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1000호 특별기획 ①> ‘5000만 대한민국 현주소’ 국민의 4대 의무 대해부 ④근로

일해야 한다고? 있어야 하지!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러시아 대 문호 막심 고리키는 ‘일이 즐겁다면 인생은 극락이다. 괴로움이라면 그것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일은 개인의 인생과 분리 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도 마찬가지며, 국민이라면 4대 의무 중 하나인 ‘근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헌법 탄생 6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근로의 환경은 역동적으로 변화했다. <일요시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근로의 의무’의 핵심인 근로 환경의 현주소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각종 통계 지표를 기준으로 살펴봤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가지며,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하도록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는 국민의 근로 의무가 특히 강조되며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하지만 자유주의 국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근로 의무의 법적 성격에 관해 견해가 갈라진다. 
 
근로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는 생활 보호를 하지 않는다는 윤리적 의무로 보는 견해와, 국가가 공공의 필요에 의해 근로할 것을 명할 때는 이에 복종해야 할 법적 의무로 보는 견해가 있다.
 
죽어라 일해도 
간신히 끼니만
 
근로의 의무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생존권 보장이 당연히 부여되지 않는 ‘전제조건’이 있다. 또 국가가 법률상 부과하는 근로를 제공할 의무로서 측면도 가진다. 그러나 근로의 의무는 헌법상의 다른 원칙, 즉 직업 선택의 자유나 강제 노역의 금지 등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에서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라고 말하며,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1953년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향상시키고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임금, 노동, 시간, 유급 휴가, 안전 위생 및 재해 보상 등에 관한 최저 노동 조건을 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경제 향상과 근로의 의무를 이행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다. 하지만 한국 고용 시장과 근로의 질이 양적·질적인 면에서 모두 악화돼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산출한 2015년 기준 월별 표준 생계비를 보면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의 한 달 생활비는 527만859원에 달했다. 이 조사는 4년마다 실시하며, 조합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모형을 만들고 통계청의 물가지수를 반영해 이뤄진다. 500만원이 넘는 생활비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주거비와 의료, 교육비 등이었다. 가구 구성원별로는 1인 가구의 경우 189만441원, 2인 가구는 327만1240원, 3인 가구는 424만9780원 등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은 이 같은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상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315만297원이었다. 임시·일용직을 제외하고 한 달을 정기적으로 일하는 근로자들의 월급도 4인 가구가 한 달에 필요로 하는 금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임금근로자 상당수가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자만…돈이 돈을 버는 세상
일하지 않고 앉아서 배불리기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월2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4 임금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자 중 3분의 2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25.1%로 파악됐다. 이는 OECD 평균인 16.3%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25.3%를 기록한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어 아일랜드(21.85%), 캐나다(21.7%), 영국(20.5%) 순이다. 일본은 14.3%, 호주와 독일은 각각 18.9%, 18.3%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월급은 219만3867원이다. 기본급만 보면 158만4688원으로 전체 임시·일용직 월급(136만8000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또 OECD 기준 1990∼2013년 임금증가율은 1.69%를 기록해 일본(1.05%), 미국(1.33%), 스위스(1.25%), 호주(1.35%) 등을 웃돌았다. 그러나 시간당 임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일본이나 이탈리아보다 임금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 발간에 참여한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풀타임 근로자의 연간 총임금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노동시간이 고려되지 않는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노동시간이 긴 한국 근로자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일본 등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심한 차별이 일반화된 가장 큰 이유로는 아직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꼽힌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에서 최근까지도 자동차의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정규직과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비정규직 간 임금은 배 가까이 차이 났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추상적인 규정이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물가 뛰는데 
월급은 기어
 
이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임금 불평등도 심화됐다. 고용부가 최근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에게 제출한 ‘2009∼2013년 임금현황’ 자료에 의하면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직원의 임금이 5∼299인 기업의 임금보다 배 정도 많았다. 야근은 중소기업 직원들이 더 많이 한다는 설문결과가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고용부 자료를 보면 초과근무 수당은 대기업이 더 많다. 그러나 중소기업 근로자가 받은 월평균 초과근로수당은 5만8837원으로 300인 이상 기업(33만938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 교수는 “OECD 평균이 2001년 16.9%에서 2012년 16.3%로, 한국의 임금불평등이 OECD 회원국 중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 10년간 임금불평등이 다소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임금 10분위 배율은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세번째로 높았다. 2001년 8위(4.09)에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임금 하위 10% 노동자와 상위 10% 노동자의 임금비율을 나타낸 임금 10분위 배율은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이 4.71%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5.22%), 이스라엘(4.91%), 한국 순이다.
 
 
OECD의 피용자보수 통계에 따르면 한국 풀타임 근로자의 2013년 구매력 환산 임금(3만6354달러)은 이탈리아(3만4561달러)나 일본(3만5405달러)보다 약간 높고 프랑스(4만242달러)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성별별 임금 격차가 아주 큰 국가로 분류된다. OECD가 2012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37%에 달한다. 남자가 10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 여성 근로자는 63만원밖에 못 받는다는 뜻이다. 남녀 간 임금 격차는 2001년(39%) 이후 10년 넘는 기간 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다. OECD 평균(15%)보다 두 배 이상 격차가 크다. 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가장 높다. 물론 직종이나 산업 등을 감안하지 않은 성별 임금 비교라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우리가 가진 임금 체계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일본은 34%에서 27%로 격차를 줄였다. 헝가리(11%)와 비교해도 세 배 이상 남녀 간 임금 격차가 크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여성들이 유통업이나 사회서비스업과 같은 저임금 업종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업종별 시장임금을 조정하고, 여성 근로자가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력별 임금 차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고졸과 같은 중간학력을 가진 근로자가 중졸 이하의 저학력 근로자에 비해 29%나 임금을 더 받는다. 반면 중간학력을 가진 근로자는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 근로자에 비해 47%나 적게 받는다. 이런 격차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각각 8위, 10위에 해당할 정도로 심하다. 문제는 학력에 따른 이런 임금 차이가 20여년 동안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저학력과 중간학력 간 임금 격차는 2012년과 같은 29%였고, 고학력과 중간학력 간 임금 격차는 43%였다. 권 교수는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는 대부분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와 맞물려 있다”며 “중간학력이나 저학력자는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 많이 취업해 있는 반면 고학력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취업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 보니 고교생 대부분이 대학으로 진학하려 하고, 노동시장이 왜곡되는 것”이라며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이중 노동시장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넘치는 비정규직
저임금 근로환경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지난해 국내 직장인 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야근을 일주일 평균 7시간6분 동안 했다. 대기업(6시간18분)이나 외국계 기업(6시간12분)보다 1시간 정도 많다. 야근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장시간 노동 문화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최소 인력으로 일하기 때문에 야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유휴인력이 없다보니 주말이나 대체휴일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지만 OECD 기준으로는 여전히 ‘장시간근로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 주44시간제와 2004년 주40시간제(주5일제)가 도입된 결과다. 연간으로 따지면 한국 취업자의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1990년 2677시간에 비해 20년간 500시간 이상 감축됐다. 그럼에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그리스 등과 함께 장시간근로 국가군에 포함됐다. OECD 평균은 1770시간이다.
 
근로시간은 또 고용률과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근로시간이 더 줄어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근로시간이 가장 긴 멕시코의 고용률은 61.0%인 반면,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74.3%다. 이는 고용률 증가는 근로시간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07만7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2.4%를 차지한다. 정부는 출범 초 국정과제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전환을 강화,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비정규직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6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종일 일해 밥값도 못벌어
일거리 없어 백수·백조 넘쳐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 근로자들이 과보호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말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11∼2013년 3년간 국내 500대 기업 중 3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3년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0.32년으로 집계됐다. 500대 기업에 입사해도 일하는 기간이 10년 남짓인 셈이다. 30대 그룹 계열 대기업(169개)으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 근속연수는 9.70년으로 더 낮아졌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공기업을 제외하면서 평균이 낮아진 것이다.  
 
기업이 노동시장이 과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른 통계는 또 있다.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지수(고용보호법제의 수준을 지수화한 것)를 보면 한국은 2.17로 OECD 평균 2.29를 밑돈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지수 역시 OECD 국가 중 22위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출간된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별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비정규직 중 근무한 지 1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1%에 불과했다. 3년 후 전환되는 비율도 22.4%에 그쳤다. 회원국 평균 53.8%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OECD는 “유럽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디딤돌’인 것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덫’이 될 위험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수가 계속 느는 원인은 ‘법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만 2년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 사용 사유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해도 제재 받지 않는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은 불가피하게 고용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부분 때문에 허용하는 것인데,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는 규정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불가피하고 객관적인 사유를 명시하자는 주장은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나아졌지만…
아직 갈길 멀다
 
비정규직 차별 금지와 사용 사유 제한 원칙을 법에 명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광표 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일시적, 간헐적 사유가 있는 일자리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문제는 그 사유 규정이 없어서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고용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소장은 이어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도 기간제 기간만 자꾸 논의하는데,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닌 (비정규직) 사용 사유”라고 지적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용률-실업률 비교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7개월 만에 30만명대로 떨어졌다. 특히 고시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인 11.9%까지 치솟았다. 

1월 고용률(58.7%)은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실업률(3.8%)도 지난해 4월(3.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9.2%로 전체 실업률(3.8%)의 3배에 육박했다. 정부의 고용 목표는 15∼64세를 대상으로 OECD 기준 고용률 70% 달성으로 하고 있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고용률은 70%가 넘는다.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고용과 소비가 꼬리를 물고 확대돼야 경제가 성장하지만 고용이 악화되면서 결국 정부의 세수(세금 수입)도 부족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결손 규모는 10조9000억원에 이르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이 양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실질 가계소득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 1월 고용 증감에서 50대 이상 고령자 취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50대(19만1000명)와 60대 이상(17만4000명)에 비해 청년층(15∼29세)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만7000명에 그쳤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