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등장 껄끄러운 김무성 ‘맞장 해법’

언젠간 만날 외나무다리라면 지금 부딪치는 게 낫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8일 오후 6시경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수장으로 문재인 대표를 맞이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권을 놓고 한판승부를 펼쳤던 지난 2012년을 떠올렸다. 그 영향이 있던 걸까.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컨벤션효과(정치이벤트 전후 지지율 상승 현상)로 문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은 연일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차기 대권을 차지할 인물로 7~8명 정도가 꼽힌다. 그 중 여·야를 대표하는 인물은 공교롭게도 두 당의 수장을 맡고 있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그들이다. 부산 경남중학교 동문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참으로 질긴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대권을 위해, 당의 대표로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앞으로 수없이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재인 당선
대권을 향해

두 사람은 지난 9일 처음으로 회동했다. 제1야당의 새로운 수장이 된 문 대표가 김 대표를 찾아간 것이다. 이후 공식적인 상견례가 이어졌다. 문 대표가 직접 찾아온다는 소식에 김 대표는 비록 버선발로 뛰쳐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김학용 비서실장을 미리 문밖으로 보내 예를 다했다. 서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오고간 말 속에는 비수와 같은 암기(暗器)들이 상대방을 향해 번뜩였다.

선공을 한 쪽은 당선의 기세를 타고 고공행진 중인 문 대표였다. 문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박근혜정부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 쪽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며 “김 대표께서 역할을 많이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의연한 자세로 대처했다. 그는 문 대표를 향해 “정말 축하한다”며 “추운 날씨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건 참 잘하신 일이다”라고 치켜세웠다. 김 대표는 또 화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 대표는 문 대표에게 “저와 같은 시대, 비슷한 지역에 살면서 같은 학교를 다녀 동질감이 많다. 대화를 잘 하리라 믿는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김 대표의 지역구인 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표는 “(김 대표가) 과거 통일민주당 활동을 하셨고, 나도 그때 부산지역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하며 자주 뵐 기회가 있었다”며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좋은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산적한 정치현안 문제가 언급되자 방안 공기는 금세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문 대표는 “서민 증세, 연말정산 때문에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비판을 받았는데 어떻게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 제도를 마련할지 논의할 일이 참 많다”며 다시 한 번 공세를 펼쳤다.

문재인 당선으로 지난 대선 재조명
두 대표 덕담 빙자한 날선 공방 보여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공개로 바뀐 자리에서는 증세와 복지를 두고 문 대표와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는 ‘복지축소불가론’을 주장하며 “하던 복지를 줄이기는 힘들다”고 압박한 반면 김 대표는 “그 부분은 동의한다”면서도 “지금 복지 중 중복되거나 부조리한 부분이 많다. 낭비적 요인을 드러내고 세출 구조조정을 한 뒤 그래도 안 되면 증세를 해야 할 것이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두 대표는 공방이 끝난 후 원내대표와 함께 하는 ‘2+2’ 회동을 자주 갖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이렇듯 문 대표가 초반부터 강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강경파들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당내에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문 대표가 강경파들과 함께 한다면 앞으로 공세적인 행보로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고간 덕담
숨겨진 비수

이러한 새누리당 내에 흐르는 우려의 목소리가 절대 기우가 아님을 여론조사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일례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30~31일 양일간 여야전체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당시 새정치연합 당권 도전에 나선 문재인 의원이 17.6%로 나왔다. 지난해 12월까지 1위를 기록한 박원순 서울시장(17.3%)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난해 12월 12~13일에는 지지율이 13.1%에 그쳤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5%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박 시장은 지난 조사에서는 19.9%로 앞서나갔으나 이번 조사에선 2.6% 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문 대표의 상승세와 박원순 시장의 하락세가 엇갈리면서 순위도 역전됐다. 그리고 김 대표는 8.7%로 지난 조사 결과인 12.8%에서 무려 4.1% 포인트가 하락했다.
 

결국 김 대표는 1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짐에 따라 지난해 8월 이후 형성됐던 문재인, 박원순과의 3강 구도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석에 의하면 ‘문재인 대 박원순’의 양강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7.1%)이 4위를 차지했는데 특별한 이슈가 없는 안 전 대표와 지지율이 1%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새누리당 내 대선주자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비록 김 대표가 13.3%로 여전히 1위를 유지했으나 지난번 조사된 16.3%보다 3.0%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야권 대선주자 경쟁에서는 문 대표가 박 시장을 역전했다.

문재인 의원은 21.1%로 지난 조사 16.7%보다 4.4% 포인트 상승했으나 박 시장은 지난 조사 24.2%에서 3.7% 포인트 하락한 20.5%를 나타냈다. 당내 대선주자 지지율을 단순히 비교해 봐도 김 대표가 13.3%로 10% 초반 대를 유지하는 것에 반해 문 대표와 박 시장은 2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체감 차이는 훨씬 클 수 있는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간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의 새로운 아킬레스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갤럽’ ‘리얼미터’ 등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문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김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증세와 복지 문제로 연일 화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이 얇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비상
김무성 추락

김 대표 측의 입장에서는 언론의 보도 또한 내키지 않아 할 공산이 크다. 현재 분위기는 마치 2012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표가 당선 후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 발언을 한 이후 분위기는 더욱더 그쪽으로 향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여서 문 대표는 지난 10일 “(복지와 관련한) 증세는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중 배신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어서 그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말 참 충격을 받았다. 어쩜 저렇게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라고 언급했다.

또한 “우선 증세를 해서 배신이고, 부자감세라는 형태로 대기업에 가해졌던 법인세 특혜를 바로잡고 정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식으로 증세를 했다”며 “이것이 이중 배신 아닌가”라며 박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새누리당에서 군불을 지핀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쟁점까지 문 대표가 가져갈 기세다. 유력한 대선 후보의 발언이다 보니 언론으로부터 연일 화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새누리당과 김 대표의 발언은 주목을 덜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지지율 상승, 김무성은 하락
재보선, 총선에서 한판 승부 예고

김 대표 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당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권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력으로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에 앞서 치러지는 ‘4·29재보궐 선거’부터 승리로 이끈다면 그의 위상은 한순간에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왜냐하면 현재 정계에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김 대표가 승리로 이끈다면 지지율 반등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구미가 당길 만한 승부수라 보고 있다.


현재 4·29재보선에서는 중요도에 비해 이름값이 높은 인물들의 공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급한 여당이 야당보다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선거가 있는) 세 곳 모두 어려운 지역이다”라며 “우선 당에서는 성남 중원구 지역에 신상진 의원을 공천했다. 그는 이미 두 차례 그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아깝게 떨어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나머지 지역구인 서울 관악과 광주 서구을에 대해 100% 여론조사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관악 지역은 100% 여론조사 하기 어렵다. 때문에 관악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공천하려 논의 중이고 광주는 지금 현재 심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김문수, 김황식 등 묵직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전략 공천에 대해서는 “이미 김황식 전 총리라든지 김문수 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당 지도부에서 의사를 물어 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출마의 뜻을 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광주는 계속 검토해서 좋은 방안을 내 놓도록 하겠다. 관악은 여론조사를 해서 저희가 후보를 내 놓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정계에서는 4·29재보선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이 결국 대선후보로서 두 사람을 갈라놓을 심판대라 보고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핵심 정치기반을 부산·울산·경남에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양보 없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마치 삼국지에서 제갈량과 사마의가 진법 싸움을 펼칠 때처럼 최선의 선수진으로 최고의 전략을 구사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 개개인의 경쟁력이 최우선 공천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칫 이러한 전면전이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방휼지쟁(蚌鷸之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면전 예고
이득은 친박

일각에서는 그 3자를 박근혜 대통령이라 보고 있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표의 귀환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면에서 박 대통령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문 대표가 김 대표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이름값으로 압도해 버린다면 그동안 침체되던 친박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해석이 따라오고 있다.

즉 그동안 비박의 핵심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대권주자 1위로 꼽혀왔던 김 대표가 껄끄러웠을 친박계 인사들이 이번 기회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본의 아니게 문 대표가 박 대통령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 줄 것이라는 점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라 보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의 성토
“국정원 대선개입, 박근혜 사과하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불법 대선개입 행위로 법정 구속된 사실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문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유죄판결과 법정 구속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박 대통령도 이 일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은 대선 중 국정원 대선개입의 일단이 드러났을 때 ‘문재인 후보 측의 모략’이라거나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이라며 오히려 나를 비방했고 정권 출범 후 진실을 은폐하고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가로막았다”며 “이제 드러난 진실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정원이 다시는 대선에 개입하고 정치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당이 요구한 바와 같이 제대로 된 개혁을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도리일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으로 문 대표와의 단일화에 합의했던 안철수 의원도 전날 SNS를 통해 “법원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고 판결했다”며 “나와 관련된 국정원의 조작 댓글이 4만2000여 건에 달했다고 한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이런 비상식적 일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글을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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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