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3>‘스폰서 검찰’ 파문으로 본 대기업 단골 ‘접대명소’ 대탐사

노는 물 다른 ‘하이레벨’ 들어가는 ‘구멍’도 다르다



‘스폰서 검찰’파문으로 대한민국 접대 문화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른 가운데 상류층만의 은밀한 접대 장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그들만의 영역’인 탓이다. 베일에 가려진 만큼 강력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돈 많고 높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질펀한 술판을 벌일까. 창간 14주년을 맞아 독자들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VVIP’들이 자주 드나드는 유흥업소 지도를 완성해봤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대기업 단골 ‘접대 명소’리스트를 참고했고, 주요 대기업 대외업무 담당자들과 화류계 종사자들이 도왔다.

재계 떠도는 ‘접대 X파일’ 입수 …‘술상무’ 공유
룸살롱 등 100여 곳 정보 기록 “영업 지침서 활용

재계에 이른바 ‘접대 X파일’이 떠돌고 있다. 2∼3년 전 화류계 종사자들이 업소 홍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파일은 평소 접대가 많은 각 대기업의 ‘술상무’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 X파일’엔 룸살롱, 섹시바, 나이트클럽 등 100여 곳에 달하는 각 업소의 상호와 위치, 담당자 연락처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매일같이 ‘오늘은 어디로 갈까’고민하는 접대 담당자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 룸살롱 위주로 작성된 이 리스트에 따르면 대기업 단골 유흥업소는 대한민국의 ‘밤 문화 메카’로 꼽히는 신사역과 강남역, 선릉역 주변을 비롯해 논현동, 역삼동, 삼성동, 서초동 등 강남 지역에 대거 몰려있다.

‘밤문화 메카’ 강남
50% 이상 집중 분포

우선 신사역 인근에 있는 R룸, D룸, L룸, B룸이 눈에 띈다. 강남역 근처에서 영업 중인 K룸, J룸, C룸, B룸과 삼성동 G룸, B룸, C룸, F룸도 이른바 ‘룸돌이’(유흥업소 마니아) 사이에선 꽤 유명한 업소들이다. 화류계 1번지로 소문난 ▲논현동 S룸 ▲역삼동 M룸 ▲서초동 B룸 ▲선릉역 C룸 ▲뱅뱅사거리 N룸 ▲봉은사 Y룸 등도 파일에 들어있다.

대기업 대외업무 직원들이 손에 쥐고 있는 명단엔 강북에서 내로라하는 업소들도 포함돼 있다. 북창동 N룸, P룸, B룸, N룸과 장안동 L룸, E룸, G룸, R룸을 필두로 명동 M룸, 무교동 B룸, 신촌 B룸, 종로 S룸, 수유동 B룸 등이다. 또 광희동 Y룸, 길동 K룸, 노량진 B룸, 방이동 B룸, 여의도 A룸, 수유동 B룸 등 서울 시내 곳곳과 인천 B룸, 수원 E룸, 일산 K룸, 부산 C룸, 대구 D룸, 울산 M룸 등 지방 업소도 올라있다.


이들 업소의 공통점은 2000년대 들어 룸살롱 업계의 대세로 굳어진 ‘북창동 스타일’이란 점이다. 소위 ‘2차’는 기본. 한마디로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하드코어식 서비스가 특징이다. 대부분 1인당 또는 시간제로 술값이 계산된다.

모그룹 한 직원은 “술값을 여러달에 걸쳐 분할 결제하는 등 접대비 한도 문제 때문에 단골 술집을 정해 놓을 수밖에 없다”며 “접대 상대자마다 기호가 다른 점을 감안해서라도 여러 업소를 순환식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룸살롱이라고 다 같은 룸살롱이 아니다. 보통 ‘화끈한’대중 유흥업소들은 술값이 저렴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샐러리맨급의 접대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지갑이 두둑하고 나이가 지긋한 점잖은 임원들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얘기다.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접대는 주로 고위층, 상류층만의 ‘철옹성’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바로 전통적인 개념의 최고급 룸살롱인 ‘텐프로’업소다. 텐프로는 술시중을 드는 여종업원들이 봉사료의 10%만 술집에 지불하고 90%를 챙긴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흔히 연예인 못지않은 ‘나가요걸’의 미모와 고객 수준이 강남 상위 10% 안에 드는 프리미엄급 룸살롱을 뜻한다.

일정 부분의 신체 접촉만 허용되는 등 노골적인 북창동 스타일에 비해 다소 건전(?)하다. 반면 술값은 일반 룸살롱의 수배에 달한다. 비교적 상식적인 수준의 술자리와 페이가 높다보니 여대생들의 ‘몰래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 부근에만 30∼40곳이 성업 중이지만 손에 꼽히는 진정한 텐프로는 10여 곳에 불과하다는 게 유흥업 관계자들의 전언. Y호텔, H호텔, L호텔, R호텔 등 대부분 유명 호텔 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는 이미 언급한 ‘쩜오(상위 15%)’나 ‘세미텐(상위 20%)’수준이다.

CEO급 이상은 더 ‘큰 물’을 찾는다. ‘상위 1%’가 주 고객인 이들 업소 역시 강남에 몰려있는데, 청담동 F룸과 압구정동 G룸, 논현동 D룸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어지간한 재력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요정도 빼놓을 수 없는 재계 거물들의 ‘아지트’다. 강남보다 강북에 많다. 과거 창업 1세대들이 ‘문지방이 닳도록’들락날락한 요정은 최근 룸살롱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1960∼1980년대 강북의 4대 요정은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청운각’등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요정문화는 한풀 꺾였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엔 일부 요정만 남고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대신 그 자리엔 요정과 룸살롱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요정식 룸살롱’이 출현했다. 재계 유력 인사들의 ‘밀담’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요정룸’이다.

강북의 K요정, D요정 등은 정통 요정과 달리 현대식 룸살롱에 ‘기생’스타일의 접대부를 고용해 기업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VVIP’의 비즈니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100년 전통의 종로 O요정은 지난해 접대부의 성매매 알선이 경찰에 적발돼 잠시 문을 닫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진짜 텐프로’ 숨어있다
현대판 ‘기생집’ 인기

재벌가 로열패밀리들이 즐겨 찾는 ‘AAA’급 업소들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오너일가의 사생활이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1급 기밀’인 탓이다. ‘오른팔’이나 ‘그림자’가 아닌 이상 공식 외출 외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이들이 없다. 다만 각종 사건사고로 구설수에 올라 유명해진 유흥업소를 통해 ‘황제’와 ‘황태자’들의 ‘밤 동선’을 그려볼 수 있다.

모그룹 회장의 아들이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폭행 사건이 벌어졌던 청담동 ‘G가라오케’는 사건 이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전까지 B급 수준에 머물다 A급으로 올라섰다는 후문. 단지 재벌가 자제가 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가에선 ‘재벌 출입’여부가 업소 위상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G가라오케 인근엔 H가라오케 등 10여 개의 잘나가는 가라오케가 성업 중이다. 이들 업소의 주대는 그리 비싸지 않아 20∼30대 재벌가 2∼3세가 주된 고객층이다.

모그룹 회장의 추태로 뜬 업소도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이 취재에 나섰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기사화되지 않았다.

재계 한 호사가는 “평소 주사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모그룹 회장이 재벌가 자제의 폭행 사건 직후 신촌 W룸을 찾아 레이스 초반부터 입에 담지도 못할 육두문자를 쉼 없이 내뱉은 것도 모자라 접대부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러 난리가 났었다”며 “수행원들이 사태를 조용히 수습했지만 이 사건이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W룸은 장안의 명소로 떠올랐다”고 귀띔했다.

청담동 W바는 경제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8월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하기 전 들러 유명해졌다. 정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 새벽까지 ‘베스트 프렌드’박모씨와 단골술집 W바에서 술을 마셨다.

W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S바는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 그룹 후계자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업소다. S바는 대학생 중 엄선한 ‘영계’들만 고용,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S클럽은 별도의 VIP룸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으로, 압구정동 L룸은 중견 제약회사 회장이 ‘꽃뱀’일당에 돈을 뜯기는 사건으로, 삼성동 H룸은 룸살롱 마담이 재계 거물들의 은밀한 밤 문화를 폭로한 사건으로, 여의도 E룸은 투자회사 회장과 접대부의 간통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최근엔 강남의 회원제 ‘룸+클럽’인 O클럽과 Y클럽에서 재벌 2∼3세들이 ‘난잡 파티’를 자주 벌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 클럽은 신인 여자연예인들이 호스티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아예 대놓고 재벌들만 상대로 영업에 나선 업소도 있다.

강남과 여의도에 업장을 운영하는 P룸은 신개념 멤버십 카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손님을 골라 받고 있다. 멤버십 카드는 주식회사 개념을 도입해 손님이 업소 지분을 갖는 일종의 ‘고객주주’ 제도다. 당연히 주주가 아니면 입장불가다. 고객층 역시 일반 업소와 차원이 다르다.

삼성동 M클럽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업소가 관리하는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퇴짜다. M클럽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무전기를 든 건장한 ‘형님’들이 손님을 통제한다.

이 업소 직원은 “철저히 멤버십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사람은 돌려보낸다”며 “그렇다 보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재계 유명인사와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부동산 재벌까지 특수계층으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밤 황제’ 회장님
자리다툼 치열


그러나 정작 매일같이 ‘밤이슬’을 맞는 회장님들의 ‘아방궁’은 따로 있다. 이들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업소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는 탓이다. 결국 업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것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논현동 K업소와 서초동 N업소는 ‘밤의 황제’로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들이 자리다툼을 할 정도로 출입이 잦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두 업소는 한 팀이 건물 전체를 전세 내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대학 이상의 학력으로 고수익을 올려 외제차를 끄는 등 밖에선 졸부 이상의 재력을 과시한다. 하룻밤 술자리 비용은 보통 500만∼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부가적으로 회원이 되기 위해선 500만∼1000만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된다.

화류계 한 종사자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최소 30억원 이상 들어간 K업소와 N업소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가거나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재력은 물론 얼굴이 곧 명함일 정도의 높은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어야 철옹성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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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