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③백운비의 천기누설 2015년 국운 대예측

한반도 먹구름이 가득…나라도 조심 국민도 조심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4년 갑오년(甲午年)이 저물고 2015년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은 지 어느덧 두 달 째. 대한민국은 여전히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계는 갈리고, 재계는 침체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여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각계각층의 중론. 올해 대한민국 국운은 어떨까. 그 답을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에게 구해봤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은 '청양의 해'다. 온순한 양의 기운에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청색의 기운이 만나 개인과 국가에 행운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예로부터 을미년은 위기의 해였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에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인 ‘을미사변’이 발생했다. 일본에게 있어 조선침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명성황후였다. 명성황후가 일본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와 친분을 쌓으며 견제했기 때문. 일본은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와 일본인 자객들을 경복궁으로 보내 명성황후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불에 태워 없애버리는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을미년 아픈 역사
2015년도 반복?

그로부터 60년 후인 1955년에는 6·25 전쟁 여파로 전국에 흉년이 이어졌다. 그해 3월에는 부산역에서 서울로 출발 예정이던 열차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4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중상을 입는 큰 참사가 발생했다.

백운비 원장의 국운 예측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난세위국(亂世危國)' 세상은 어지럽고 나라는 위기가 온다는 것.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백 원장은 "좋지 않은 게 다 들어 있다. 경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권 3년 차, 심각한 '경고음'이 들어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얘기일까?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정 운영에 뒷받침과 방패막이가 되는 새누리당마저 비박(비박근혜)계가 득세하면서 '당 대 청'구도로 흘러가고 있고 2·8전당대회를 거치며 전열을 재정비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세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도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던 박근혜정부의 추락은 지난해 말 '청와대 문건' 사건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진위 여부를 떠나 '유출'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청와대에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박 대통령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는 신년 기자회견을 단행했다. 절반이 넘는 시청자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민심과 정세를 잘 모른 채 독단적 국정이 우려돼 부정적'이라는 응답을 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증세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국민들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렸다.

[대통령]
불변원칙 버리고 인사난맥 잡아야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대의 최저치의 지지율을 보인 가운데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월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응답자의 29%만이 긍정 평가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9%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의 이유에 대해서는 '소통 미흡'이 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세재개편안·증세 14%, 인사 문제 10%,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 9%, 복지·서민 정책 미흡 8%, 경제정책 8%, 공약 실천 미흡·입장 변경 8%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불통 국정운영'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 중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이 불통 인사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백 원장도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백 원장이 본 박 대통령의 천성은 '불변원칙'이다. 한번 마음먹거나 결정한 것은 바꾸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 이에 따라 '인사난맥'은 박근혜정부에서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치] 갈등 격화 "야당 쪼개진다"
[사회] 정신질환 증가…성범죄 혼란

백 원장은 문고리 3인방을 쳐내는 것이 박근혜정부가 가장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과제로 꼽는다. 비서실장 교체는 그 다음이라는 얘기. 박근혜정부는 지난 1월 말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총무비서관의 인사위원회 배석을 차단하고 제2부속비서관을 폐지하는 등 역할 축소에 그쳤다. 청와대를 떠난 인사는 없었다.
 

백 원장은 "(문고리 3인방이) 내용적으로는 박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사람일지는 모르지만 국가 운으로 비추어 볼 때는 인연의 한계를 벗어난 인사들"이라며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은) 본래 타고난 운세가 강하고 튼튼해 어지간한 잡음이나 문제로 무너지지는 않는다"면서도 "행동이나 처신까지 강한 자세를 유지하면 운세와 대립돼 부러질 수 있다"며 부드러움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을미년 대한민국 정치는 어떻게 흘러갈까. 백 원장에 따르면 사상분쟁·흑백논리·이념대립이 더 심화되는 등 혼란스럽고 복잡해질 전망이다. '자파별난(自破別亂)', 둘로 나뉘어진다는 뜻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파벌싸움이 득세한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특히 야당의 경우, 예정보다 파벌 의식이 고조되어 상생관계가 깨지는 등 불협화음을 겪으며 세 갈래로 나눠지는 최악의 불행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지지율
희미한 회복기미

실제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8일 전당대회 이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노진영의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권을 잡은 문재인 대표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크게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당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의 신당 참여 움직임도 본격화될 수 있다.

이미 당 외곽에서는 진보정당과 야권 신당들의 새판짜기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4·29재보선에서 광주서을 지역에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진보진영의 연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으며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들도 외곽에서 무섭게 세력을 불려나가고 있다.
 

야당 역시 원내대표 선거 이후 공개적인 갈등을 피하고 있지만 지도부의 정책 기조 수정이 본격화될 경우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 원장은 제시한 해결책은 "치우치지 말 것"이다. 그는 "강조할 점은 무엇보다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고 개인 이해를 초월해 뚜렷한 국가관으로 한데 뭉치는 길 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어느 한곳에 치우치면 함께 무너지는 비극이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북 관계 및 국가 안보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상호 긴장이 더해가고 난고를 초래해 화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특히 상식을 초월할 만한 행동들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해라고 한다.


북 미사일 발사
올 벌써 두 번째

북한은 올해 들어 벌써 두 차례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지난 6일 동해상에서 발사한 함대함 미사일에 이어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열린 8일에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5발을 쐈다.

백 원장은 "올해 남북 관계는 오행상 불과 물의 상극형으로서 이럴 때는 강 대 강으로서 강하게 대처하고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더 큰 화근의 밑거름만 더 해줄 뿐이다"고 조언했다.

사회적으로는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4년 한 해 동안 별별 일을 다 겪었다. 2월17일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로 학생 10명이 숨지고 125명이 부상을 당한 데 이어 4월16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승선자 중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아직 실종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한 공방이 7개월 동안 오갔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난항을 겪다가 사고 발생 205일이 지나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안보] 큰 도발 관측…강력 대응해야
[경제] 유일한 위안…내실·수출 호조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2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앞에 멈춰 서 있는 열차를 추돌하면서 240명 가량이 부상을 입었으며 같은 달 26일에는 경기도 고양종합버스터미널 지하 1층에서 난 화재로 사망 8명, 중상 5명 등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5월28일에는 장성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22명이 숨지는 등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7월에는 세월호 참사 현장 지원을 마치고 돌아가던 강원 소방본부 소속 헬기가 광주 광산구 장덕동 부영아파트 옆 인도에 추락해 소방 공무원 5명이 순직했고 강원 태백시 상장동에서는 관광열차가 정차 중인 무궁화호 열차와 충돌하면서 1명이 숨지고 92명이 부상을 입었다.

10월17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철제 덮개가 추락하면서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11월15일에는 담양군 한 펜션 내 바비큐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에는 흉악범죄 및 '묻지마'식 범죄가 활개를 칠 것으로 보인다. 백 원장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정신분열자, 우울증 환자 등 정신건강을 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교적 밝은 전망도 나왔다. 경제성장이다. 금년도 국제교류가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고 수출은 호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 연한 단축, 청약제도 개편 등 부동산 대책이 올해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해 부동산 시장도 호전 기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인력 증원과 중소기업의 증가로 취업의 문도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백 원장은 "경제의 내실은 성장하고 수출은 호조를 띌 것"이라며 "유럽, 특히 아랍 쪽을 공략하면 유리하다"고 말했다.

경제는 '호조'
사회는 '불안'

을미사변의 아픔을 겪은 1895년, 유생들은 명성황후 시해와 단발령이 반발해 친일내각의 타도와 일본세력의 구축을 목표로 을미의병을 일으켰다. 1년 뒤 국왕의 해산권고 조칙이 내려져 의병활동은 종식됐지만 아관파천 실시로 친일세력이 무너졌고, 단발령을 철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백 원장은 "올해 전망이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온화하고 차분하게 다툼을 멈추고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올해 중반기부터 국운에 빛이 들어오게 된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으니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추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할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할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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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