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말년행보

끈 떨어지니 ‘동네북 신세’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2010년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신한사태’의 장본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다시금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신한사태 당시 ‘치매’를 이유로 검찰 소환요구에 불응했던 그가 지난달 말 농심 사외이사직에 선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라응찬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라 전 회장은 사건발생 5년 만에 본격적인 소환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추가고발까지 이어지면서 수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농심은 기존 사외이사 두 명을 재선임하고, 신규 사외이사로 라 전 회장을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신임 사외이사 선임은 오는 3월2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과거 ‘신한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소환 요구에 ‘치매(알츠하이머성)’를 이유로 조사를 거부한 라 전 회장이 과연 경영진과 최대주주로부터 독립해 회사의 의사 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사외이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일어난 것이다. 논란이 일자 농심은 지난 4일 주주총회 소집결의에 대한 정정 공시를 내고, 라 전 회장의 자진사퇴 사실을 알렸다.

이리 치이고
 
앞서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치매중증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 없다며 라 전 회장 병력에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일 참여연대는 “검찰은 지금까지도 이 사건의 피고발인이자 중대 범법혐의의 당사자인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을 사법처리는커녕 소환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은 특히 라 전 회장의 불법 행위가 문제가 될 때마다 치매를 앓고 있어서 소환조사를 할 수 없다고 변명하고 발뺌해 왔는데, 이 같은 검찰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최근 드러나고야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치매 환자라서 소환조사를 할 수 없다고 검찰이 변명했지만, 라 전 회장은 보란 듯이 한 대기업의 중요 임원직으로 선임됐다”면서 “농심이 소환조차 응할 수 없는 치매 중증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라 전 회장을 봐주기 해왔다는 의혹도 더욱 짙어지고, 국민과 언론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도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매인데 사외이사를?
‘남산 3억원’ 검찰 조사 시작
 
2010년 벌어진 신한사태는 당시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 발단이 돼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다. 라 전 회장은 명예회장 자문료 명목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개입,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측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남산 3억원 의혹’을 받았다. 이후 라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라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신한사태에 따른 충격으로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 중에 있다”며 법원의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해왔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라 전 회장의 치매설이 거짓이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라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고 했던 농심이 라 전 회장의 치매설을 모를 리 없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로 보기 어려운 그간 행적도 문제로 지적됐다. 라 전 회장은 2012년 11월 신한사태와 관련된 공판에 치매를 이유로 불출석 했지만 2013년 12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재판 때는 출석한 바 있다. 2011년에는 인천 송도 잭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의 프로암대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신한사태의 장본인 중 유일하게 이 대회에 참석해 그룹 내에 그의 영향력이 남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기에 지난해 8월에는 청바지 차림의 모습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나 신한은행 직원의 의전을 받으며 출국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말에는 신한은행 동우회 송년회에도 참석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라 전 회장이 신한의 경영과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고 봤다.
참여연대 측은 “2015년 1월 신한은행 동우회 소식지에 지난해 말 송년회 모임에 라 전 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며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시켜서 참석자들에게 술을 따르게 하는 등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은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라 전 회장의 검찰 소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엄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내 6일 그동안 미뤄온 라 전 회장의 검찰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선봉)는 라 전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라 전 회장을 상대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와 함께 비자금을 조성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했다.
 
참여연대 신한사태 추가고발
신한 측 불똥 튈라 노심초사 
 
남산 3억원 의혹은 신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 전 신한은행장의 과거 횡령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2008년 2월 중순 남산 주차장 입구에서 신원미상의 인사에게 3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돈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라 전 회장이 개입됐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라 전 회장은 남산 3억원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라 전 회장 조사 불과 3일만에 참여연대 등은 라 전 회장을 추가 고발했다. 지난 9일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서진원 현 신한은행장 등 7명을 신용정보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2010년 6월11일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동영·박지원·박영선 의원 등의 거래내역과 여수신정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한 혐의다.
 
 
참여연대 등은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사태 당사자인 신 전 사장과 그의 지인들의 금융거래정보도 무단으로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신한은행이 정치인들의 금융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했다”고 폭로해 사찰 의혹 파문이 일었던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저리 치이고
 
금융감독원은 실제 정치인 계좌에 대한 조회가 이뤄졌는지, 동명이인 계좌인지를 밝히기 위해 신한은행에 대한 추가조사를 벌였다. 현재 제재심의위원회에 제대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실제 정치인의 금융정보가 불법으로 조회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명이인의 계좌라 하더라도 신한금융이 금융거래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도록 된 고객의 신용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조회한 것은 분명 불법행위라는 것이 참여연대 등의 주장이다.
 
갑자기 나타난 ‘라응찬 리스크’에 신한금융은 “이제 우리사람이 아니라서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검은 그림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라 전 회장의 조사로 인해 신한사태가 다시금 들춰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신한의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한은행 차기 행장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퇴원했지만 경영 복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은 차기 은행장 선입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서 행장은 건강악화로 지난달 2일 서울 시내 모 병원에 입원, 지난달 15일부터는 임영진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 담당 부행장이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신한금융은 서 행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차기 행장 선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경영발전위원회는 한 회장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신한은행장은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중 규모가 제일 크기 때문에 차기 회장으로 갈 수 있는 급행열차로 알려져 있다. 행장 후보로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조용병 신한 BNP파리바 자산운용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 4대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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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