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람 잡는 아청법 '앞과뒤'

“미성년 야동 받으려던 게 아닌데…” 졸지에 성범죄자 낙인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유명 웹툰작가 ‘마사토끼’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은 뒤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만화를 그려 배포하면서 아청법의 맹점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한 번의 클릭으로 단순히 파일만 잘못 다운로드받아도 아동음란물 배포자로 기소돼 멀쩡한 청년이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불편한 현실이다.


유명 웹툰작가 ‘마사토끼’가 의도치 않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걱정을 샀지만, 마사토끼는 웹툰 작가답게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만화로 표현했다. 아청법 제도의 모순점을 생생하고 재치 있는 모습으로 지적한 것이다.

껍데기 까보니
엉뚱한 알맹이
 
지난달 28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마사토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만화가 겸 스토리 작가 양찬호(30)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masaruchi) 등에 ‘마사토끼 아청법에 걸리다’라는 8편짜리 웹툰을 연재했다. 이 웹툰에 따르면 앞서 마사토끼는 지난 9월 경찰로부터 아청법상 아청법을 위반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문제의 사건을 떠올려 만화로 구성했다.
 
웹툰 ‘마사토끼 아청법에 걸리다’에 따르면 마사토끼는 어느 날 갑작스레 아청법 위반에 대한 참고인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 소지·음란물제작·배포 등)’ 그는 불안한 마음에 만화가 인생이 끝이라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했다. 자신을 성범죄자로 인식할 팬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마사토끼는 이 일을 평생 비밀로 안고 살아가려고 결심하던 찰나, 자신이 겪은 일을 만화로 정리하고자 결심했다. 이내 마사토끼는 불안했던 자신의 마음을 만화를 통해 풀어냈다. 자신과 비슷한 실수를 하지 말라는 공익적인 목적도 담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선 그는 출석요구서가 날라온 부산의 모 경찰서로 전화를 했다. 해당 서는 그에게 사건 경위를 설명해줬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마사토끼는 P2P(peer to peer) 프로그램으로 한 파일을 공유했다. 경찰은 서울에서 조사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반성문을 써가면 좋다는 팁까지 알려줬다. 큰일이 아니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이후 마사토끼는 자필로 준비한 반성문을 들고 인근 경찰서 사이버수사과를 찾았다. 분위기는 강압적이지 않았고 날카로운 조사도 없었다. 그저 그가 다운로드 받은 영어와 숫자로 된 파일명을 알려줄 뿐이었다. 마사토끼는 파일명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당초 구체적인 파일명이 아닌, 검색어를 통해 다운로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 제시한 파일 안에는 일본 여학생 나체사진이 가득했다. 에로 셀카 모음집이었던 것이다.
 
 

사실 마사토끼는 에로만화를 보기 위해 P2P 내에서 검색을 하던 중 특정 단어를 검색, ‘요정전설’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발견했다. 이 파일에는 만화 권수마냥 넘버링까지 붙어있었다. ‘요정전설 1, 요정전설2…’. 마사토끼는 이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고 이 파일은 클릭과 동시에 배포가 시작됐다.
 
마사토끼가 아청법 위반에 대한 참고인 출석요구서를 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받았던 파일의 제목과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요정전설’을 다운 받은 뒤 재생시켰지만 정작 요정과 전설과 관련된 내용물은 없었다. 아동 음란물이 나왔던 것이다. 당황한 그는 해당 파일을 즉시 삭제했다. 그러나 파일을 내려받는 즉시 업로드를 하게 되는 P2P 특성상 아동 음란물을 배포한 파렴치범이 된 것이다. P2P에서는 제목과 내용이 다른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기에 충격이 더했다.

클릭 잘못했다가…
성범죄자로 등록
 
마사토끼는 가짜 파일에 속은 뒤 곧바로 다른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지만 그가 아동 음란물을 다운 받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마사토끼는 결국 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했고 며칠 뒤 사건 관할서가 서울로 옮겨졌고 검사가 배정됐다는 우편을 받았다. ‘마사토끼가 아청법에 걸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한 팬에 의해 그의 아동 음란물의 정체, 정확한 파일명이 ‘요정전설 13세의 성노예’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사토끼는 해당 웹툰을 통해 자신의 사례뿐 아니라 논란이 되는 아청법의 비현실적인 부분도 짚었다. 일례로 아청법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배포하거나 소지한 경우도 처벌하게 돼 있는데,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의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청법의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 “다만 기왕 규제할 것이라면 무엇이 미성년자 대상 범죄의 원인인지 파악해 현실성 있는 규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마사토끼는 비록 실수이긴 하지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내려받고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마사토끼는 지난 11월28일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 신상정보 등록 명령을 받았다.
 

유명 웹툰 작가 만화 다운받다가 걸려
카톡 대표 얼떨결에 피의자 신분 소환
  
남일 인 줄 알았던 아청법을 피부로 직접 느낀 마사토끼의 실화를 접한 팬들은 그를 비난하기 보다는 현실과 맞지 않는 아청법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 팬은 “마사토끼는 비난받아야 할 아청법 위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실수한 부분을 무시하고 법전의 글자만을 근거로 입건한 경찰 측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청법 관련 헌법소원을 진행 중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 포르노를 봤다고 해서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인과관계는 어디에도 없다”며 ”아청법은 현실 세계의 아동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도치 않게 성범죄자로 몰린 마사토끼 사건의 핵심에는 P2P가 있다. P2P 파일 전송 네트워크는 서버란 개념이 없다. 어떤 사용자가 한 파일을 올리면 다른 사용자들이 내려 받는 방식이다. 올리는 쪽과 내려 받는 쪽 모두 동시에 접속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오디오나 비디오, 데이터 등 임의의 디지털 형식 파일의 공유에 적합한 서비스로 과거부터 꾸준히 사용돼 왔다.
 
이처럼 이용자 간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다 보니 일부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는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P2P에 떠도는 음란물 중 10%가량이 아청법에 위반되는 음란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즉 지뢰찾기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특정 콘텐츠를 다운 받고자 검색해서 클릭해도 막상 파일을 실행해보기 전까지는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P2P는 10년이 넘도록 이어져온 파일공유 서비스다. 어느 정도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그간 큰 문제 없이 수많은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아청법 시행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파일 제목에 낚여 잘못 다운로드 받았다가 수백만원의 벌금과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등록 등 성범죄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기존의 이용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설익은 법…
엉뚱한 화살
 
아청법의 화살은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에게도 향했다. 지난달 10일 이 대표가 아청법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간에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 대표는 10일 대전 서구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다음과 합병하기 전 카카오에서 대표로 있을 당시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서비스 대표에게 아청법을 적용해 입건한 첫 사례였다.
 
이후 24일 이 대표는 아청법 위반 혐의를 받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말이 많다. 경찰이 이 대표를 검찰에 송치한 법률적 근거는 아청법 제17조 1항이다. 관련법에는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동음란물 배포 안 해도…줄줄이 기소

“본래 취지와 달리 과도하게 집행” 지적
 
이 법에 따르면 이 대표는 카카오그룹에 유통된 자료들 가운데 아청법에 위반되는 음란물을 찾아내 즉시 삭제하거나 사전에 이러한 자료들이 이동할 수 없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설익은 법이 멀쩡한 사람을 괴롭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아청법을 따르자면 카카오그룹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봐야한다. 그러나 카카오그룹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아청법을 실행하면 통비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
 
통비법 제3조에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정취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가운데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실시간 모니터링은 ‘감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특히 아청법은 ‘사전적 기술조치’를 요구하지만 관련법 시행령에는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현재 네이버나 다음은 성인음란물에 대해 ‘해시값(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 같은 수치)’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 기술적으로 음란물 유통을 막고 있다. 온라인 포털 또한 이용약관을 통해 아청법 관련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어 감청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법률 간 충돌
과도한 법집행
 

반면 카카오그룹에는 동일한 적용이 어렵다. 통비법 위반 소지도 그렇지만 아청법 11조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즉 아청법에 위반되는 음란물 DB 구축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음란물 이동을 막을 길이 없다.
 
아청법은 지난 2011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던 최형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음란물이 온라인으로 유포될 때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은 아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9월15일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 이듬해인 2012년 3월16일부터 개정된 아청법이 시행됐다.
 
아청법은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꾸준히 개정됐지만 17조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전적 기술조치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마련되지 않았다. 앞서 설명한 통비법과의 충돌도 여전한 상태로 ‘미완의 법’으로 남아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소관부처 간 칸막이가 높아 의견조율이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졸속으로 법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애당초 법을 제정할 때 법 간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교복 성인물’ 판결 보니…
“발육 상태로 성인 판단”
 
음란물에서 교복 입은 인물이 성행위를 하더라도 명백히 아동·청소년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면 이 음란물의 제작·유포자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23일 부산지법 형사합의 1부는 아청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기소된 채모(46)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동영상 속 여성이 외모나 신체 발육 등에 비춰 아동·청소년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해 성행위를 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 해당 동영상은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 이번 판결의 발판은 지난 9월에 있던 재판이었다. 당시 박모(34)씨도 앞서 채씨 처럼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해당 성인 동영상에 교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해 음란행위를 하지만, 외관상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지 않는 만큼 아청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박씨에게 벌금 300만원에 성범죄 재발방지 강의 40시간 수강 등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교복을 입은 학생으로 연출된 인물이 음란 행위를 하는 동영상은 일반인에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벌금 300만원과 성범죄 재발방지 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한 바 있다.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배포·제공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이를 소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아동 음란물 단속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모호한 법 조항 때문에 수사당국이나 법원에서 사건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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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