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1000호 특별기획 ①> ‘5000만 대한민국 현주소’ 국민의 4대 의무 대해부 ②납세

세금? 있는 사람이 더 안 낸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있는 사람들이 더 안 낸다. 떼먹기 일쑤. 한 푼이라도 덜 내려고 갖은 편법과 무리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면서도 나라에서 주는 혜택은 가장 먼저 찾아먹는다. <일요시사>는 1000호 발간 기념을 맞아 ‘납세의 의무’의 앞과 뒤를 조명해봤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와 함께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시대에 자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규정됐다. 즉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의 유지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체납자의 경우에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법률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지방세법’등에 의거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요람서 무덤까지
세금 내야 국민

이정빈(19·학생)군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보여진 우리 국민의 애국심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다”며 “대한민국이 잘되고자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니 세금 논란으로 불만만 토로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납세의 의무의 주체는 국민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헌법이 제정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세금 문제를 지적해 왔다.  복지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인상하는 정부를 국민이 지탄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논란을 빚은 연말정산과 담뱃값 인상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연말정산은 그동안 납세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너스로 여겨져 ‘13월의 보너스’로 통했다. 하지만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연말정산에서 세금 환수가 아닌 추가 납부 대상자가 급증하자 ‘연말정산 후폭풍’을 일으켰다.


실제로 지난 2월26일 발표된 2014 연말정산 결과 자료에 따르면 소득세법 개정안 예고와는 달리 연봉 5500만원 이하 소득 직원 225명 가운데 79%에 달하는 178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84명은 지난해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환급 받았으나 올해는 추가 납부해야 했으며 연봉 3500만원 이상 소득 직원 51명 가운데 20명도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연말정산에 대해 논의했으나 추가납입금 10만원 이상 자에 한해 연말정산 3개월 분납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의 불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연말정산으로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정남권(32·직장인)씨는 “소비 지출이 높은 만큼 지난해까지 주변인보다 두 배 정도 환급 받았지만 올해는 예외적으로 돈을 토해야 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살려면 절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세금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하면 국민의 안정적인 삶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초중등 교육과정에 절세 과목이 추가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푼이라도 덜 내려는 재벌들
떼먹기 일쑤…무리한 방법 동원

지난 1월, 담뱃값이 대폭 인상됐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담뱃값을 인상했으나 서민증세의 꼼수라는 비난을 비켜가지 못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층이나 노인층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후속대책으로 저가담배를 도입하자고 언급해 대국민 기만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연초부터 금연을 한 박대진(37·강사)씨는 “담뱃값이 인상된 지난 1월1일부터 단 한 번도 담배를 사지 않았다”며 “대다수의 금연자가 건강이 아닌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금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하루 평균 한 갑씩 담배를 필 경우 매년 121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해 금연을 결심했다”며 “이 금액이 9억원대 아파트 소유자의 재산세와 연봉 4745만원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와 맞먹는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9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연예인 송승헌과 윤아가 성실납세 공적을 인정 받아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이와 함께 그동안 탈세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과 정치인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연말정산 폭탄에
담뱃값 인상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 김인영 전 국회의원, 신영순 전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을 비롯해 거평그룹 나승렬 전 회장, 대농그룹 박영일 전 회장 등의 기업인, 장근석, 송혜교, 한예슬, 강호동, 김아중, 인순이 등의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탈세 혐의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며 국민의 눈초리를 샀다.

실제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지방세 4700만원을 체납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개인주택에서 압류한 미술품을 압류 공매 처분해 체납자 공개 명단에서 제외됐으나 2013년 2월에 공매 처분된 한남동 신원플라자빌딩의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납부되지 않아 다시 한 번 이름이 거론될 전망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부과된 전체 추징금은 2205억원이며 환수된 금액은 1087억원이다. 현재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이 잇따라 경매에서 유찰돼 부동산 가격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2014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살펴보면 개인의 경우 지난해 1733명이 추가돼 전체 1만728명으로 늘었다. 법인은 지난해 665개 업체가 추가돼 총 6792개 법인의 체납 사실이 일반인에 공개됐다. 이 명단에는 체납기간이 1년 이상이고 체납국세만 5억 이상인 개인 및 법인만 포함돼 있어 실제 체납자의 수는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해외금융계좌 233억7000만원을 보유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네오트리유한회사 이경민 대표도 고액 신고의무 위반자로 명단에 올랐다. <일요시사>에서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을 기획해 보도하고 있으며 오늘까지 15명의 고액체납자를 공개했다.

정다정(31·직장인)씨는 “국가의 세금으로 대통령직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인사들의 탈세 사실이 간간히 전해져 성실 납부자를 조롱한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이 어린 돈이 모여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라도 더 거둬들일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에 앞서 고액체납자들의 세금부터 수거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월급쟁이만 잡는 일방적인 증세
고액체납자 명단에 부자들 빼곡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William Henry Beveridge)는 북유럽의 복지에 대해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라 표현했다.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국가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장함으로써 국민생활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복지가 아닌 세금 징수를 두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세금만 지불한다는 말이다.

차휘웅(28·직장인)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며 “자취를 시작하면서 주민세, 교육세 등 그동안 무관심했던 세금을 성실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경제관념이 없던 내 자신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연말정산으로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되면서 수입의 상당부분을 세금 납부에 쓴 거 같다”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
빈 수레가 요란

최근 담뱃값 인상에 이어 연말정산 폭탄으로 충격에 빠진 국민에게 ‘증세 없는 복지’ 논란까지 가해져 충격을 더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소모적 증세와 복지 논쟁을 접고 경기활성화에 매진할 것을 주장하며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증세 공론화는 물론 법인세 인상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으로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 점을 인정하고 증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피력하며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과 함께 떠오른 화두는 ‘부자증세(법인세 및 고소득층 세율 인상)’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부자증세’를 언급하며 저소득층 감세와 최저임금 인상 대안을 내세워 중산층 경제를 선언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자증세의 대표격인 법인세를 지난 2008년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한 상태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세계적인 갑부 워런 버핏을 언급하며 부자증세와 법인세 인상에 대해 꼬집었다.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은 지난 2011년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부자들에 대한 과잉보호를 중단하고 부자에게 세금을 더 받아 재정 적자를 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버핏 회장은 기고문을 통해 2010년에 지불한 세금 693만달러를 공개, 소득의 17%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사무실 직원들보다 경제적 부담이 적었다며 자책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소득 상위 1%의 소득세가 전체 세수의 6.7%에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소득 상위 1%의 세금이 국내 세금의 절반(45%)을 차지한다고 보도된 바 있으나 이 결과는 소득세(전체 세수의 14.8%)에 한정된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소득 상위 1%가 국내 소득세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하지만 국민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6.7%에 달한다.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국민 전체 소득의 12.97%를 차지한다.

서민의 세금 규모를 세 가지 예시를 통해 유추해 보자.

A씨는 지난해 1월 2000cc급 자동차 한 대를 구입했다. A씨는 지난 한 해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자동차세(40만원)와 교육세(12만원) 52만원을 납부했다. 실제로 자동차세는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부과되며 배기량과 연식에 따라 다소 부과 금액의 차이가 있다.

서민 등골 파먹기
상위 1% 세금 6.7%

B씨는 흡연자로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운다. 하루에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피우므로 한 달(30일) 평균 담뱃값으로 13만5000원을 지출한다. 1년에 164만2500원어치 담배를 사는 B씨는 121만1070원의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4500원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세금은 73.7%에 해당하는 3318원이다. C씨는 최근 가계부를 정리하다보니 한 달 평균 100만원의 생활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영수증에 기재된 부가가치세를 모두 합산한 후 매달 100만원씩 1년 동안 총 1200만원을 생활비로 지출하게 되면 부가가치세로 109만909원을 납부하게 된다. A, B, C씨의 경우를 모두 합산하면 1년간 자동차, 담배, 생활비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은 모두 282만1979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소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합산하면 그 금액은 훨씬 높아진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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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