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원한 사는 주식시장 공공의 적 <실체추적>

잡히기만 해!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 주마”


증권가 ‘개미’들이 뿔났다. 자신의 투자금을 노리는 불법 사기꾼들 때문이다. 작전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은 개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여기에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투명성과 공공성을 대표하는 일부 회계법인까지 가세했다. 사방이 적인 셈이다. 때문에 개미들은 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악덕 애널리스트 실적 뻥튀기 해 놓고 슬금슬금 매도
작전세력 주가 인위조작으로 개미들 유인 후 패대기


최근 개미들의 ‘공공의 적’으로 급부상한 것은 다름 아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다. 물론 일부에 해당하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매물을 토해내 개미들을 울리고 있다. 보고서만 믿고 한껏 부풀어 투자에 나섰다가 쪽박을 차고 증권사를 원망하는 개미들도 속출하고 있다. 

개미들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액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종목분석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물리는 수가 다반사로 일어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애널리스트보고서
“어떻게 믿겠어”

이 같은 사실은 증권 포털 사이트 팍스넷의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들어났다. 지난 11일 증권 포털 팍스넷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개미들을 대상으로 ‘애널리스트의 매수보고서는 기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보고서’란 주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938명 중 95.4%인 895명이 ‘그렇다’고 동의했다. 이에 앞서 팍스넷은 지난 2월 ‘주식은 대부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주장을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때도 결과는 9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주식시장에선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는 게 개미들의 전언이다. 10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대기업 K 부장은 “애널리스트들의 호평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패가망신 경우가 많다”면서 “희망에 부풀어 투자를 했는데 연일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원금을 거의 까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이를 증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임업체인 ‘CJ인터넷’이 그것이다. 증권사들은 3월 저마다 CJ인터넷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증권사 보고서들은 ▲만성적인 저평가 국면 탈피 ▲가장 저평가 돼 있는 게임주 ▲1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 등의 내용으로 개미들에게 매수를 추천했다. 개미들은 이 같은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지만 결국 총알받이가 된 모양새다.

호평 속에 기관들이 13일 연속(12일 기준) 매도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급기야 CJ인터넷은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며 개미들을 울렸다. 쪽박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개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증권사를 원망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이런 횡포(?)를 인식한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오는 7월부터 애널리스트 프로필은 물론 회사 이직 횟수 등과 같은 개인 신상과 리포트에 대해 전자 공시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개미들의 시각은 아직 회의적이다. 개미들이 꼽는 또 다른 공공의 적은 ‘작전세력’이다. 증권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요즈음 작전은 정교하고 치밀하다. 종류도 다양하다. 막무가내형부터 생존형, 풀패키지형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코스닥 퇴출 공포까지 가세하면서 작전세력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H증권 Y부장은 “금융감독당국과 검찰이 주가 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포위망을 좁혀오면서 작전은 더욱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면서 “사채업자들이 전면에 나서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게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에 나선지 13년째인 L차장(43·제약업체 근무)은 얼마 전 원금의 80%를 날린 후 매일 술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추격매수를 했는데 알고 보니 ‘막무가내형 작전’에 휘말렸던 것이다.

작전세력 때문에
“울고 싶어라”

Y부장은 “막무가내형의 특징은 주가 급등 과정에서 별다른 호재가 드러나지 않고 주가가 급등세를 타는 것”이라면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목표로 유통 주식의 80% 이상을 거둬들여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07년 역대 최대 규모 주가 조작이었던 ‘루보 사태’를 꼽을 수 있다”면서 “당시 작전세력들은 200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루보를 대상으로 1500억원대 자금과 700여 개 차명계좌를 동원, 주가를 조직적으로 끌어올려 100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바 있다”고 덧붙였다. 

퇴출심사제도 도입으로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내부 경영진이 주도하는 작전도 급증하고 있다. 소위 ‘생존형 작전’이 그것이다. 이 작전의 목적은 퇴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내부 경영진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개미들의 참여를 유혹한다. 그런가 하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나 감자 등 퇴출 징후를 미리 알고 대규모 주식을 사전에 처분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이는 과거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사놓고 시세차익을 챙기던 방법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채업자가 주도하는 ‘풀패키지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유형은 치밀하고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명동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는 H사장에 따르면 풀패키지형의 경우 ‘가장납입’을 주로 이용한다.

H사장은 “작전에 나선 사채업자는 증자 납입일에 주가를 유상증자 발행가보다 크게 끌어올려 증자를 성공시키고 돈을 빼는 가장납입을 목표로 진행시킨다”고 전언했다. 그에 따르면 이 경우 증자 발행가액의 50~70%까지 주가를 끌어올려 개미들을 끌어들이는 수법을 사용한다. 그런 다음 끌어올린 주가를 현상 유지시키면서 증자 때 받은 주식을 개미들에게 떠넘겨 수익을 챙긴다.

또 다른 수법도 있다. 증자 때 받은 대규모 물량을 사채업자들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시장에서 되사주는 것이다. 그 후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고 현상 유지만 시키면서 천천히 개미들에게 떠넘겨 버린다. 결국 개미들은 소위 ‘물려 버린’ 후 땅을 치면서 통곡하는 신세가 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불공정거래가 더욱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있고 악재성 정보 등을 이용한 이용 사례도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면서 “1분기 중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건수는 모두 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건에 비해 18.7%(8건) 늘어난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당부했다.

개미들이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또 다른 것은 ‘회계법인’이다. 이들은 회사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자격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부감사인들이 기획에서 실행까지 도맡아 처리한 적극적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게 계기가 됐다. 실제 지난 2월 변호사와 대형 회계법인, 코스닥 상장회사 대주주, 채권자 등이 조직적으로 3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에 따라 양계 가공업체 A사 대주주 이모(47)씨, 회계법인 B사 이사 백모(44)씨를 비롯한 변호사와 채권자 등 10명이 철창으로 향했다. 특히 A사 외부 감사인이자 회계법인 임원인 백씨가 회사 재무제표를 감사·평가해야 하는데도 후배 회계사 3명과 함께 전담팀까지 만들어 직접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주는 등 분식회계 과정을 주도하고 거액을 챙겼다는 사실에 개미들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회계법인 기업성적 조작 후 자금 챙겨 “먹고 튀어”
코스닥 먹튀 CEO 증자  감자 밥 먹듯하며 야금야금


더욱이 백씨가 분식회계를 마무리한 뒤 A사 재무상태가 적정하다는 취지의 허위 감사보고서를 작성, 사실상 ‘깡통’에 불과한 A사가 상장회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개미들은 분노했다. 뿐만 아니다.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기업과 이런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을 묵인해준 신우회계법인과 삼화회계법인이 금융감독당국에 적발돼 과태료 부과와 검찰고발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 회계법인은 스멕스(주), 코디콤(주), (주)재현 등 3개사의 제무제표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 공시하게 했다가 처벌받았다. 7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회사원 손모(37)씨는 “회계보고서는 쉽게 말해 기업에 대한 건강진단서라고 할 수 있다”면서 “주주나 투자자가 경영 상태나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정보인데 이를 엉터리로 작성하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손씨는 이어 “건전한 증시 환경에 좀먹는 소위 ‘좀비’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시켜야 한다”며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이나 감사보고서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 독버섯이 제거되고 주식시장이 건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로 통하는 큰손들도 개미들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쪽박을 차고 패가망신한 개미들의 원성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큰손들이 코스닥을 접수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되면서 개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큰손들이 먹튀를 위해 사용하는 수법은 ▲장내외 시장에서 경영참여 목적으로 대규모 지분 매입 ▲전환청구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코스닥 상장사 눈독 등이 꼽힌다. 개미들이 큰손 먹튀들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지분 획득 목적이 경영보다는 차익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공시하지만 향후 ‘투기’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투기로 변질되면 투자 수익을 내고 팔아버리기 때문에 개미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Y부장은 “코스닥 기업들의 잦은 경영권(최대주주) 변동에 따른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영권 변동이 주가 급등을 유발하는 재료로 부각되고 있지만 경영 상황이 호전된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장사-외부감사인
고스톱 짜고 쳤다?

그는 이어 “경영권 변경은 자칫 경영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실제 그동안 경영권 변동이 잦은 기업 중에는 경영악화나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계기업이 많았다”면서 “매각차익을 노린 ‘머니게임’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성과를 지켜보며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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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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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