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롯데그룹 대물림 이상기류 내막

왕회장에 밉보인 장남, 차남에게 밀리나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롯데일가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력 자회사 세 곳의 임원 자리에서 해임된 것. 그간 두 형제가 지분 경쟁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롯데가 해임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990년 일본롯데그룹 이사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같은 해 일본롯데그룹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2003년 롯데칠성의 해외 담당 이사 및 롯데쇼핑 이사직을 맡으며 한국롯데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경영승계 막바지
갑자기 변수 돌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해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1년 롯데 오리온즈(현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 사장 대행으로 취임했으며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올라 한국롯데 경영을 맡았다. 2004년부터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그룹 덩치를 키웠고 그룹 회장에는 2011년 2월 취임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990년대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동주·동빈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때부터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오랫동안 경영을 맡아왔다. 재계에서도 롯데그룹이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 구도로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갖췄다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상 이들 형제 중 누가 우위에 서 있는지를 가늠하기란 매우 어렵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고리만 417개에 달할 정도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롯데쇼핑이 43개, 롯데칠성음료가 24개, 롯데제과가 12개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롯데는 호텔롯데가, 한국롯데는 롯데쇼핑이 각각 지주회사를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롯데쇼핑은 43개 계열사에 출자하며 신 회장이 이끄는 한국롯데의 중심이자 단순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롯데의 주요 순환출자고리는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 92.54%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1.59%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의 지분 3.93%를 갖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신 회장이 13.46%, 신 부회장이 13.4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텔롯데(8.83%), 한국후지필름(7.86%), 롯데제과(7.8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호텔롯데의 지분율이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로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은 사실상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 신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22% 정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남 신동주 부회장 자회사 3곳서 해임
잇단 롯데 지분 매입…아버지 미움 샀나

호텔롯데는 롯데건설(38.7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캐피탈(26.60%), 롯데손해보험(26.58%), 롯데닷컴(17.20%), 롯데케미칼(12.68%), 롯데푸드(8.91%), 롯데쇼핑(8.83%), 롯데칠성음료(5.92%), 롯데제과(3.21%)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리아,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산개발,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정보통신, 롯데알미늄, 대흥기획,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유니버셜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개발, 롯데인천개발 등 41개 계열사 지분을 많게는 100%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고 해서 롯데그룹 전반을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질적인 경영권은 신 회장이 갖고 있으며 신 총괄회장이 그동안 교통정리를 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롯데제과에서 생겼다. 신 부회장이 지난 2013년 8월 롯데제과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2003년 이후 10년간 이어져온 두 형제의 지분 격차 1.4%가 깨진 것.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식품 계열사로서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계열사다.

신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과 5월, 롯데케미칼 주식을 202억원어치 매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롯데제과 주식 6500주와 롯데칠성음료 주식 7580주를 각각 100억원, 99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0.00%에서 0.30%로, 롯데제과 지분율은 4.88%에서 5.34%로,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은 5.10%에서 5.71%로 높아졌다.

지분은 형이
실속은 아우가

주목할 만한 점은 신 회장이 개인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2003년 롯데제과 주식을 처음 매입한 후 지난 9년 간 단 한 번도 개인 돈으로 지분 확장에 나선 적이 없다.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고리를 통해 2007년 말 46개였던 계열사 수를 2012년 말 79개사로 늘린 게 전부다.

신 회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앞두고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특히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롯데쇼핑은 제쳐두고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 나머지 주요 계열사에서 우위를 점해 지배구조의 축으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신 부회장은 신 회장이 지분 확장에 나선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기존 3.48%에서 3.96%로 끌어올려 신 회장(5.34%)과의 격차를 1.38%포인트까지 좁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분율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재계는 신 부회장이 한국롯데에 대한 장악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사직 해임 배경
신 총괄회장 있다?

신 부회장이 지분 매입에 나선 당시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오른 상태였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대규모 세무조사가 이뤄졌고 높은 내부거래 비율과 배당금 형태로 총수 일가에게 돌아간 자금 때문에 불똥이 오너 일가 쪽으로 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세무조사 결과는 추징금 600억이었다. 롯데그룹에 부과된 역대 추징금은 가장 큰 규모였지만 오너 일가의 검찰 고발은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일 신 부회장이 일본롯데 자회사 세 곳의 임원직에서 전격 해임된 사실이 전해졌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 부회장과 롯데상사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임원에서 최근 해임됐다.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해임건이 전격 결정됐다. 단 신 부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일본롯데 홍보ㆍ선전부는 해임 이유에 관해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므로 상세하게 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현지언론은 전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 내 롯데 계열사들은 물론 한국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최상위 지주회사다. 지난해 3월 말 연결기준 자산은 7조6889억엔(약 70조3834억원), 매출은 5조7572억엔(약 52조7000억원)으로 국내 재벌그룹 순위로 5위권에 해당한다. 계열사수는 해외 16개를 포함해 총 52개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 총괄회장으로 28%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포장자재 판매업체인 광윤사(22%)가 잇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또 광윤사의 지분 50%를 갖고 있으며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신 부회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인사는 신 총괄회장이 유일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재계는 이번 신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 배경에는 신 총괄회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은 차남, 일본은 장남이 경영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교통정리에 나섰는데 장남이 지분 매입 등에 나선 게 반기를 든 것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번 해임이 신 총괄회장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얘기다.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
지속되던 체제 변화 오나

신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일은 또 있었다. 지난 8일 비상장 회사인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8월 반기보고서와 3분기 보고서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에 착오기재가 있다며 정정공시를 냈다. 롯데알미늄은 8월 반기, 12월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신 부회장의 담당업무를 그룹회장으로, 주요 경력을 롯데칠성음료 이사로 표기했던 것을 각각 자문과 호텔롯데 이사 겸직으로 정정했다. 신 부회장이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룹 회장'으로 있었던 셈이다. 특히 2013년까지 등기임원이던 신 회장은 이번 반기와 분기 보고서상에 제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이사회에서 빠진 시점이 신 총괄회장이 투병 중이던 지난해 시기와 겹치고, 신 부회장이 일본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이용해 롯데알미늄에 대한 경영권과 지배권을 확보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일본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 등으로 지분율이 절반이 넘는다. 신 부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일본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롯데알미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롯데그룹은 "공시 담당자의 기재 착오에 불과하다"며 "비상장 회사다 보니 수개월 동안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업계는 한국롯데의 매출 규모가 일본롯데보다 10배 이상 크다는 점과 두 형제의 한국·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율이 엇비슷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지역별로 나누는 기존 '일본=장남, 한국=차남' 구도의 후계구도가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 합병과 지주사 전환 등을 거쳐 두 아들에게 롯데그룹을 나눠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계열 분리를 통해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식음료, 호텔 등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유통, 상사, 소재 등을 맡는다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롯데의 후계구도 경쟁에서 신 회장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동주=식음료·호텔
동빈=유통·상사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에 신 회장이 총력을 다하면서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오너가 가족일 뿐 완전히 별도로 경영하고 교류도 전혀 없다"며 "후계 구도와 관련해 계열사 합병이나 분리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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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