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국에 김무성 ‘친기업 행보’ 노림수

‘박심’ 등에 업은 이완구 앞차기…“결국 대통령 돌려차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부정부패 발본색원.” 이완구 국무총리는 취임 후 가진 첫 대국민담화 자리에서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는 이 총리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해석이 유력 정치인들 사이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 와중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마치 박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권력을 향한 ‘골육상쟁’이 시작됐다. 정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국무총리는 치열한 파워게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위치에서 서로 교감하며 당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던 관계에서 벗어나 이젠 경쟁자의 자격으로 서로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최근 동향을 분석해 보면 한쪽에서는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고 한쪽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가 없도록 상처를 보듬어주는 등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부정부패
발본색원

지난 12일 이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중 핵심은 부정부패 척결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총리는 “취임 한 달 동안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을 해 왔고 국정운영의 큰 걸림돌이 사회 곳곳에 잔존하고 있는 고질적인 부정부패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담화 발표 배경에 대해 “고질적 부패구조와 공직기강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경제 살리기와 개혁 성공 등 국정과제 추진이 힘들다고 이 총리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여야 의원들은 이러한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두고 ‘이 총리의 판단’이 아닌 ‘박심(朴心 : 박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고 있다. ‘발본색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과거 유신정권 시절에 많이 사용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는 의원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에 국무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부패청산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국민들과 나라경제를 위한 사명감으로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청와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척점에서 움직이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이 총리의 발언이 있은 지 4일 후인 지난 16일 새누리당은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정책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기업들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기업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김 대표의 발언은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하는 청와대의 입장이 발표된 후 나온 것이라 정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첩파동’에 이은 또 다른 홀로서기 시그널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과 이 총리는 발언에 앞서 대표적인 부정부패로 다음의 4가지 사례를 꼽았다. ‘방위사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부실 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공적문서 유출’이 그것이다. 이 총리는 항목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근절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적폐청산
드라이브

검찰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지난 13일 검찰은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감으로써 사실상의 기업 압박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 또한 실시중이다. 이 총리의 발본색원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이었다.

수사에 들어간 서울중앙지검은 인천 송도에 위치한 포스코건설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재 정 전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곧 검찰 소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회장 임명 당시 낙하산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수사란 게 가장 가까운 것을 하는 것이다. 5~6년씩 묵혀놨다가 정권 끝나고 뒤집나”라며 “검찰이 그때 권력의 부패를 잡아내야지, 그때는 가만뒀다가 정권이 바뀌면 한다? 그러니까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이미 3년 전에 내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부패청산에 대해 발언한 지 하루가 지난 18일에는 기업수사의 규모가 더욱 확장됐다. 검찰이 자원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완구 “부정부패 발본색원” 선언
박근혜 “부정부패 척결
총리 지지

대기업 비자금에 대한 수사도 넓어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동국제강과 금호아시아나, 신세계, 동부그룹 등도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에 재계는 ‘기업 쥐어짜기’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박 대통령의 대기업 사정을 두고 역대 정권에서 보여주던 자연스런 움직임이라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역대 정권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대대적 사정을 해왔던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2010년 한화그룹, 노무현정부는 2005년 두산그룹을 상대로 각각 대대적 수사를 벌인 바 있다.

나홀로 친기업
독자노선 행보


김 대표는 청와대와 정반대에서 소위 ‘기업 보듬기’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대한상의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와 만나 기업 경제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발언을 하던 중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규제개혁 남발로 인해 기업의 경영사정이 악화됐을 것이다”며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법인세와 임금 인상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언급하며 “기업 경영환경이 매우 악화됐는데도 불구하고 기업의 힘든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법인세 인상, 임금 인상 등을 압박하는 것에 여러분의 속이 많이 상하실 것으로 안다”고 위로했다.

최근 논란이 진행 중인 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기업의 편에 섰다. 김 대표는 “기업인들이 임금 문제는 노사자율에 맡겨야지, 정치권에서 거론할 사항이 아니라며 굉장히 우려를 표했다”며 “이에 대해 저희들이 동감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법인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재계와)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속상했을 것” 기업 보듬기
이재오 “대표가 말려서 참는다” 울분

이러한 김 대표의 행보를 두고 정치 평론가들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친기업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 보고 있다. 이 총리와 현 정부가 기업 때리기에 앞장설 때 김 대표가 그들을 막아서며 기업친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란 뜻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기업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두 번째는 친박계와 대립각을 세워 권력지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 비단 이 총리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과 상반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옥죄고 있는 최근 친박계 동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세 번째는 김 대표의 가족관계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한상의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김 대표의 조카로 잘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 바로 김 대표의 친누나다. 기업인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겪고 있는 일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보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 총리를 위해 박 대통령이 지원사격을 했다면 김 대표의 지원자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17일 임금인상 문제와 관련해 “임금은 노사가 정하는 것”이라며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회복을 위해서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재계에 임금인상을 압박한 최 부총리의 입장과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하루 전 친기업행보를 보인 김 대표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새누리당을 이끌고 있는 비박 실세 두 명이 한 목소리를 냄으로 인해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친박계 핵심인사들의 입각과 정무특보 임명 등 일련의 인사를 보면 이미 친박과 비박 간 권력지도가 완성된 모습이다. 여당의 핵심 계파 둘이 서로 반목하고 있어 지도 위 국경선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친박·비박·친이
계파갈등 심화

두 거대 계파의 싸움에 친이계는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과 자원외교 비리 사정 등 청와대의 압박에 위기감을 느낀 친이계가 당 지도부를 맡고 있는 비박계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8일에 있었던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은 “(정무특보 임명 등 청와대 중심의 국정에 대해) 마지막으로 제가 마음먹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당대표께서 오늘은 하지 말라고 해서 당을 존중해 오늘은 말을 줄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 의원의 어깨를 감싸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당내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금처럼 당·청관계가 서로 간 견제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그 사이에서 친이계는 두 계파 간 싸움에서 어부지리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자신의 저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서 과도한 경쟁이 주는 폐해를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승자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여당 내 경쟁에 대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계파싸움으로 지난해 7·30재보선에서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처럼 새누리당도 지금과 같이 계파 간 대결을 이어간다면 향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 대표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로봇연기 도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치참여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의 명칭 공모를 위한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 김 대표는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장수원씨의 ‘로봇연기’를 패러디했다.
영상은 약 50초 분량으로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지난 14일 유투브를 통해 공개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추운 겨울, 한강에서 열심히 촬영했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가락으로 이루는 정치혁신’이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은 모바일정당 실현을 위해 새누리당의 새로운 소통창구가 될 어플의 명칭을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공모전을 주도하는 여의도연구원 측은 “정치참여 앱 명칭 공모전을 16일부터 23일까지 당 홈페이지(www.saenuriparty.kr
)에서 진행한다”며 “수상작은 30일 발표하며, 현재 개발 중인 새누리당 정치참여 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이나 당원 인증을 거치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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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