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유혹 빠지는 ‘가출청소년들’

쉽게 버는 ‘돈맛’에 직행하는 ‘막장인생’

가출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돈도 없이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각종 알바에 몸을 맡긴다. 문제는 가출소녀들. 미성년자 신분으로 일자리를 얻는 것이 힘든 소녀들은 마지막 방법으로 유흥업에 몸을 던진다. 노래방, 룸살롱은 물론 키스방, 대딸방 등 퇴폐업소에서도 쉽게 가출소녀들을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돈의 유혹에 빠진 가출 청소년들을 집중 취재했다.

연 22만명 학생 일회성, 상습적 가출 하는 것으로 추산
대부분의 가출 청소년 한 달 이내 범죄의 길로 들어서


가출 청소년들의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많은 어른들이 가출 청소년을 두고 ‘문제아’, ‘학교 부적응아’라는 낙인을 찍고는 있지만 실제 이들을 어떻게 계도해서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가출 청소년들의 숫자가 해마다 증가한다는 것. 현재 한 해 총 22만명의 학생들이 일회성, 혹은 상습적인 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국의 거리에 이 정도의 학생들이 배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C방 오럴 섹스
스폰서 계약까지

특히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가출의 심각성은 더욱 배가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아이들’이 속출하는 모습에서 일선 학교 선생님들은 심각한 허탈감을 느끼게 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 면학 분위기가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직접 아이들을 찾아 나설 수도 없는 일이라 결국에는 그들을 ‘방치’하는 꼴이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가출을 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한 달 이내에 범죄의 길로 들어선다는 점이다.

실제 관련 연구단체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출 여학생의 50% 이상이 성매매를 하고 남학생들도 상당수 빈집털이, 취객털이 등의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숙식 자체가 해결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범죄를 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학교 담임선생은 현재 가출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고백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가출을 한다. 현재 학년별도 평균 10명 정도가 가출을 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는 15명에 이른다. 그러니까 한 학교에서 많게는 40~50명까지 가출을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가출학생들을 찾으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경찰의 경우에도 부모가 신고하지 않으면 조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출 청소년들의 부모들은 대개 자녀의 가출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가출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문제 아이들을 되짚어 올라가다보면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게 마련이다. 결국 부모도 포기하는 자녀들은 그 누구도 배려하고 보살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가출을 한 청소년들이 거의 대부분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처음에는 얼마간의 돈을 마련해서 나오겠지만 그래봐야 몇만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리 싼 것을 먹고 PC방을 전전한다고 해도 몇 일이면 바닥이 나게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여학생들의 경우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출 소녀들과 성매매를 하는 성인 남성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 남성들은 그간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과 엄격한 법적용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소녀들을 상대로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

가출 소녀들이 성인 남성과 성매매를 하는 방법은 상당히 다양하다. 우선 가장 직접적이고 간단한 형태로 ‘PC방비 대납’을 들 수 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돈이 떨어질 경우 가까운 지역에 있는 남성들에게 무작위로 채팅을 신청해 비용의 대납을 요구하거나 때로는 과감하게 같은 PC방에 있는 남성에게 다가가 대신 PC방비를 내달라고 말한다는 것. 물론 공짜로 돈을 내달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이들이 주로 남성들에게 주는 대가는 ‘오럴 섹스’등이다.

‘변태 알바’ 넘쳐나
가출소녀 유혹 빠져

사실 PC방비의 경우 그리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적으면 1~2만원, 많아야 3~4만원 수준. 따라서 이걸 대신 내주게 되면 가출 소녀들은 후미진 화장실 같은 곳에 가서 남성에게 오럴 섹스를 해주는 것이다.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나쁠 것 없다고 한다. 3~4만원 수준이면 일반 성매매 여성을 이용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민짜(미성년자)’와 관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채팅으로 남성을 유혹,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 모텔에서 본격적인 성매매를 하는 것이다. 일단 가출 소녀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PC비용 정도만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비용까지 모두 해결되는 것은 물론 함께 밤을 지낼 경우 아예 숙박 문제까지 해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돈 많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를 만날 경우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할 수 있고 그를 ‘단골’로 만들 수 있다면 고정적인 수입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일부 가출 소녀의 경우 성인 남성들이 1:2 등의 변태적인 섹스를 즐긴다는 점에서 자신의 친구까지 끌어 들여 더욱 비싼 비용에 그룹섹스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한번에 20~3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단한 번의 성매매로 2주일 정도의 가출 생활을 ‘풍족하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가출 소녀의 경우 아예 정기적인 ‘스폰서’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출 소녀들의 경우 그간 가출을 해본 경험이 적지 않고 여기에 다양한 일을 통해서 돈을 벌어본 경험까지 있는 경우다. 결국 그렇게 해보니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느니 차라리 한 남자에게서 장기적으로 돈을 받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부류들이다.

이들 가출 소녀들이 한 달에 받는 돈은 많게는 100만원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이 비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성매매를 하는데 있어서 1회에 10만원, 한 달에 5~6번 정도 한다고 하면 아예 ‘집에 들여놓고’ 매일 밤 섹스를 즐기는 것이 돈을 더욱 ‘굳히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출소녀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도 바로 이렇게 스폰서를 받는 가출소녀들이다.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두 가지 범죄 형태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일반적인 범죄, 즉 절도나 강도, 빈집 털이 등의 행위를 한다는 것. 특히 상당수의 남자 가출 청소년들은 가출한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에 범죄의 길에 빠져든다고 한다.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스스로 ‘담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세상 물정을 모르니 오히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것이다. 이들이 하는 두 번째 범죄는 다름 아닌 가출 소녀와의 합동범죄이다. 즉 아예 스스로 포주로 나서서 성인남성들에게 여학생들을 공급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여학생들을 미끼로 갈취를 하는 것이다.

PC방, 룸살롱, 키스방 등에서 성매매하는 여학생들
여학생 이용 포주노릇하는 가출 남학생들도 급증


이러한 갈취의 경우 일명 ‘각목’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일단 여학생이 성인 남성과 함께 모텔에 자리를 잡게 되면 그 후 현장을 급습, ‘미성년자 성매매’를 빌미로 얼마간의 돈을 받고 합의를 하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각목 사건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방법이 아니라면 이제 자신이 본격적인 포주로 나서는 방법이다. 이들은 가출을 한 같은 처지의 여학생들에게 접근, 처음에는 먹을 것도 사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다가 어느 순간 ‘이제까지 먹고 잤던 비용을 다 갚으라’는 식으로 나온다는 것. 하지만 가출 여학생이 갚을 수 있는 돈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결국 이런 식으로 여학생은 성매매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성매매 이외에도 가출 소녀들이 ‘알바’를 할 수 있는 곳이 더욱 늘어났다. 바로 키스방, 대딸방, 페티시방 등 직접적인 성매매를 하지 않는 이색 변종 업소들이다. 이러한 곳에서는 성기삽입 섹스가 없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입장에서도 크게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도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특히 요즘 여학생들이 나이보다 조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만 화장을 하고 옷을 성숙하게 입으면 웬만한 남성들은 모두 깜빡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룸살롱도 전통적으로 가출 소녀들이 발길을 향하는 곳이다. 일단 자리만 잡는다면 한 달에 500~600만원을 버는 것은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일부 돈 욕심이 있는 경우 본격적으로 화류계에 뛰어들기도 한다.

퇴폐업소 늘어나면서
가출 소녀들 일자리 증가

물론 이 경우에는 여학생들이 대개 고등학교 2~3학년은 돼야 시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버는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 룸살롱에 대시를 하는 가출 소녀들이 적지 않다. 물론 대다수의 업주들은 미성년자들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아예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일부 악덕업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취업을 시켜주고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20살’이라고 얘기하면 많은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주들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출 청소년, 특히 가출 소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그들이 길거리에서 먹고, 길거리에서 자면서 결국 범죄의 깊숙한 세계에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성인 범죄도 철저하게 단속하고 뿌리 뽑으려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어린 범죄자들에 대해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아직 법적, 윤리적 세계관이 완전히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 상태에서 벌써 범죄에 가담하기 시작하면 이후 성인이 되어서의 생활은 범죄의 연속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출 청소년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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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