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4인이 털어놓은 그녀들의 삶<충격고백>

“상처받은 심신 위로해주는 건 오직 돈 뿐”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 아가씨들이 존재하지만 그녀들의 인생역정은 엇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녀들이 성매매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 있으며 이렇게 구조화된 조건은 비슷한 삶의 경로를 걸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예외도 있고 자신의 노력으로 화류계를 탈출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이는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화류계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기도 하다. 또한 그녀들이 거쳐가는 업소의 형태도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삶의 궤적을 통해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결정짓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화류계 여성들의 고백과 유흥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 실체를 찾아가보자.

불우한 환경·가출 …쉽게 돈버는 방법 찾아 ‘삼만리’
티켓다방과 유흥가 들어선 후 변태업소 전전 경우 많아


한국 사회 성매매 여성들의 가장 큰 공통점 중의 하나는 바로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라나지 못한 여성들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 속에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고, ‘세상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경우가 많다.

탈선, 반항, 가출
그리고 유흥가로

또래의 친구들보다 남자, 술, 섹스에 대해 보다 먼저 눈을 뜨고 그것이 그녀들의 탈선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탈선은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그녀들의 가출을 유도하게 된다.

공부에 대해서도 완전히 흥미를 잃은 그들은 가출을 통해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야만 하는 냉정한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이때 대부분이 선택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유흥가다. 그들의 노동력을 받아줄 수 있는 곳 역시 유흥가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룸살롱 나가요 2년차인 최모(24)양은 “사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인생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릴 때는 무조건 공부가 싫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 보니 집에도, 학교에도 정을 못 붙이고 방황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양은 이어 “하지만 그 당시에 나에게 세상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또래 아이들의 어린 생각들이 나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티켓 다방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유흥가를 떠날 수가 없게 됐다. 돈은 청소년 시절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렇게 돈을 벌기 시작하며 더욱 더 유흥가를 떠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부모님과의 사이가 좋거나 학교 공부에 어느 정도 흥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유흥가로 뛰어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 나이에 생활비를 대거나 부모님의 병원비를 대야 하는 상황에 맞부딪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불우한 가정환경’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세상에 버려진 듯한 여성들은 유흥가를 만나고 그 안에서 ‘돈’을 알게 되면서 차츰 더 깊은 유흥가의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유흥가로의 진입이 보다 더 쉬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직접적인 성매매를 하지 않는 각종 변태업소의 등장 때문이다. 이러한 업소들은 대개 대딸방, 키스방, 페티시방 등이다.

이곳에서는 직접적인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다소 심리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자기 위안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비록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바짝 벌어서 빨리 떠나자’, ‘섹스를 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들은 그녀들을 다소 빠르게 적응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2년째 대딸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김모(23)양도 바로 비슷한 경우였다고 할 수 있다

김양은 “사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나의 계획은 딱 6개월만 하고 이 업계를 떠날 생각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남자의 ‘그것’을 만졌을 때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차츰 익숙해지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2년이 다되고 있다. 이제는 돈 때문에 더 이상 그만 둘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바짝 벌어서
빨리 떠나자?

김양은 이어 “어떻게 보면 지금 한창 돈을 벌 때인데 그만둔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덧 지명 손님도 많이 생기고 수입도 정기적이고 안정적이다”고 덧붙였다.

또 “뿐만 아니라 이 일을 그만두었을 때는 생계가 막막한 경우가 많다. 비록 어느 정도의 돈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다른 공부를 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에 또 다른 직업을 갖는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 김양의 경우도 만약 자신이 처음부터 직접적인 성매매를 해야 했다면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하기 쉽게 보이는 유사 성매매’가 얼마나 여성들의 진입을 쉽게 하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유흥가에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때로는 지명으로 인기도 올라갈 수 있지만 유흥가의 속성상 그것이 오래가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족쇄는
돈에 대한 열망

남성고객들은 또다시 새로운 여성들에게 관심을 쏟을 뿐이고 또 새롭게 유흥가에 진입하는 여성들이 생기면서 기존의 여성은 어느 정도 도태되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들은 대개 경력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진상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고 자신이 살아가는 유흥가의 세계가 얼마나 팍팍하고 냉정한지도 알게 된다. 말 그대로 ‘산전, 수전, 공중전’을 겪는 과정에서 결국 그녀들에게 남는 것은 ‘돈’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가요 2년차 최양 “쉽게 돈 벌 수 있어 못떠나”
대딸방 2년차 김양 “다른 직업 상상하기도 싫어”


하지만 바로 이러한 일종의 깨달음이 그녀들에게는 또 다른 덫이라고 할 수 있다. 돈에 대한 강한 열망이 유흥가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룸살롱 5년차 백모(27)양은 “화류계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결국에 남는 건 돈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정도 주고 마음을 열기도 했지만 온갖 경험을 다하다보면 그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은 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백양은 이어 “그렇게 하다 보니 이 업계를 떠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유흥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떠나기가 힘들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제는 이 일 외에는 다른 일에 자신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만족을 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궁상맞다는 주변 시선에
과다지출 수렁에 ‘풍덩’

그러나 그녀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그나마 돈이라고 모으면 다행이겠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 일단 유흥가에 있으면서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일반 여성들처럼 아끼고 모으는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눈높이가 다르니 소비수준이 다르고 이는 결국 보다 많은 지출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안마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조모(25)양은 “사실 나도 돈을 모으는 첫 번째 길이 아끼는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한번 일정한 수준의 소비습관이 형성이 되면 도저히 그 아래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양은 이어 “그건 나 스스로 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돈을 잘 쓰다가 갑자기 쓰지 않게 되면 다들 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궁상맞다고 여긴다. 그런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보니 소비 수준을 낮추기가 무척 힘들다. 자연히 쓰는 만큼 쓰게 되고 저축은 거의 힘든 지경이 된다”고 고백했다.

치열한 경쟁 자본주의 속에서 이러한 화류계 아가씨들이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보다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이라고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훨씬 많은 여성들이 유흥가보다는 보다 건전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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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