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박콜’ 받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

‘시나리오대로…’ 손사래 치더니 결국 청와대행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최근 ‘2PM’이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여기서 2PM은 가수가 아닌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을 뜻한다. 이 의원의 성을 의미하는 ‘2(이)’와 총리를 뜻하는 ‘Prime Minister’ 영단어를 조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별명이다. 해석하면 이완구 국무총리. 5월 초에 임기를 마치게 되는 이 의원은 그동안 총리 후보 0순위로 여겨졌다. 과연 전체를 모두 관리한다는 ‘총리’의 뜻처럼 대한민국을 총리할 수 있을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총리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그의 여정을 살펴보자.


2015년 1월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국무총리로 이완구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그동안 손사래를 치며 내정설을 부인해 왔으나 박 대통령의 내각·청와대 개편에 맞춰 새로운 국무총리로 거듭나게 됐다. 2009년 충청남도 도지사 시절 세종시의 원안을 찬성한 박 대통령과 같은 태도를 취해 신임을 얻기 시작한 그는 원내대표 취임 후 세월호 정국 등을 비교적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을 받으며 적임자로 지목돼 왔다.

충남 출생
행시 합격

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이완구 의원은 충청남도 청양 출신이다. 1950년생인 그는 1966년에 대전중학교를, 1970년에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1974년 ‘제15회 행정고등고시’를 합격한 이후 홍성군청 및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맡아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등 공직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그는 1981년부터 경찰직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이때 31세의 나이로 최연소 홍성경찰서 서장을 역임하는가 하면 최연소 경무관과 40대 초반 최연소 충북·충남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하는 등 각종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며 고공행진 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1995년 당시 민주자유당(이하 민자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고향인 충남 청양 홍성지구당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1996부터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한다. 그해 15대 총선에서 이 의원은 충남지역에 출마하게 되는데 당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출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텃밭과 같던 충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신한국당 후보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당선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해 5월21일 이 의원은 <매일경제신문>에 주목받는 정치 신인으로 소개되며 ‘정치권에 경제마인드를 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한때 ‘철새 정치인’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다. 충남지역에서 신한국당 의원으로 당선된 후 그는 1997년 김종필 전 총리가 있는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겨 원내총무와 대변인 등을 역임한다. 그 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2002년엔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을 탈당해 당시 한나라당으로 이적하게 된다. 그러나 곧 ‘2억원 이적료 파문’이 불거져 2004년 17대 총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다.

당시 이적료 파문은 큰 정치 이슈가 되었다. 김윤식, 이양희 등과 함께 혐의를 받은 이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지원금 명목으로 2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기소된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음으로써 그동안의 혐의는 벗어 던지게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UCLA대 교환교수로 1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성난민심 부탁해’소통 적임자 판단
“대통령께 쓴소리·직언하겠다” 각오

국내로 돌아온 이 의원은 뚝심 있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그는 3년 뒤인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리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법을 어겨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세종시 원안 통과를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지사 직을 사퇴하기에 이른다. 이때 자신과 함께 뜻을 같이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많은 교류를 하게 되는데 결국 이때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박 대통령을 위해 힘을 기울이게 된다.


이 의원은 사퇴를 결정한 후 2010년 5월26일에 대전역 광장에서 모습을 드러내 소신 있는 발언을 한 바 있어 당시 대전 주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전 동구·중구 합동유세에서 이 의원은 젊은 박성효(시장), 이장우(동구청장), 이은권(중구청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나온 자리에서 “도지사 그만뒀으면 가만히 집에 앉아있지 왜 돌아다니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며 “답답해서 돌아다닌다. 나도 충청도 사람이다. (우려가 앞서) 욕을 먹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시민들 앞에서 소리쳤다.

각종 최연소
치안직 역임

이어서 그는 “세종시 문제는 이완구 외에 충청도에서 얘기할 사람 아무도 없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도 (사람) 마음 달래준 박근혜 전 대표 이외에 이 말 할 사람 아무도 없다”고 강조하며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확실하게 얘기하자. 세종시와 충청도를 위해 진정성을 보여 달라. 참 일꾼을 뽑아 달라”고 말해 지역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을 전달함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그의 정치 생활의 위기는 당적을 옮김으로써, 도지사직을 사퇴함으로써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다발성골수종이라는 혈액암으로 2012년 총선 불출마는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항암치료를 했는데 “온몸의 털이 다 빠지는 등의 고통을 겪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회상했을 정도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러나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암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곤 2013년 부여·청양 재보궐 선거에서 ‘큰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77.40%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다. 이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포기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라. 희망을 잃지 말라. 살겠다는, 그리고 나는 완치될 수 있다는 마음의 자세가 대단히 중요하다. 맑은 마음을 가져라”고 말해 전국의 암 투병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물했다.

결국 그는 2009년 세종시 정국에서 충남지사직을 던진 후 4년의 정치적 공백을 일거에 해소시키면서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에 이은 충청권의 대표 주자라는 위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2014년 5월 이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돼 원내지휘를 맡게 된다. 이미 15,16,19대에 당선된 3선 국회의원인 그는 충남지사는 물론 도지사를 역임해 ‘충청권의 맹주’로 불리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충청권 출신 첫 원내대표가 된 것이다.

원내대표가 된 후 이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등에서 여야 협상을 이끌면서 산적한 현안들을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자신의 소신을 지킬 때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하며 불응 시 보이콧을 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보이콧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여야가 격론을 벌이고 국회에서 싸울 수는 있지만, 법안심의를 않고 해당 상임위를 안 열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참 답답하다”며 “일에는 순서와 절차가 있는 법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그것에 기초해서 국회 차원의 적절한 논의, 대책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소신을 전달했다.

다재다능한
친박계 핵심


이 의원은 지난 연말부터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력한 후임으로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는 박 대통령의 지명을 받기 전까진 끝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1월4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직 제안을 받으셨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제안 받은 적이 없다”며 “대한민국에 총리를 하실 훌륭한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거듭 겸손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정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러 차례 사의를 표한 정 총리의 후임으로 이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2PM이란 별명과 ‘이완구 테마주’ ‘이완구 관련주’와 같은 각종 연관검색어들이 포털사이트에 올라 왔다.

한편 인터뷰 자리에서 이 의원은 또 “5월7일까지가 제 (원내대표) 임기”라며 “자꾸 (원내대표 직에서)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요즘 좀 섭섭하다”고 계면쩍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곤 “임기를 끝내고 총리로 가시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는데 그는 “JP(김종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치는 귀신도 내일을 모른다”며 “5개월 후를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해 어느 정도의 여지는 있는 모습을 보였다.

JP 잇는 충청권 대표주자 우뚝
도지사 사퇴, 암투병 우여곡절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총리는 어떤 모습일까.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보통은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의 전·현직 총리들도 야당 등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의원은 한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의 머릿속 청사진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예컨대 총리가 어떤 문제와 현안이 있으면 야당부터 달려가야 한다”며 “먼저 설명해주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고 충분히 듣고 와서 다시 리뷰하고, 여당가서 설명하고 같이 협조하자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여야와 정부를 잇는 소통의 다리,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총리의 본분인 것이다.

그런 그는 차기 대권에는 전혀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권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항상 “전혀 없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래도 질문이 이어지면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면 (대권) 근처에 가지도 못했고,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흔히 사람들은 이 의원에 대해 다재다능하다는 평가를 한다. 정치는 물론이고 행정적인 수완과 경제 관념까지 두루 겸비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그가 총리로 지명되었으니 아마 실세 총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한다. 또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들어 청문회에서 이례적으로 쉽게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득표율 77%
돌아온 거물

그에 대한 정계의 평가는 대부분 우호적이다. 전반적으로 ‘철두철미하다’ ‘적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인 가운데 인연이 깊은 김종필 명예총재는 그를 두고 ‘번개가 치면 먹구름이 낄지, 천둥이 칠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한편 23일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경제혁신 3개년 개혁의 효과적 추진과 공직기강확립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이해를 갖춘 분이다”고 말해 이 의원이 가장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는 “이완구 총리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을 잘 이해하는 분”이라고 말해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2015년 1월23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받고 난 후 그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했다. “야당과 소통하고 대통령께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습니다” 또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총리가 된다면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도지사 사퇴, 암투병 등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산 그가 앞으로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국정에 어떻게 녹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완구 빠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하마평


이완구 원내대표가 임기 중 총리로 차출되면서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앞당겨지게 됐다. 이번에 선출된 원내대표는 내년에 치러질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각 계파별로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이미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이주영, 유승민 의원의 2강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두 사람 외에도 홍문종, 심재철, 정병국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선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평가다.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회에 돌아온 이주영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있을 때 비교적 세월호 참사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참된 공직자”라는 공개 칭찬을 받기도 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원조 친박이었으나 박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에게 잇따라 ‘쓴소리’를 하면서 비박으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에는 ‘K·Y 수첩’ 파동에서 김무성 대표와 함께 ‘청와대 흔들기 배후’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 주류의 대표주자인 홍문종 의원도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친박 표가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홍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두 의원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오히려 나를 잘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심 의원도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고, 정 의원도 “때가 되면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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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