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사정에 박원순-안철수 떠는 내막

이상득 박영준만 덜덜 떠나 했더니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서슬퍼런 사정의 검날은 재계를 향해있다. 그러나 불안에 떠는 곳은 비단 재벌들만이 아니다. 현재 정계는 연대책임을 지게 될까 노심초사해하는 ‘조정 대신들’과 같은 모습이다. 그들은 점점 옥죄어 오는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무르익어가는 사정정국이 불안한 사람들을 알아보자.

청와대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검찰의 수사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을 신호탄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은 신세계, 롯데그룹에까지 수사 폭을 확대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검찰은 ‘캐비닛’을 활짝 열고 그동안 묵혀둔 수상한 금융거래 정황까지 다시 들춰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묵혀둔 수사기록
벌벌 떠는 대기업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함으로써 수사대상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김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요청에 화답해 빠른 시간 안에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이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최소화시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정바람에 오히려 정계 측에서 더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친이계는 사정의 첫 타깃으로 포스코그룹이 선정되자 ‘표적 수사’를 언급하고 나섰다.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5~6년 묵혀놓았다 수사하니 정치검사 소리 듣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정병국 의원은 “누가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며 촌철살인을 날렸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에 가진 대국민담화에서 ‘방위산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부실 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공적문서 유출’을 대표적 부정부패 사례로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밝힌 4가지 중 적어도 2가지 이상에서 친이계를 표적으로 기획한 것 아니냐고 보는 시선이 있다.

검찰의 포스코건설 수사를 보는 정치전문가들은 이것이 단순한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하는 것이 아닌 ‘영포라인’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지역 출신 인사들을 묶어서 지칭하는 말로 MB정권 당시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이 핵심 멤버로 꼽힌다.

현재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건설공사를 하면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당시 베트남법인장 출신 박씨가 구속됐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박씨의 직속상관이던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은 물론이고 정준양 전 회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에 공개된 정동화-정준양 라인과 박영준 전 차관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 박영준 전 차관 모두와 막역한 사이였는데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포스코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박영준 차관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박영준 전 차관
인사비리 의혹

이후 정준양 전 회장이 보여준 모습은 영포라인과의 관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취임 후 5조원을 들여 몇 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로이힐 광산, 성진지오텍, 포뉴텍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에너지 자원개발 기업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포스코가 이들 기업을 인수해 에너지 자원개발에 적극 뛰어든 것이 과연 기업 전략에 따른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외부압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집중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에너지 자원개발의 첨병역할을 할 때쯤 이상득 전 의원이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근거있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기 시작했다. 경남기업 특혜공여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영포라인’ 이상득·박영준 비리 청탁 의혹
이 “워크아웃 제외”, 박 “정준양을 회장으로”

<한겨례>는 지난 24일 단독기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의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의원이 2008년 9월경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금융지주 당시 고위관계자에게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서 제외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요청을 받고 전화를 한 것인지 수사해 볼 방침이다.

결국 청탁 건은 신한금융지주 쪽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방의 주장처럼 사실이라 하더라도 (요구대로) 워크아웃에서 제외된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본 정도 수준 아닌가 싶다”고 두둔했다.


이상득, 박영준 등 영포라인의 핵심이 의혹에 휩싸이는 등 일련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고려해 친이계는 최대한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내 전·현직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지난 19일 대규모 만찬회동을 알렸으나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정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회동을 준비한 의원들은 대규모 회동이 자칫 국민들 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모임에는 안경률·강승규·임해규 등 20~30여명의 원내외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안경률 함께 내일로 대표는 회동 연기 이유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친목모임의 원래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왜곡으로 몇몇 의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밝혔다.

비단 친이계 뿐만 아니다. 포스코 수사가 부담스런 사람들은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박 시장이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감시에 소홀했음을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 그리고 포스코로부터 받은 기부금이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해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아름다운재단은 포스코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외이사를 맡고 있거나 퇴임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있는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름다운재단은 박 시장이 주도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이상득 전 의원
경남기업 청탁


이러한 새누리당의 주장에 박 시장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지난 23일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박 시장이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한 기간은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로, 정준양 전 회장과 임기가 겹치지 않는다”며 “정 전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세 차례 투표 과정에 박 시장은 당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이 CEO로 선출되자 곧바로 포스코 사외이사를 사임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을 준 사안에 대해서는 “(박 시장은) 스톡옵션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계속 반대했지만 결국 도입됐고 박 시장은 스톡옵션을 거절했다”며 “사외이사 기간 중 받은 급여 대부분도 모두 시민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새정치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논란 
박 “스톡옵션 거절”, 안 “보고대로 했을 뿐”

더불어 김 대변인은 “2004년 포스코 사외이사 제의도 수차례 고사했으나 포스코라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신뢰도를 높여달라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끈질긴 요청으로 수락했고 활동기간 수차례 반대의사를 제시하는 등 견제역할을 수행했다”고 분명히 말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해 견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안 의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았으며 최근 포스코의 대표적 부실인수 사례로 꼽히고 있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인 2010년 4월경엔 이사회 의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안 의원이 의장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역할만 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 안 의원은 “당시 경영진이 이사회에 (성진지오텍을) 장래성 있는 기업으로 보고했다”며 “국내 최고수준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증권사부터 회계·법률 실사, 인수 가치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포스코 내부 보고내용에 따르면 성진지오텍은 안 의원이 사외이사로 있을 당시 부채비율이 1612%나 하는 부실기업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번 해명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본인이 한 말처럼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사회의 의장이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번 포스코 사외이사 건에서 볼 수 있는 두 사람의 해명 태도가 화제다. 각종 언론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이 적극적이고 명쾌한 해명으로 이번 난관을 잘 헤쳐 나갔다는 반응이 많은 반면, 안 의원의 경우에는 두루뭉술하게 눈앞의 위기만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논란만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정계는 박 대통령이 꺼내든 부정부패 척결 카드로 ‘정국 주도권 확보’ ‘지지율 상승’ ‘정적 제거’ 등 ‘일거삼득’을 노린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로 비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7일 홍준표 경남지사는 “포스코 수사가 이명박정부의 핵심세력을 겨냥한 기획수사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 전문가들도 일련의 사정바람에 대해 신중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정을 두고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 ‘비리에 대한 수사’로 해석하는 국민들이 더 많기 때문에 수사가 힘을 받고 있지만 만약 성과 없이 시간만 지난다면 명분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한 언론사는 안 의원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안 의원은 ‘2012년에 만약 대통령이 됐다면 박근혜 대통령보다 잘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경제외교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지금 대통령보다 낫지 않았겠나”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안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정준길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철수 의원과 사소한 인연이 있는 제 입장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며 “내가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었다면 성진지오텍같은 부채비율 1600%인 회사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국회의원이 됐다면 안 의원보다 잘했을 것이다. 최소한 신당창당과 기초단체장 무공천을 약속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 야당 대표를 꿰차는 대국민 사기극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부대변인은 “국민들은 안 의원에게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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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