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특별인터뷰>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반기문 총장은 70억 인류의 보물”

[일요시사 정치팀]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이름이 대선후보로서 연일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 총장의 유명세를 타고 뜨려는 세력이 있는 것일까. 본인은 어떠한 의사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주변에서 군불만 지피고 있는 상황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우스운 형국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계 원로가 나섰다. <일요시사>에서 만난 김영진(67) 전 농림부장관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정치권에 향해 진심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영진 전 장관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5선 국회의원, 농림부장관 등을 역임한 입지전적인 정치인이다. 그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 농민운동을 하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르는 시련 속에서도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민생을 위해 노력해온 정치인이다. 

그는 LA지역에서 일어난 흑인사태 당시 미국으로 먼저 달려간 국회의원으로서 한·흑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무던히도 노력해 왔다. 또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등 국내 인권에 대해서도 기념비적인 역할을 해온 정치인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노벨평화상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근래 LA지역의 한인사회 각계 인사들과 함께 ‘반기문-노벨평화상 수상 추천 및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 출발은 충격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사실상 지구촌 외교대통령으로서 정의·평화·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 하나뿐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1개월 전쯤부터 반기문 총장을 여·야가 서로 경쟁적으로 대통령후보로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민족의 자산임에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LA지역 행사 참석을 위해 가던 중 비행기 안에서 반기문 총장이 대한민국 청년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도전과 성공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순간 반 총장이 왜 노벨평화상을 수상해야 되는지 6페이지에 걸쳐 기획안을 써 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내린 저는 함께하는 LA지역 인사들과 발기모임을 창설하는가 하면 LA지역뿐 아니라 시카고, 애틀랜타 등으로 위원회활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 전 장관께서 알고 계시는 반기문 총장은 어떤 사람인가요?
▲ 과거 노무현정부 때 저는 농림부장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날 회의를 위해 의자에 앉아있는데 그때 저에게 명함을 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반기문 당시 외교안보수석이었습니다. 명함을 주고받은 후 그는 제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투쟁하는가 하면 제네바에서 농민문제 해결을 위해 삭발했던 사건들을 말하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저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유년시절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가난했으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영어우수자로 뽑혀 미국에 간 이야기, 그 곳에서 당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지구촌에서 가장 훌륭한 외교관이 되라’는 말을 들은 이야기 등등 그의 삶 속에는 도전과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현재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기문 총장을 대권주자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치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생각합니다. 당의 입장에서 누구를 영입한다 말할 수는 있지만 인류 70억을 대표하는 인물을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봅니다. 이후 임기를 마치고 노벨평화상을 받고 나서 얘기해도 충분합니다. 지금 말하는 것은 2년의 임기가 남은 박 대통령에게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임기가 끝났을 때는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지금 저는 반 총장의 노벨평화상을 수상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단지 반 총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에 그때도 여·야가 대안을 못 찾고 있다면 본인도 반 총장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지금 당이 반 총장을 데려가려는 것은 70억 인구에 대한 배신이며 그분의 명예와 가치를 훼손하는 짓이라 생각합니다.

반기문 총장 노벨평화상 추진위 결성
당 영입은 인류 70억에 대한 배신

-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한·흑 갈등 해결을 위해 지난 16년 동안 노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힘든 점도 많았을 것으로 사료되는데요.
▲ ‘LA 흑인폭동사태’ 당시 미국을 찾은 저는 피해를 입은 일부 한인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 정부에 항의를 하고 보상금을 받아내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틀릴 수밖에 없듯이 가시적인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교감과 관계 계선에 힘써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의원도 장관도 아닐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LA로 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목소리가 바뀌어 내 진정성을 알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문을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는데 그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 해외활동뿐만 아니라 국내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노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센터인 ‘해 돋는 마을’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찌르는 가식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처음을 되돌아보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노숙인들은 청량리에 많았는데 그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울역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청장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직접 찾아갔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민원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술에 취한 노숙인이 3000천원을 달라고 저를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돈을 주면 술을 사마실 것이 자명했기에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목사님과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고심한 끝에 함께 상담도 하고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 최근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5선을 지낸 정계 원로로서 문 대표에게 덕담과 조언을 해주신다면?
▲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는 동안 오히려 시민들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제1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이런 현장을 잘 진단하고 처방해서 올곧게 이끌어 주길 바랍니다.


야당에게는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엄격한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자 그대로 새로 집을 짓는다는 심정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 향후 정계에 복귀할 의사가 있으신지요?
▲ 지금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광주 서구을이 4월 재보선 지역구로 정해진 후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지정되는데 노력했으니 마땅히 공천 받아 나가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상태에서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전당대회 후에 야권이 거듭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나 자신을 지켜오며 이 자리에 올라온 사람으로서 옳은 결정을 할 것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을 맞이하여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개인적으로 <일요시사>를 구독하는 독자로서 <일요시사>가 중산층 이하의 국민의 삶을 잘 대변하는 것은 물론 정의·인권·평화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정론집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제도권에서 나와 있는 3년 동안의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진솔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설을 맞이하여 산업전선에서 힘써주시는 국민들과 국방과 치안을 위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형제들, 지금 힘들어 하는 사람 모두에게 주께서 주신 평화와 건강이 넘쳐나길 기원합니다.

 

대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김영진 전 장관 프로필>

▲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 
▲ 제13·14·15·16·18대 국회의원
▲ 농림부장관
▲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상임대표
▲ 민주당 중앙당 부대표 
▲ 민주희망쇄신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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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