 작아서 화려하진 않지만, 한국 여인네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닮았다.

한국 여인네의 단아함 닮은 토종 동백
4월 초까지 즐기는 묵촌리 동백꽃·낙화

동백림은 풍수적인 이유로 조성했다. 마을을 감싸는 산자락이 청룡의 등에 해당하는데, 그 길이가 짧아 마을에 액운이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백나무와 소나무, 대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지금은 동백나무만 남았다. 꽃은 3월 중순에 만개하며,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 꽃과 낙화를 즐길 수 있다. 나뭇가지에 달린 동백꽃도 좋지만, 송이째 떨어져 붉은 융단이 깔릴 때 더욱 볼 만하다.
묵촌리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접주 이방언이 태어난 곳이다. 동백림 입구에 이방언을 기리는 비석과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소설가 송기숙의 <녹두장군> 관련 안내판이 있다.

호남 5대 명산
천관산 동백숲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묵촌리 동백림이라면,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등산을 좋아하거나 조용히 동백꽃을 감상하려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목 팔각정 주변에 자리한 약 20만㎡ 숲으로, 다른 나무가 거의 섞이지 않은 동백나무 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수령 20~60년 동백나무 2만여 그루가 계곡을 중심으로 양 경사면에 퍼져 있다. 전망대에서 굽어보면 빼곡하게 들어찬 동백나무가 푸른 카펫을 펼친 듯하며,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도로에서 계곡까지 내려가는 탐방로와 계단이 있다. 산 중턱에 자리한 만큼 묵촌리에 비해 만개 시점이 다소 늦다. 천관산은 호남 5대 명산의 하나로 정상 능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줄을 잇고, 억새 평원이 넓게 자리 잡아 가을철에 특히 등산객이 많다.

동백꽃과 함께 장흥의 봄을 일깨우는 것은 한창 맛이 들어가는 장흥 키조개다. 청정 바다가 키운 키조개는 고소하면서도 달콤해 봄철 나른한 입맛을 사로잡는다. 키조개는 회, 구이, 탕, 무침 등 요리법이 다양하지만 장흥 특산 표고버섯, 한우와 구워 먹는 장흥삼합이 최고의 조합이다. 각각의 맛도 뛰어나지만 셋이 어우러져 맛을 더한다. 좋아하는 한우 부위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양한 볼거리·먹거리 있는 장흥토요시장
향긋한 차 향기 맡으며 걷는 청태전 티로드

토요일과 오일장(끝자리 2·7일)이 서는 날 열리는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상설 시장과 한우 판매장, 식당은 매일 영업)에 가면 장흥의 땅과 바다가 키운 농수산물을 알뜰하게 구입할 수 있다. 향긋한 표고버섯, 탱탱한 키조개, 마블링이 좋은 한우, 싱싱한 파프리카, 바다의 향이 살아 있는 매생이, 장흥 한라봉인 천관봉 등 장흥 특산물이 모인다. 장흥의 각 지역이 참가하는 특산물 코너, 할머니들이 직접 생산한 농수산물을 들고 나오는 할머니 장터, 다양한 공연과 볼거리가 마련되는 특설 무대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 〈대물〉 촬영 세트를 식당으로 활용한 3대곰탕집, 베트남과 일본 등 이국의 맛을 선보이는 다문화전통음식거리도 흥미롭다. 

신라 헌안왕(860년경) 때 창건된 보림사는 절 안팎에 볼거리가 많다. 대적광전 앞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국보 제44호), 대적광전 안에 모신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117호), 보조선사탑비(보물 158호) 등 국보와 보물이 10점에 이른다. 절 마당에 자리한 약수는 한국 10대 명수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맑은 물속에 다슬기와 물고기가 살아 이채롭다.
보림사를 포근하게 감싼 뒷산에는 야생 차밭이 넓게 펼쳐지고, 아름드리 비자나무가 차밭 곳곳에 있다. 최근 차밭을 통과하는 ‘청태전 티로드’가 조성돼 비자나무 아래로 차 향기를 맡으며 걷기 좋다. 15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짧은 구간이지만, 절 마당을 내려다보며 한 바퀴 도는 길이라 저절로 명상에 잠긴다.
광화문에서 정남 방향으로 쭉 내려오면 장흥군 관산읍 바닷가에 이른다. 그곳에 세운 정남진전망대는 10층 높이로 장흥 앞바다는 물론, 보성과 고흥, 완도의 섬까지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장흥의 봄
깨우는 키조개

수문해변은 장흥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이자, 키조개가 많이 나는 어촌 체험 마을이 자리한 곳이다. 해변 동쪽에 있는 스파리조트 안단테는 해수탕으로 인기다. 짭조름한 바닷물을 가득 채운 해수탕에 앉아 창밖으로 수문 앞바다를 내다보노라면 여행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정남진 천문과학관은 장흥 읍내가 내려다보이는 억불산 능선에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일등성 15개 가운데 가장 밝은 시리우스를 포함해 8개가 겨울철 밤하늘을 수놓는다. 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 목성, 시리우스, 플레이아데스성단 등을 직접 관측하는데, 아이나 어른 모두 우주의 신비를 엿보며 즐거워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명소 탐방 코스 : 보림사→정남진 장흥토요시장→묵촌리 동백림→정남진전망대→정남진 천문과학관
봄꽃 탐방 코스 : 보림사→정남진 장흥토요시장→천관산 동백생태숲→장천재→정남진전망대→스파리조트 안단테 해수탕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보림사→정남진 장흥토요시장→묵촌리 동백림→정남진전망대→정남진 천문과학관→스파리조트 안단테 해수탕(숙박)
둘째 날 : 천관산 등반·동백생태숲→장천재→편백숲 우드랜드

관련 웹사이트
· 장흥여행(장흥군청 문화관광) http://travel.jangheung.go.kr
· 정남진 천문과학관 www.jhstar.kr
· 보림사 www.borimsa.org
· 편백숲 우드랜드 www.jhwoodland.co.kr
· 스파리조트 안단테 www.andanteresort.com

문의 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야간·주말 061-863-7071)
· 보림사 061-864-2055
· 정남진 천문과학관 061-860-0651
· 편백숲 우드랜드 061-864-0063
· 정남진전망대 061-867-0399
· 스파리조트 안단테 061-862-2100~3

대중교통
버스> 서울-장흥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8:00~16:50)운행, 5시간 소요.
         광주-장흥 :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05~21:05)운행, 1시간 50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www.usquare.co.kr
여객선> 제주-장흥 : 성산포항여객터미널에서 하루 1~2회(17:00/12:10,18:50) 운행, 약 2시간 20분 소요.
* 문의 : 제이에이치페리 1544-8884, www.jhferry.com

자가운전
· 서해안고속도로 죽림 JCT →남해고속도로 장흥 IC→장흥 IC 교차로 좌회전→장흥대로→용산면 소재지→묵촌리
·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 IC→신대 교차로→남해고속도로 장흥 IC→장흥대로→묵촌리

숙박
· 스파리조트 안단테 :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2100~3, www.andanteresort.com (굿스테이)
· 편백숲 우드랜드 : 장흥읍 우드랜드길, 061-864-0063, www.jhwoodland.com
· 천관산자연휴양림 : 관산읍 칠관로, 061-867-6974, www.huyang.go.kr
· 유치자연휴양림 : 유치면 휴양림길, 061-863-6350, www.yuchi.or.kr

식당
· 만나숯불구이 : 장흥삼합, 장흥읍 장흥대로, 061-864-1818
· 명희네음식점 : 매생이탕,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3369, www.myunghee.net
· 바다하우스 : 바지락회,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1021, www.061-862-1021.kti114.net

이색 체험 정보
신리어촌체험마을 : 갯벌 참꼬막 잡기 체험(1~12월), 개막이 체험(5~9월)

주변 볼거리
유치자연휴양림, 사인정, 천관산문학공원, 방촌유물전시관, 해산토굴(한승원 작가 집필실), 영화 〈축제〉 촬영지 남포마을, 영화 〈천년학〉 촬영지 선학동 유채마을, 정남진해양낚시공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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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